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피로는 실제 질병일까? 부신피질 관점에서 다시 보는 논쟁
발행: 2026-03-04 · 최종 업데이트: 2026-03-05
코르티솔은 부신 전체가 아니라 부신피질에서 만들어진다. adrenal fatigue 논쟁을 부신피질 기능저하, HPA 축, 만성피로 연구와 함께 정리한다.
부신피로라는 개념은 왜 널리 퍼졌을까
부신피로(adrenal fatigue)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부신(adrenal gland)이 지쳐 코르티솔(cortisol)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하고, 그 결과 피로와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는 가설입니다.
이 설명은 직관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피로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건강 서적과 일부 의료 영역에서는 부신피로를 하나의 질병처럼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 내분비학에서는 이 개념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부신피로를 주장하는 이론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생리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를 분석한 체계적 검토에서는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과 건강한 사람 사이에서 코르티솔 분비 패턴에 명확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분비학계에서는 부신피로를 질병이라기보다 설명 모델에 가까운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용어 정리: "부신"보다 "부신피질"이 더 정확합니다
이 주제에서 가장 먼저 정리할 점은 해부학 용어입니다.
- 부신피질(adrenal cortex): 코르티솔, 알도스테론, 안드로겐 생성
- 부신수질(adrenal medulla):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노르에피네프린 생성
즉, 피로 논쟁에서 핵심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부신 전체"가 아니라 부신피질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부신이 지쳤다"는 표현보다 "부신피질 기능저하가 있는가"를 묻는 편이 의학적으로 정확합니다.
실제 존재하는 질환: 부신피질 기능저하(Adrenal insufficiency)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신 기능 저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신피질 기능이 실제로 저하되는 질환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 원발성 부신기능저하(애디슨병): 부신피질 자체 문제
- 이차성/삼차성 부신기능저하: 뇌하수체(ACTH) 또는 시상하부(CRH) 문제
이 경우 코르티솔은 실제로 낮게 측정되며, 필요 시 ACTH 자극검사 같은 표준 검사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부신피로에서 주장하는 상태는 이와 다릅니다. 부신피로는 일반적인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만성 스트레스 때문에 부신 기능이 부분적으로 약해졌다고 가정하는 개념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이러한 상태가 생리학적으로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부신피로가 의학계에서 논쟁적인 이유입니다.
부신피로 대신 등장한 HPA 축 개념
부신피로라는 표현이 과학적으로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부 연구자들은 보다 넓은 개념을 사용합니다. 그것이 바로 HPA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입니다.
HPA 축은 다음 세 기관으로 구성된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입니다.
시상하부(hypothalamus)
뇌하수체(pituitary gland)
부신(adrenal gland)
이 시스템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 분비를 조절하며 면역계와 신경계에도 영향을 줍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만성 스트레스나 정신 질환, 또는 만성 피로 상태에서 HPA 축 조절의 미묘한 변화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것이 부신피로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연구에서는 HPA 축의 변화가 일부 질환에서 관찰될 수 있다는 정도만 확인되었을 뿐, 이를 독립적인 질병으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HPA 축 조절 변화는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부신피질이 피로해졌다"는 진단명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 실제로 인정된 질환
부신피로와 자주 혼동되는 질환이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CFS)입니다. 최근에는 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ME/CFS)이라는 이름도 함께 사용됩니다.
이 질환은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질병이며, 특정한 임상 진단 기준이 존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질환의 원인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연구에서는 여러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경 염증
면역계 이상
자율신경 기능 이상
에너지 대사 이상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신경 염증(neuroinflammation)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doi.org/10.3389/fneur.2022.877772
이 그림에서 등장하는 시상하부 실방핵(paraventricular nucleus, PVN)은 HPA 축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만성 염증이나 신경계 변화가 이 영역에 영향을 미치면 스트레스 반응과 자율신경 기능이 함께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 때문에 피로와 관련된 질환을 단순히 부신 문제로 설명하기보다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이상과 피로
또 하나 중요한 연구 분야가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입니다.
자율신경계는 심장 박동, 체온 조절, 혈압 조절, 소화 기능 같은 무의식적인 생리 기능을 담당합니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
심박수 변화
체온 조절 문제
만성 피로
특히 기립성 빈맥 증후군(Postural Orthostatic Tachycardia Syndrome, POTS)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서 비교적 자주 발견됩니다. 이러한 연구는 피로가 단순한 호르몬 문제라기보다 신경계 조절 문제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코로나 이후 증가한 피로 연구
최근 피로 연구가 크게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COVID-19) 이후 나타난 롱코비드(long COVID) 때문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감염 이후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경험했습니다.
만성 피로
인지 기능 저하
두통
자율신경 이상
일부 연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톨유사수용체 4(Toll-like receptor 4, TLR4)를 통해 염증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시되었습니다.

TLR4는 면역세포뿐 아니라 신경세포에서도 발견됩니다. 따라서 면역 반응이 신경계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제 인간에서 동일한 기전이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결론: 부신피로보다 중요한 질문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부신피로(adrenal fatigue)**는 의학적으로 확립된 질병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피로 증상이 단순한 심리적 문제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최근 연구들은 피로가 다음과 같은 여러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면역계
신경계
내분비계
자율신경계
따라서 피로를 단순히 부신 문제로 설명하기보다는,
부신피질 기능저하 같은 확립된 질환은 표준 검사로 구분하고,
그 외 피로는 보다 복잡한 생리학적 네트워크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한 용어가 아니라 환자의 실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모델을 찾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Cadegiani, Flavio A., and Claudio E. Kater. “Adrenal fatigue does not exist: a systematic review.” BMC Endocrine Disorders, vol. 16, 2016. https://doi.org/10.1186/s12902-016-0128-4
Tate, Warren, et al. “Molecular mechanisms of neuroinflammation in ME/CFS and long COVID to sustain disease and promote relapses.” Frontiers in Neurology, vol. 13, 2022. https://doi.org/10.3389/fneur.2022.877772
Fontes-Dantas, Fabricia L., et al. “SARS-CoV-2 Spike protein induces TLR4-mediated long-term cognitive dysfunction recapitulating post-COVID-19 syndrome in mice.” Cell Reports, vol. 42, no. 3, 2023. https://doi.org/10.1016/j.celrep.2023.112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