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완싱크 사건: 식습관 연구의 명성과 추락
발행: 2025-12-26 · 최종 업데이트: 2026-04-21
대중적 식습관 연구의 아이콘이었던 브라이언 완싱크가 데이터 조작과 연구 윤리 위반으로 몰락하게 된 과정을 정리하고, 이 사건이 과학과 사회에 남긴 교훈을 살펴봅니다.
브라이언 완싱크: 명성과 추락의 전말
Brian Wansink는 한때 음식 섭취 행동과 환경 요인의 관계를 연구하는 혁신적인 학자로 평가받았습니다. 그의 연구는 “사람들은 왜 무의식적으로 더 많이 먹는가”라는 질문에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답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 저서인 『Mindless Eating』은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고, 국내에서는 『나는 왜 과식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습니다. 이후 출간된 『Slim by Design』 역시 『슬림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이처럼 완싱크는 학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그의 연구들이 데이터 조작과 비윤리적인 연구 관행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학계와 대중의 신뢰를 동시에 잃게 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현대 과학 연구 윤리에 대한 중요한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특히 완싱크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그의 연구가 논문 안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방송, 책, 학교 급식 정책, 식품 마케팅 조언을 통해 이미 대중의 행동 지침처럼 퍼져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블로그 글 하나에서 시작된 의혹
완싱크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2017년에 게시된 그의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경험을 소개하며, 연구팀에게 특정 결론을 얻기 위해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도록 지시한 과정을 비교적 가볍게 서술했습니다.
이 글은 겉보기에는 연구 열정과 노력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통계 분석과 연구 설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이 내용은 앤서니 워너의 『비만 백서』에서도 상세히 다뤄집니다.
2016년, 완싱크는 「The Grad Student Who Never Said No」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그는 연구팀이 무한리필 이탈리안 레스토랑(all-you-can-eat Italian restaurant)에서 수행한 실험을 소개했는데, 초기 가설은 음식 가격이 절반으로 할인되면 고객의 섭취량과 음식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설계도 단순했습니다. 정상 가격을 지불한 집단과 할인 가격을 지불한 집단을 나눈 뒤, 두 집단의 섭취량과 만족도, 음식 평가를 비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가설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차이에 따른 유의미한 행동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완싱크는 연구를 실패로 인정하고 종료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초기 가설을 폐기한 뒤, 이미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 가능한 새로운 가설”을 찾아보라고 대학원생에게 지시했습니다.
그는 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다시 살펴봤고, 결국 여러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동일한 데이터셋으로 무려 3편의 논문이 작성되었습니다. 주제도 섭취량과 음식 평가의 상관관계, 가격과 만족도의 새로운 패턴, 다양한 섭취 행동 관련 통계 결과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이 글은 결과적으로 완싱크가 데이터 탐색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내는 연구 관행을 스스로 고백한 사례가 되었고, 학계에서는 이를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으로 인식했습니다.
왜 그의 연구는 그렇게 잘 퍼졌을까
완싱크의 연구가 대중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얻은 이유는 주장이 매우 직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접시에 담으면 덜 먹는다”, “군것질거리를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두면 덜 먹는다”, “레스토랑에서 어디에 앉느냐가 주문을 바꾼다” 같은 메시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조언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쉬움이었습니다. 이런 주장은 방송과 기사에 잘 맞습니다. 예를 들어 완싱크는 방송에서 창가에 앉으면 샐러드를 주문할 확률이 높아지고, 구석에 앉으면 디저트를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식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숫자는 과학적 권위를 만들어 주고, 일상적인 경험과도 잘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숫자가 구체적이라고 해서 연구가 견고한 것은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완싱크 사건은 일반 독자에게도 중요한 경고가 됩니다. 어떤 건강 조언이 너무 쉽고, 너무 재미있고, 바로 따라 할 수 있으며, 동시에 구체적인 숫자까지 붙어 있다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합니다. 과학적 진실은 가끔 직관적일 수 있지만, 직관적인 문장이라고 해서 곧 과학은 아닙니다.
완싱크 연구에서 핵심 문제로 지적된 것은 p-hacking, 가설의 사후 변경, 하나의 데이터셋에서 여러 편의 논문을 무리하게 만들어내는 관행이었습니다. p-hacking은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분석해 우연히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분석을 계속하는 방식입니다. 사전에 가설을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끼워 맞추는 행위이므로, 과학적 신뢰성을 크게 훼손합니다.
