1980년 - 9.3 항체의 발견과 CD28 보조자극 신호의 탄생
발행: 2026-02-14 · 최종 업데이트: 2026-02-14
1980년 Hansen 연구진의 9.3 단일클론항체는 44 kDa T세포 표면 단백(Tp44, 후에 CD28)을 규명하며 T세포 보조자극 신호의 개념을 여는 결정적 출발점이 되었다.
9.3 항체의 등장: T세포 안의 숨겨진 신호를 찾다
1970~1980년대 T세포 생물학은 중요한 질문 앞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T세포 수용체(TCR)가 항원을 인식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같은 항원을 인식해도 왜 어떤 T세포는 강하게 반응하고 어떤 T세포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지를 설명할 분자적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즉, T세포 내부의 기능적 이질성을 구분할 수 있는 표면 분자가 필요했습니다.
이때 John Hansen 연구진은 “T세포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며 기능을 구분하는 표면 분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연구팀은 인간 T세포를 면역원으로 사용해 새로운 단일클론항체를 제작했고, 그 결과 단일클론항체 9.3이 탄생했습니다.
이 항체는 T세포 표면의 44 kDa 당단백(Tp44)을 인식했습니다. 이후 이 분자는 CD28로 공식 명명됩니다. 따라서 Tp44는 CD28이 정식 명칭을 얻기 전 사용되던 임시 이름이었습니다.
이후 연구에서 CD28과 결합하는 리간드가 B7임이 밝혀졌고, B7은 다시 두 개의 분자로 나뉘어 각각 CD80과 CD86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확립됩니다. 이 연결고리는 현대 면역관문 연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9.3 항체로 밝혀진 44 kDa 분자의 정체
연구진은 9.3 항체를 이용해 인간 말초 T세포에서 면역침전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44 kDa 크기의 당단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단백질은 대부분의 CD4⁺ T세포와 상당수 CD8⁺ T세포에서 발현되어, T세포 계열의 공통 표지자로 기능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단지 “새로운 T세포 표면 분자”가 발견된 것이었지만, 진짜 의미는 기능 분석에서 드러났습니다.
9.3⁺와 9.3⁻ T세포의 기능적 차이
연구진은 T세포를 9.3 항체를 기준으로 두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9.3⁺ T세포 집단은
-
B세포 항체생산을 돕는 보조 T세포 기능을 보였고
-
세포독성 T세포(CTL) 및 그 전구세포가 풍부했으며
-
전반적으로 effector 기능이 집중된 집단이었습니다.
반면 9.3⁻ 집단은
- 여러 모델에서 억제적 기능을 가진 서프레서/조절 T세포 전구세포가 더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즉, 9.3 항체는 단순한 표지자가 아니라, 기능적 하위집단을 구분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항원 없이도 T세포를 활성화하다
더 놀라운 발견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연구진은 9.3 항체로 Tp44를 교차결합(cross-linking)하면, 항원제시세포(APC)나 항원이 없어도 T세포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TPA(PMA)와 함께 처리했을 때 T세포는 강하게 증식했습니다.
이는 TCR/CD3 경로와는 다른, 독립적인 활성화 신호가 존재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발견은 나중에 CD28 신호가 보조자극(co-stimulation)으로 작동한다는 개념으로 발전합니다. 즉, TCR 신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CD28을 통한 두 번째 신호가 있어야 완전한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는 모델의 출발점이 바로 이 실험이었습니다.
이 연구의 과학적 의의
1. CD28 보조자극 개념의 출발점
9.3 항체 실험은 T세포 활성화에 TCR 외에 또 하나의 신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능적으로 보여준 최초의 근거였습니다. 이 발견은 이후 CD28–B7–CTLA-4–PD-1로 이어지는 면역관문 연구의 토대가 됩니다.
2. T세포 분류의 새로운 기준 제시
9.3 항체는 기능적 차이를 기반으로 T세포 하위집단을 구분할 수 있는 최초의 표면분자 도구였습니다. 이는 이후 면역세포 분류 체계를 분자 수준으로 정밀화하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3. 항원 비의존적 활성화 모델 확립
9.3 항체와 TPA를 이용한 시스템은 TCR 신호 없이도 T세포를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적 모델이었습니다. 이 모델은 이후 IL-2 전사 조절과 CD28 신호전달 연구에서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4. 현대 면역치료의 이론적 초석
James Allison은 노벨 강연에서 CD28이 IL-2 생산을 증폭하는 필수 보조자극 분자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초기 9.3 항체 실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즉, 이 실험은 면역관문 억제제 시대의 가장 초기 단계에 위치한 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정리
1980년대 초, 연구자들은 T세포를 기능적으로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Hansen 연구실에서 제작된 작은 항체 하나, 9.3이 판을 바꾸었습니다.
9.3 항체는 T세포 표면의 44 kDa 당단백을 인식했고, 이 분자를 가진 T세포는 항체생산을 돕고 세포독성 기능을 수행하는 능동적 집단이었습니다. 반면 이 분자가 없는 T세포 집단은 억제적 성향을 보였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분자를 교차결합하면 항원이 없어도 T세포가 활성화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이 분자는 훗날 CD28이라 불리며 항암 면역치료 시대를 여는 보조자극 신호의 핵심 수용체가 됩니다.
작은 단일클론항체 하나가, 면역학의 방향을 바꾸는 실마리가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참고문헌
1. 9.3 항체의 탄생과 Tp44(CD28)의 최초 보고
- Hansen, John A., Paul J. Martin, and Robert C. Nowinski. "Monoclonal antibodies identifying a novel T-cell antigen and Ia antigens of human lymphocytes." Immunogenetics 10.1 (1980): 247-260.
- 내용: 인간 T세포에 특이적인 단일클론항체 9.3을 처음으로 보고한 논문입니다. 이 항체가 44 kDa의 당단백질(Tp44)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BF01561573
2. 9.3 항체를 이용한 T세포 하위집단(Helper/Suppressor)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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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le, Nitin K., et al. "Monoclonal antibody analysis of human T lymphocyte subpopulations exhibiting autologous mixed lymphocyte rea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78.8 (1981): 5096-5098.
- 내용: 9.3 항체를 기준으로 T세포를 양성($9.3^+$)과 음성($9.3^-$)으로 나누어 기능을 분석했습니다. $9.3^+$ 집단이 B세포의 항체 생산을 돕는 'Helper' 기능을 수행함을 증명했습니다.
3. 항원 없이 T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 전달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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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better, Jeffrey A., et al. "Antibodies to Tp67 and Tp44 augment and sustain proliferative responses of activated T cells." Journal of immunology (Baltimore, Md.: 1950) 135.4 (1985): 2331-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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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P. J., Ledbetter, J. A., Morishita, Y., June, C. H., Beatty, P. G., & Hansen, J. A. (1986). A 44 kilodalton cell surface homodimer regulates interleukin 2 production by activated human T lymphocytes. The Journal of Immunology, 136(9), 3282-3287.
- 내용: 9.3 항체가 T세포 수용체(TCR)와는 독립적으로 T세포의 증식과 IL-2 생산을 강력하게 유도한다는 점을 밝혀, 보조자극(Co-stimulation) 개념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CD28과 B7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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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sley, Peter S., Edward A. Clark, and Jeffrey A. Ledbetter. "T-cell antigen CD28 mediates adhesion with B cells by interacting with activation antigen B7/BB-1."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87.13 (1990): 5031-5035.
- 내용: 9.3 항체가 인식하던 CD28의 리간드가 B7(CD80/86)임을 밝혀낸 결정적인 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