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에서 일어나는 항원제시의 과정
발행: 2026-01-10 · 최종 업데이트: 2026-01-10
림프절의 구조와 림프구 이동을 바탕으로, 수지상세포·T세포·B세포가 항원을 인식하고 적응면역이 시작되는 항원제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항원제시는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실제로 연결해 주는 핵심 과정이기 때문에, 개념만 간단히 언급하기보다는 림프절이라는 공간 안에서 어떤 세포가 어디로 이동하며 무엇을 하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에서는 앞선 글의 연장선에서, 림프절의 구조 → 림프구의 유입 → T세포와 B세포의 항원 인식 과정을 중심으로 항원제시를 조금 더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림프절의 기본 구조
림프절은 단순한 “림프구 저장소”가 아니라, 면역세포가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기관입니다. 구조적으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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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질 (cortex) : 주로 B세포, 대식세포, 소포수지상세포(FDC)가 존재하며, 이들이 모여 소포(follicle)구조를 형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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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겉질 (paracortex) : T세포가 주로 위치하는 영역이며, 조직에서 이동해 온 수지상세포가 항원을 제시하는 장소입니다. 흔히 “T세포 존”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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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질 (medulla) : 림프구가 림프절을 떠나 혈류나 림프관으로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구획화 덕분에 T세포와 B세포는 필요한 상대만을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2. T세포와 B세포의 림프절 유입 경로
T세포와 B세포는 각각 흉선과 골수에서 만들어진 뒤, 체내 여러 위치로 분산됩니다. 대략적으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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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는 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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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는 피부 등 말초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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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0%는 혈관을 통해 림프절
로 이동합니다.
일반적으로 혈액과 림프액에 있는 세포는 직접 만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림프절에는 예외적인 구조가 존재합니다. 바로 큰키혈관내피세정맥(HEV, high endothelial venule)입니다.
HEV는 모세혈관 이후의 세정맥으로, 내피세포가 길고 두꺼운 형태를 띠며 림프구가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기 쉽도록 다양한 부착 단백질을 발현합니다. 이 덕분에 림프절 하나당 초당 약 3만 개의 림프구가 혈관에서 림프절 내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3. 림프절 내부에서의 림프구 이동 원리
HEV를 통과해 림프절 안으로 들어온 림프구는 먼저 T세포 구역(속겉질)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후 케모카인과 케모카인 수용체의 조합에 따라 이동 경로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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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는 속겉질에 머무르며 수지상세포를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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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세포는 겉질의 소포 영역으로 이동
이러한 이동은 우연이 아니라, 림프절이 만들어 놓은 화학적 길 안내 시스템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됩니다.
4. T세포의 항원 인식과 활성화
미감작 T세포가 림프절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항원 검색입니다.
속겉질에는 섬유모세포 망상세포(FRC)가 만든 그물망 구조가 존재하며, 이 구조를 따라 수지상세포가 배치됩니다.
이 환경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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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상세포는 비교적 고정된 위치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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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는 그 주변을 빠르게 이동하며 스캔
이 구조 덕분에 T세포는 짧은 시간에 매우 많은 수지상세포를 접촉할 수 있습니다.
만약 T세포의 TCR이 수지상세포가 제시한 MHC–펩타이드 복합체와 결합하지 못하면, T세포는 날림프관을 통해 림프절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반대로 항원을 인식한 T세포는 활성화되고, 림프절 안에서 며칠 동안 클론 확장을 거쳐 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5. B세포의 항원 인식은 어떻게 다를까요?
B세포 역시 림프절에서 활성화되지만, 항원 인식 방식은 T세포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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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 반드시 항원제시(MHC 의존적)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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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세포: 가공되지 않은 항원 자체도 인식 가능
B세포는 HEV를 통해 림프절로 들어온 뒤, 서로 다른 케모카인 신호에 의해 겉질의 B세포 소포(follicle)로 이동합니다. 초기 이동에는 FRC의 도움을 받지만, 이후에는 소포수지상세포(FDC)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FDC는 림프절의 구조를 유지할 뿐 아니라, 항원을 장기간 보존하며 B세포에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6. B세포–보조 T세포 협력
B세포가 항원을 인식하면 완전히 활성화되지는 않습니다.
이후 B세포는 항원을 포식·가공해 MHC II에 제시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다시 속겉질(T세포 존)로 이동해 자신이 제시한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 보조 T세포를 찾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우 인상적인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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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하나의 수지상세포에 약 5,000개 이상의 T세포가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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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만 개 중 하나 수준의 희귀한 T세포도 찾아낼 수 있음
이라는 점입니다. 이처럼 림프절은 “확률 게임”을 구조적으로 극복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7. 종자중심과 B세포 분화
보조 T세포의 도움을 받은 B세포는 두 가지 길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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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곧바로 형질세포로 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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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다시 소포로 이동해 종자중심(germinal center)을 형성
종자중심이 없는 소포를 일차 소포,
종자중심이 형성된 소포를 이차 소포라고 부릅니다.
종자중심에서는 B세포가 증식하고, 항체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충분히 분화한 B세포 중 일부는 속질로 이동해 항체를 혈류로 분비하고, 일부는 림프절을 떠나 골수로 이동해 장기 생존 형질세포가 됩니다.
8. 림프절이 붓는 이유
감염 시 림프절이 붓고 아픈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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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로 유입되는 림프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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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절 내부에서 T세포와 B세포가 대량으로 증식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면역반응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9. 항원의 림프절 유입 경로
항원과 항원제시세포는 들림프관을 통해 림프절로 들어오고, 날림프관을 통해 나가게 됩니다.
T세포로의 항원 전달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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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수지상세포가 항원 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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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상세포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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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림프관을 통해 림프절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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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겉질(T세포 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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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C 구조에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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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특이적 T세포 탐색
B세포로의 항원 전달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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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소닌화된 항원이 들림프관으로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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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막하동 대식세포(SCSM)가 항원 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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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체수용체를 통해 항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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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C가 항원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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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특이적 B세포가 항원 인식
10. 종자중심에 대한 최근 이해
과거에는 종자중심을 단일 B세포 클론의 대량 증식 장소로 생각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세포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구조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종자중심의 B세포 역시 수지상세포처럼 긴 돌기를 가진 능동적인 상호작용 세포라는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마무리
항원제시는 단순한 “보여주기” 과정이 아니라,
림프절이라는 공간 구조와 세포 이동, 신호 교환이 정밀하게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왜 면역반응이 빠르면서도 정확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쿠비 면역학 8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