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대식세포는 항원을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가: Unanue와 Askonas의 1968년 고전 연구

발행: 2026-01-01 · 최종 업데이트: 2026-01-01

1968년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실린 Unanue와 Askonas의 논문을 통해, 항원 처리와 면역원성 지속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정리합니다.

A Modification of Jerne’s Theory of Antibody Production Using the Concept of Clonal Selection
Emil Unanue, Bridget Askonas · J.Exp.Med. · 1968
대식세포가 항원의 면역원성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가에 대한 논문.
에밀 우나누에
그림 1. 에밀 우나누에, 대식세포가 항원을 빨리 분해하지만 항원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질문의 출발점: 대식세포는 무엇을 하는가

바로 1년 전인 1967년, Don Mosier의 연구를 통해 대식세포가 없으면 림프구는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식세포는 실제로 무엇을 하는가?
림프구에게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가?”

당시까지 비교적 분명했던 사실은, 항체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세포는 림프구가 분화한 형질세포(plasma cell)라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식세포의 역할은 여전히 막연했습니다.
단순히 항원을 먹어치우는 “청소부”인지, 아니면 면역 반응을 설계하는 능동적 세포인지가 불분명했던 시기입니다.

이 질문에 접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Mishell과 Dutton, 그리고 Jerne의 플라크 분석(plaque assay)으로 대표되는 in vitro 면역반응 측정 시스템의 등장이 있었습니다.

연구자들: Unanue와 Askonas

이 연구는 영국 런던 Mill Hill에 위치한 National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에서 수행되었습니다.

Emil Unanue는 쿠바 출신으로, 1960년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연구 경력을 쌓은 인물입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었고, 이후 항원제시(antigen presentation) 개념을 확립한 중심 인물로 자리 잡게 됩니다.

Bridget Askonas는 그보다 약 10살 연상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변 속에서 유럽을 떠나 캐나다와 영국에서 학문적 기반을 다졌습니다. 단백질 화학과 생화학에 탄탄한 배경을 가진 그녀는
전통적인 in vivo 면역학과 새롭게 부상하던 in vitro 접근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핵심 질문: 항원은 얼마나 오래 ‘항원’으로 남는가

당시 이미 알려진 사실은 다소 모순적으로 보였습니다.

  • 대식세포는 항원을 빠르게 포식한다

  • 포식된 항원은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된다

  • 그런데도 대식세포는 오랫동안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Unanue와 Askonas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대식세포가 항원을 집어삼킨 뒤,
그 항원이 림프구에게 여전히 ‘면역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들은 매우 면역원성이 강한 항원인 헤모시아닌(hemocyanin)을 선택합니다. 오징어에서 유래한 이 거대 단백질은 분자량이 수백만에 달하며, 표면에 항체가 결합할 수 있는 에피토프(epitope)가 매우 풍부합니다.

실험 전략: in vitro와 in vivo의 연결

이 논문의 특징은 in vitro 실험과 in vivo 면역반응을 직접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마우스 복강에 단백질 분해물(proteose peptone)을 주사해 대식세포를 대량으로 유도합니다. 3일 후 복강에서 회수한 세포의 대부분은 대식세포였으며, 이를 배양해 헤모시아닌을 섭취하도록 합니다.

이후 일정 시간 동안 배양한 대식세포를 마우스에 주사해 면역계를 프라이밍(priming)하고, 3주 뒤 자유 형태의 헤모시아닌을 다시 주사해 2차 면역반응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합니다.

항체 생성 여부는 헤모시아닌을 적혈구에 결합시킨 뒤 혈청에 의해 적혈구가 응집되는지를 보는 혈구응집(hemagglutination) 분석으로 측정했습니다.

항원은 빠르게 분해되지만, 면역원성은 오래간다

헤모시아닌의 분해 속도를 추적하기 위해 이들은 항원에 I-131을 표지해 방사성 추적자로 사용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 대식세포는 항원을 섭취한 뒤 2–3시간 내에 약 80%를 분해했습니다

  • 5시간 후에는 초기 방사능의 약 10%만이 세포 내에 남아 있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적으로 약 21시간 지난 후의 대식세포가 전달한 면역반응은 최소 2주 동안유지되었습니다. (말이 어려운데, 2차 면역을 2주 후에 접종해도 그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Table I. 대식세포에 의해 섭취된 I¹²⁵I–MSH의 운명 (단순화된 통합 표)

배양 시간 (hr)Cell-associatedTotal MSH (%)Tissue culture fluidTotal MSH (%)
01000
220–3070–80
4–59–1486–91
219–1486–91
실험결과
그림 2. ¹²⁵I로 표지된 MSH를 생체 내에서 섭취한 뒤 얻은 대식세포를, 그래프의 가로축(abscissa)에 표시된 시간 동안 조직배양에 두었다. 곡선은 2×10⁷개의 세포에 포함된 MSH의 비율을 나타낸다. 여기서 100%는 배양을 시작하기 직전 세포에 존재하던 방사능량에 해당한다. 막대(bar)는 <b>혈구응집 항체가</b>(hemagglutination titer)를 나타낸다. 3×10⁶개의 대식세포를 동계(syngeneic) 마우스에 이식한 뒤, 3주 후 용해된 MSH 1 µg으로 재자극(challenge)하고, 8일 뒤 혈청을 채취하였다.

즉, 대식세포 안에 남아 있는 항원은 극히 소량이었지만, 그 소량만으로도 림프구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개념의 탄생: antigen processing

논문 토의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대식세포의 면역원성은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되며,
그 시점에 세포 안에 남아 있는 항원의 양은 극히 적다.”

이 문장은 이후 면역학의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항원이 단순히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어디에, 어떻게 보존·가공되는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싹튼 것입니다.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개념이 바로 항원 처리(antigen processing)이며, 이는 곧 항원 제시(antigen presentation)라는 개념으로 발전합니다.

왜 이 논문이 고전인가

이 연구는 대식세포를 단순한 포식 세포가 아니라, 항원을 선택적으로 보존하고, 그 항원을 가공해, 오랜 시간 동안 림프구를 준비시키는 면역 반응의 조절자로 재정의했습니다.

20세기 전반부의 면역학이 “항체” 중심이었다면, 1960년대 후반부터는 “세포가 어떻게 서로 대화하는가”로 질문이 이동합니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전환의 한가운데에 놓인 연구입니다.

관련 글

참고문헌

  1. Unanue, Emil R., and Brigitte A. Askonas. "Persistence of immunogenicity of antigen after uptake by macrophages." The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27.5 (1968): 915-926. 논문 링크

  2. Mosier, Donald E. "A requirement for two cell types for antibody formation in vitro." Science 158.3808 (1967): 1573-1575. 논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