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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속 ‘면역 사막’을 깨우다: 초음파로 면역 오아시스를 만드는 새로운 면역항암 전략

발행: 2026-02-08 · 최종 업데이트: 2026-02-08

암 조직 내부의 면역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IST 연구진이 개발한 초음파 기반 국소 면역 활성화 기술의 과학적 의미와 임상적 가능성을 정리합니다.

요약

암 조직 내부는 면역세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면역 사막’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초음파로 암 조직을 국소적으로 파괴하고, 면역보조제를 함께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암 내부에 면역 반응이 살아나는 지점, 이른바 ‘면역 오아시스’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기술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초음파와 gel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면역을 단순히 “세게 켜는 것”이 과연 최선의 해법인지에 대해 차분히 살펴봅니다.

암 속 ‘면역 오아시스’라는 발상은 무엇을 해결하려는가

— 초음파, 면역,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질문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암 조직 내부의 이른바 ‘면역 사막(immune desert)’을 깨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발표했습니다. 암 조직 안에 면역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음파와 면역 활성 물질을 결합해 암 내부에 ‘면역 오아시스(Immunoasis)’를 만든다는 전략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를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소개했습니다.

기사의 핵심 메시지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암 조직은 면역세포가 잘 들어가지 못하고, 설령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암 내부만을 국소적으로 자극해 면역 반응이 살아나는 지점을 인위적으로 만들자는 발상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면역 오아시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배경입니다.

면역오아시스
그림 1. 면역오아시스: 초음파와 면역 활성 물질을 결합해 암 조직 내부에 면역 반응이 일어나는 지점을 만드는 개념도. 출처: KIST 보도자료

이 접근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기술이 무엇을 실제로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아직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면역 사막이라는 문제 제기 자체는 타당합니다

고형암, 특히 면역항암제 반응이 낮은 암들은 흔히 ‘면역 사막’이라고 불립니다. 암 조직 내부에 T세포가 거의 없거나, 있어도 무력화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신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면, 면역은 전신에서 흔들리지만 정작 암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암 조직 내부 환경 자체를 바꾸자”는 발상은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실제로 최근 면역종양학의 흐름도 단순히 면역세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종양 미세환경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신 면역을 흔드는 대신, 암 내부 특정 지점에만 면역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겠다는 점입니다.


이 기술의 구조: 초음파 + gel + 면역보조제

연구에서 사용한 전략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면역보조제(R848)를 담은 gel을 암 조직 내부에 직접 주사합니다. 이 gel은 일종의 저장소 역할을 합니다. 그 다음, 외부에서 초음파를 조사합니다. 이 초음파는 열로 암을 태우는 방식이 아니라, 물리적 충격으로 조직을 부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암 조직이 파괴되면서 항원과 손상 신호(DAMP)가 방출되고, 동시에 gel도 함께 깨지면서 그 안에 있던 면역보조제가 주변으로 퍼집니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암 조직 내부에 면역세포가 모이고,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좋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언론 기사에서는 이를 “암 속에 면역 오아시스를 만든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더 중요한 질문: 면역을 ‘세게’ 켜는 것이 항상 좋은가

이 지점에서 한 단계 더 중요한 문제가 등장합니다.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면역을 강하게 켜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초음파로 조직을 부수고, 강한 면역 활성 신호를 함께 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면역은 단순히 “켜면 좋은 시스템”이 아닙니다. 특히 암 주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강한 염증성 자극과 조직 파괴는, 상황에 따라 종양 세포의 이동성과 전이를 촉진할 가능성도 함께 내포합니다. 조직이 부서지고, 혈관 투과성이 높아지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하면, 면역이 이기기 전에 종양 세포가 퍼질 여지도 생깁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탐식작용(phagocytosis)**입니다. 죽은 세포와 파편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치우느냐에 따라, 면역 반응은 ‘정리’로 이어질 수도 있고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탐식이 충분히 빠르면 국소에서 정리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파편이 혈류나 림프계로 흘러갈 위험도 생깁니다.

이 연구에서는 탐식작용 자체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면역 활성 신호를 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정리 과정까지 설계에 포함되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면역 오아시스’라는 말이 주는 인상과 한계

‘면역 오아시스’라는 표현은 직관적이고 인상적입니다. 사막 같은 암 조직 안에 면역이 살아 있는 지점을 만든다는 비유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가립니다.