통계적으로 변수 20개를 분석하면,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에서도 p값 0.05 이하의 결과가 하나쯤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검증된 결론이 아니라 우연에 가깝습니다. 실험 후 데이터를 보고 가설을 새로 설정하는 행위도 같은 문제를 가집니다. 이는 임상시험이 실패한 뒤 특정 소집단에서만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오류입니다. 사전 계획이 없는 분석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데이터셋에서 여러 편의 논문을 무리하게 생산하는 관행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연구의 독창성과 데이터 활용의 정당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국내에서는 흔히 자기표절로 불립니다. 이 블로그 글 이후, 동료 연구자들과 데이터 윤리 전문가들이 완싱크의 논문 전반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재분석과 대표 사례
완싱크의 연구는 이미 정책과 대중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 연구자들이 그의 논문 데이터를 재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실험 조건과 맞지 않는 데이터, 통계적으로 일관성이 없는 수치, 그리고 데이터가 지지하지 않는 결론을 논문에 반영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 단계에서 의혹은 단순한 논쟁이 아닌, 체계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완싱크 연구의 문제를 이해하려면 대표 사례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작은 접시 연구는 프로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가자에게 큰 접시 또는 작은 접시를 무작위로 제공하고, 접시에 담는 간식의 무게를 측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작은 접시가 섭취량을 줄인다는 주장을 시험하기에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나 보도된 재검토 내용에 따르면, 그 차이는 남학생에게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파티라는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된 연구였는데도, 참가자들이 술을 마셨을 가능성 같은 중요한 조건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작은 환경 변화가 음식 섭취에 큰 영향을 준다”는 방향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아이들에게 채소 이름을 흥미롭게 붙이면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연구입니다. 완싱크는 ‘엑스레이 투시 당근’ 같은 이름표가 아이들의 채소 섭취를 늘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정정 과정에서 당시 아이들의 나이와 글자를 읽을 수 있었는지 같은 기본 조건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름표를 읽고 선택한 것인지, 어른이 읽어준 설명에 반응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연구가 말할 수 있는 결론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 두 사례는 완싱크 연구의 핵심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연구 질문은 흥미롭고 생활에 가까웠지만, 데이터와 설계가 결론을 견딜 만큼 단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실천 가능한 다이어트 팁”으로 포장되어 대중에게 빠르게 퍼졌습니다.
논문의 연쇄 철회와 코넬대학교의 대응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완싱크의 논문 중 다수가 공식적으로 철회되었습니다. 2018년 9월 무렵에는 철회 논문 수가 13편으로 보도되었고, 이후에는 15편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철회 사유로는 데이터 보고 오류, 통계적 문제, 원자료 보존 실패, 부적절한 저자 표시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철회된 논문에는 큰 그릇에 담으면 더 많이 먹는다는 주장이나, 급식에서 음식 배치가 섭취량을 결정한다는 연구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결과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정책 입안자와 교육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던 연구들이었기에 파장은 더욱 컸습니다.
완싱크는 당시 Cornell University 산하 Food and Brand Lab의 소장이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학은 공식적인 내부 조사를 실시했고, 2018년 9월 코넬대학교는 완싱크가 연구와 학술 활동에서 연구 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넬이 제시한 문제에는 연구 데이터의 잘못된 보고, 문제가 있는 통계 기법, 연구 결과를 적절히 기록·보존하지 못한 점, 부적절한 저자 표시가 포함되었습니다.
그 결과 완싱크는 사임 의사를 제출했고, 해당 학년도 말에 코넬을 떠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또한 대학은 그를 강의와 연구에서 배제하고, 남은 기간 동안 과거 연구 검토에 협조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미국 대학 사회에서도 매우 이례적이고 강력한 조치였습니다.
완싱크 사건이 남긴 교훈
완싱크의 연구는 식품 정책과 공공 보건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어 왔습니다. 그의 추락은 해당 분야 전반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주었고, 관련 연구와 정책들이 재검토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KISTI의 과학향기 기사에서는 완싱크의 42편 논문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재분석 결과와, 해당 연구들이 25개 학술지와 8권의 책에서 약 3700번 인용되었다는 점을 소개합니다. 이 숫자는 완싱크 사건이 단순히 한 연구자의 커리어 문제가 아니라, 이미 넓게 퍼진 지식의 품질 문제였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책과 조언을 실생활에 적용해 왔던 독자들 역시 연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쉽고 재미있는 설명”이 반드시 과학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점이 다시금 부각되었습니다.
완싱크 사건이 남긴 교훈은 단순합니다. 과학자는 결론보다 과정에 책임을 져야 하며, 데이터를 결론에 맞추는 순간 과학은 설득이 아니라 조작이 됩니다. 흥미롭고 실용적인 연구일수록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저자나 연구자의 명성에 관계없이, 연구 내용 자체를 검토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결론: 한 연구자의 몰락이 남긴 경고
브라이언 완싱크는 한때 식습관 연구의 상징적인 인물이었지만, 연구 윤리를 무시한 대가는 치명적이었습니다. 그의 사례는 신뢰 없는 과학은 결국 붕괴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그의 저서가 다시 번역·출간되고 있다는 점은, 이 사건이 아직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이 점에서 완싱크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교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