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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코비드와 TLR4: 왜 코로나 후유증은 쉽게 끝나지 않는가

발행: 2026-02-03 · 최종 업데이트: 2026-02-03

롱코비드의 병태생리를 TLR4 중심의 선천면역 관점에서 살펴보고, 지속되는 염증과 면역 조절 실패의 의미를 정리합니다.

롱코비드(Long COVID)와 TLR4: 선천면역 관점에서 다시 보기

최근 여러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후유증, 즉 롱코비드(Long COVID)의 병태생리에 TLR4(toll-like receptor 4)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TLR4는 원래 세균의 독소인 LPS(lipopolysaccharide)를 인식하는 선천면역 수용체로, 활성화될 경우 매우 강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반응이 짧고 정확하게 끝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롱코비드란 무엇인가

코로나19 감염 이후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롱코비드 후유증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증상으로는 극도의 피로감, 호흡 곤란, 후각 상실, 근육 통증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이른바 ‘뇌 안개’), 가슴 통증이나 답답함, 불면, 심계항진, 어지러움, 손발 저림, 관절 통증, 우울감과 불안, 이명이나 귀 통증, 구토·설사·복통·식욕 저하와 같은 소화기 증상, 발진, 두통, 인후통, 미각 변화 등 매우 다양한 증상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롱코비드는 특정 장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면역·신경·대사 이상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태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TLR4의 연결 고리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과 TLR4의 상호작용 모식도
그림 1.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과 TLR4의 상호작용 모식도. 출처: Zhao et al., 2021, Frontiers in Immunology

SARS-CoV-2는 ACE2 수용체를 통해 세포에 침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와 별개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이 TLR4 신호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COVID-19 환자에서는 TLR4 매개 염증 신호가 과도하게 항진되어 임상적으로는 세균성 패혈증과 유사한 면역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가 면역계에는 LPS와 유사한 위험 신호로 인식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후 발표된 여러 연구들은 TLR4가 급성기 중증 반응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염증 반응이 정상적으로 종료되지 못한 채 장기간 지속되는 상태, 즉 롱코비드의 중요한 배경 기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동물 연구에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의해 유도된 TLR4 신호가 장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코로나 후유증의 실험적 모델로 제시했습니다.

왜 ‘지속되는 염증’이 문제가 되는가

TLR4 신호는 원래 병원체 제거 이후 빠르게 종료(resolution)되어야 하지만, 자극이 반복되거나 염증 종료를 담당하는 조절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면역 반응이 스스로 꺼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염증은 고강도의 급성 반응이 아니라 저강도이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염증 상태로 전환되며, 이러한 염증은 신경계와 근육,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누적 손상을 주어 피로, 인지 저하, 통증과 같은 롱코비드 증상을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한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롱코비드는 ‘면역 문제’인가

물론 롱코비드의 원인을 TLR4 하나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바이러스 잔존, 자가면역 반응, 미세혈관 손상, 대사 이상 등 여러 기전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특징은 면역 반응이 정상적으로 끝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연구자들은 코로나19와 만성피로증후군(CFS/ME) 사이의 연관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가설 수준에 머물렀던 논의가 팬데믹 이후에는 임상적으로 무시하기 어려운 사례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면역을 올리는 것”이 해답일까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롱코비드의 문제가 면역이 약해서가 아니라 면역 반응이 잘못 켜지고 제대로 꺼지지 않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면역을 올린다는 접근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며, 보다 적절한 표현은 면역 반응의 강도보다 조절과 종료(resolution)의 실패가 핵심 문제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조건적인 면역 증강이 아니라 면역 반응이 정상적인 방향과 시간 안에서 정리되도록 돕는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손상이 발생한 이후의 현실적인 한계

만약 롱코비드가 급성기 면역 반응 조절 실패의 결과라면, 감염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이미 신경계나 조직에 손상이 누적된 이후에는 어떤 접근이든 회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으며,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조직 회복 과정에도 면역세포가 관여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면역 환경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안정화하는 관리가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근거가 부족한 접근들에 대한 문제

일부 콘텐츠에서는 롱코비드에 붕어운동과 같은 니시요법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요법들은 롱코비드의 면역학적 기전을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검증 가능한 임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복잡한 면역·신경 문제를 다루기에는 과학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맥주효모와 베타글루칸을 동일시하는 주장도 흔히 보이는데, 맥주효모는 저가의 영양 보충 원료인 반면 베타글루칸은 특정 구조를 정제·추출한 면역 조절 성분으로, 맥주효모가 베타글루칸의 원료가 될 수는 있어도 맥주효모 자체가 베타글루칸 제품은 아닙니다. 이 둘을 같은 효과로 설명하는 것은 면역 기전에 대한 개념적 혼동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며

종합하면 롱코비드는 단순한 후유증이 아니라 선천면역, 특히 TLR4 매개 염증 신호의 조절 실패와 관련된 복합적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핵심 문제는 염증의 세기보다 종료되지 않는 지속성이며,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개념 혼동에 기반한 접근은 실질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면서 면역 반응의 조절과 회복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하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