오아시스는 고정된 장소입니다. 하지만 면역은 흐름입니다. 면역 반응은 켜지고, 작동하고, 반드시 꺼져야 합니다. 오아시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 오아시스가 어떻게 사라지고 정상화되는지까지 포함하지 않으면 완전한 면역 설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점에서 ‘면역 오아시스’는 새로운 면역 이론이라기보다는, 특정 기술 조합을 설명하기 위한 이름에 가깝습니다. 개념으로서 일반화되기에는 아직 이론적 내용이 충분히 축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대와 함께 남는 질문들

이 연구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암 내부 환경을 바꾸려는 시도, 국소 면역 자극이라는 발상, 물리적 에너지를 면역 설계에 결합한 점은 모두 흥미롭습니다. 면역항암 치료가 더 이상 단순한 약물 투여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과 시간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다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질문도 남습니다.

  • 이 기술의 핵심은 gel인가, 초음파인가

  • 면역을 켜는 것과 면역을 안전하게 끝내는 것 중 무엇을 더 고민했는가

  • 복잡한 기술 구조가 임상에서 감당할 만한 이점을 주는가

  • 탐식과 면역 종결이라는 요소는 왜 설계에서 빠져 있는가

이 질문들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질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암을 면역으로 치료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문제는 “면역을 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면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변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면역이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섬세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면역 오아시스를 만드는 일은 시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오아시스가 폭풍이 되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과제입니다.


추가 정보

이 연구에 사용한 **면역보조제(adjuvant)**는 면역세포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수용체, 즉 TLR7/8에 결합하는 물질입니다. 따라서 이 물질이 면역세포에 작용하려면 반드시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부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사용한 gel은 초음파에 의해 물리적으로 파괴될 뿐, 초음파를 인식하거나 반응하는 능동적인 전달체는 아닙니다. gel이 깨지면서 면역보조제가 주변으로 퍼지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초음파가 gel을 ‘활성화’해 면역보조제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특별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이 gel은 초음파를 인식하는 스마트 물질이 아니라, 파괴에 동반되는 저장소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로, TLR7/8은 흔히 안전한 수용체처럼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적절히 조절된 조건에서는 TLR4가 오히려 더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수용체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TLR4를 떠올리면 곧바로 LPS와 패혈증을 연상하지만, 현재는 그 위험성이 상당 부분 분리·조절되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세포막에 존재하는 TLR4를 활용한 접근과의 비교 자료가 있었다면 이 연구의 설득력은 더 높아졌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면역반응을 이야기할 때 탐식작용(phagocytosis)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세포와 조직 파편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느냐에 따라, 면역반응은 치료로 이어질 수도 있고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탐식작용 자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제한적이지만, 한 번의 연구에서 모든 요소를 다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후속 연구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여 생각해볼 점: 생존률 개선은 얼마나 컸을까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점이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보고된 결과를 보면, 면역 반응의 활성이나 종양 억제 효과는 분명 관찰되었지만, 전체 생존률(survival)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림 2. 면역 오아이스 연구 결과 중 일부. 면역 반응은 관찰되었지만, 전체 생존률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출처: Kim et al., Advanced Materials (2025)

이는 이 기술이 실패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현재 단계의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암을 국소적으로 파괴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장기 생존의 뚜렷한 향상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는 뜻입니다. 보통 동물 실험에서는 어렵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완전관해까지 나오도록 실험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임상 단계의 많은 면역항암 연구들이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종양 크기 감소나 면역세포 유입은 관찰되지만, 면역 반응이 충분히 오래 유지되지 않거나, 전체 질병 진행을 완전히 바꾸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연구 역시 “면역을 켜는 데까지는 도달했지만, 그 효과를 지속시키고 정리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점은 오히려 이 연구의 성격을 더 분명히 해줍니다. 이 기술은 완성된 치료법이라기보다는, 암 내부 환경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술적 시연에 가깝습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이 국소적 면역 반응을 어떻게 확장하고, 유지하고, 안전하게 종결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논문

  1. Kim, Sung Hoon, et al. "Remote‐Controllable Immune‐Priming Spot Formation Via Nanocomplexed Hydrogel‐Assisted Histotripsy: Immunoasis." Advanced Materials (2025): e18245. 링크

  2. 암 속 ‘면역 사막’에 면역 오아시스를 만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