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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완싱크와 『Mindless Eating』: 식습관 연구 스캔들의 교훈

발행: 2025-12-26 · 최종 업데이트: 2026-05-06

브라이언 완싱크의 대중적 식습관 연구가 p-hacking, 사후 가설 설정, 논문 철회, 코넬대학교 조사로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비판적으로 정리합니다.

너무 잘 팔리는 과학의 위험

브라이언 완싱크(Brian Wansink)는 한때 음식 선택과 섭취 행동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였습니다. 코넬대학교 Food and Brand Lab을 이끌었고, 『Mindless Eating』 같은 대중서를 통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이 먹는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렸습니다.

그의 연구는 언론이 좋아할 만한 형태였습니다. 작은 접시를 쓰면 덜 먹는다, 음식 이름을 재미있게 붙이면 아이들이 채소를 더 먹는다, 식당의 좌석 위치가 주문을 바꾼다는 식의 결론은 직관적이고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매력에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결론이 많을수록, 그 결론을 만든 데이터와 분석 과정은 더 엄격하게 검증되어야 합니다.

완싱크 사건은 “대중적으로 그럴듯한 건강 조언”이 과학적으로도 견고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블로그 글 하나가 드러낸 연구 관행

논란의 중요한 출발점은 완싱크가 2016년에 올린 「The Grad Student Who Never Said No」라는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그는 무한리필 이탈리안 레스토랑 실험 데이터를 두고,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대학원생에게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며 흥미로운 결과를 찾아보게 했다는 식으로 연구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과학 연구에서 데이터를 탐색하는 일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탐색적 분석에서 나온 우연한 패턴을, 처음부터 검증하려 했던 가설처럼 제시할 때 생깁니다. 이를 흔히 HARKing(Hypothesizing After the Results are Known), 즉 결과를 본 뒤 가설을 세우는 관행이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p-hacking입니다. 여러 변수를 이리저리 조합하고, 하위집단을 나누고, 분석 방식을 바꾸다 보면 아무 효과가 없는 데이터에서도 우연히 p값 0.05 이하의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새로운 단서일 수는 있지만, 독립적인 데이터로 다시 검증되기 전까지는 확정적 결론이 아닙니다.

완싱크의 블로그 글은 연구 부정을 직접 고백한 문서라기보다, 이런 느슨한 분석 문화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준 사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많은 통계학자와 연구자들이 그의 논문들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한두 문장이 아니었다

후속 재분석에서 완싱크 연구의 여러 문제가 지적되었습니다. 실험 조건과 맞지 않는 데이터, 일관되지 않은 수치, 부적절한 통계 분석, 원자료 확인의 어려움, 저자 표시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접시 연구나 학교 급식 연구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결과들도 재검토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논문 안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책, 기사, 방송, 급식 정책, 식품 마케팅 조언으로 번역되어 퍼졌습니다. 따라서 오류가 발견되었을 때의 파장도 컸습니다.

완싱크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틀린 조언을 했다”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약한 증거가 매력적인 이야기로 포장되면, 학술 검증을 충분히 거치기 전에 사회적 상식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넬대학교의 조사와 논문 철회

논란이 커지자 코넬대학교는 완싱크의 연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018년 9월 20일, 코넬대학교 Provost Michael Kotlikoff는 완싱크가 연구와 학술 활동에서 연구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넬이 언급한 문제에는 연구 데이터의 잘못된 보고, 문제가 있는 통계 기법, 연구 결과의 문서화와 보존 실패, 부적절한 저자 표시가 포함되었습니다.

완싱크는 사임 의사를 제출했고, 코넬은 그가 더 이상 강의나 연구를 수행하지 않으며 남은 기간 동안 과거 연구 검토에 협조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논문 철회도 이어졌습니다. 2018년 JAMA 계열 학술지는 완싱크가 저자로 포함된 논문 6편을 철회했습니다. 당시 이 철회는 이미 있었던 여러 철회에 추가된 것이었고, 2018년 10월 기준으로 그의 철회 논문은 13편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후 보도와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더 많은 철회가 언급되지만, 글에서는 특정 숫자를 단정하기보다 “다수의 논문이 철회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왜 완싱크의 연구는 잘 퍼졌나

완싱크의 연구는 대중의 욕구와 잘 맞았습니다. 비만과 과식은 복잡한 문제입니다. 유전, 수면, 스트레스, 소득, 식품 환경, 활동량, 약물, 문화가 모두 얽혀 있습니다. 그런데 “접시를 바꾸면 된다”, “음식을 눈에 안 보이게 두면 된다” 같은 조언은 복잡한 문제를 작고 실행 가능한 행동으로 바꿔줍니다.

이런 조언이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식품 환경은 실제로 섭취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효과의 크기와 재현성, 어떤 사람에게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완싱크의 오류는 환경 단서가 중요하다는 큰 방향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약한 데이터에서 너무 선명한 생활 법칙을 뽑아낸 데 있었습니다.

건강 정보에서 “쉽다”, “재미있다”, “숫자가 구체적이다”는 장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오히려 확인해야 할 지점입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권위를 만들지만, 그 숫자가 사전 계획된 분석에서 나왔는지, 독립적으로 재현되었는지, 원자료가 검토 가능한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

완싱크 사건은 식습관 연구 전체가 무가치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식품 환경과 행동 설계가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더 좋은 연구 설계와 투명한 데이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사건이 남긴 교훈은 분명합니다.

  1. 결론이 흥미로울수록 분석 계획과 원자료가 중요합니다.
  2. 사후 가설은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이지, 검증 완료된 결론이 아닙니다.
  3. 대중 건강 조언은 언론 친화성보다 재현성과 효과 크기를 먼저 봐야 합니다.
  4. 명성과 직관은 과학적 증거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브라이언 완싱크의 몰락은 한 연구자의 실패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건강 정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언론을 통해 어떻게 확산되며, 독자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좋은 과학은 재미있는 이야기보다 느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다루는 지식은 그 느린 검증을 견뎌야 합니다.

References

  1. Cornell Chronicle. Provost issues statement on Wansink academic misconduct investigation. September 20, 2018.
  2. Retraction Watch. JAMA journals retract six papers by food marketing researcher Brian Wansink. September 19, 2018.
  3. van der Zee T, et al. Statistical heartburn: an attempt to digest four pizza publications from the Cornell Food and Brand Lab. BMC Research Notes. 2017;10:837.
  4. Brown AW, et al. Open science prevents mindless science. BMJ. 2018;363:k4309.
  5. JAMA Network. Notice of Retraction: articles by Brian Wansink and coauthors. JAMA Pediatrics. 2018;172(11):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