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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t-1⁺ T세포는 무엇을 막고 있었는가: 사카구치의 1982년 자가면역 난소염 실험

발행: 2026-01-09 · 최종 업데이트: 2026-01-09

1982년 사카구치는 정상 면역계에서 Lyt-1⁺ T세포가 제거되면 자가면역성 난소염이 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체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 논문은 자가면역을 ‘공격의 과잉’이 아닌 ‘조절의 결핍’으로 이해하게 만든 전환점이다.

Study on cellular events in post-thymectomy autoimmune oophoritis in mice. II. Requirement of Lyt-1 cells in normal female mice for the prevention of oophoritis
Shimon Sakaguchi 외 ·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 1982
정상 성체 면역계에서 Lyt-1⁺ T세포가 존재해야 자가면역성 난소염이 억제되며, 이 세포가 결핍되면 면역 재구성 후에도 난소 자가면역이 발생할 수 있음을 증명한 연구.

이 논문이 던진 질문

자가면역 질환은 흔히 “면역계가 너무 강해져서 생기는 병”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1982년 사카구치 시몬의 이 논문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상 면역계에는 자가면역을 막고 있는 세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질문은, 추상적인 논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세포 제거 실험으로 검증됩니다.

당시 배경: 억제 T세포 개념의 붕괴 직후

1980년대 초반은 면역학적으로 미묘한 시기였습니다. 1960~70년대에 제안되었던 ‘억제 T세포(suppressor T cell)’ 개념은 실험 재현성 문제로 신뢰를 잃고 있었고, 다수의 연구자들은 “면역을 억제하는 전용 세포가 정말 존재하는가”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실험적 사실은 남아 있었습니다. 흉선 절제(d3Tx) 마우스에서는 면역결핍과 함께 자가면역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사카구치는 이 모순에서 출발합니다. 자가면역은 면역이 약해져서 생긴 ‘부작용’이 아니라, 자가반응을 억제하던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수 있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실험 설계의 핵심 아이디어

이 논문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 정상 면역계에 존재하는 T세포 아형 중

  • 특정 집단을 선택적으로 제거했을 때

  • 자가면역 억제가 무너지는가를 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카구치는 당시 T세포 표면 항원으로 널리 사용되던 Lyt-1마커에 주목합니다. (Lyt-1은 오늘날 마우스 CD5로 알려진 분자입니다.)

실험 1: Lyt-1⁺ T세포의 선택적 제거

정상 성체 마우스에서 비장 세포를 분리한 뒤, 항-Lyt-1 항체, 보체(complement)를 이용해 Lyt-1⁺ T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이 전체 T세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아형만 제거했다는 점입니다. 즉, 면역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실험이 아니라, 정상 면역계의 구성 요소 하나를 정밀하게 덜어낸 조작이었습니다.

실험 2: 면역 재구성과 생체 반응 관찰

이렇게 조작된 T세포 집단을

  • 흉선 절제 마우스(post-thymectomy mouse)
    에 주입해 면역계를 재구성했습니다.

이 방식은 “어떤 세포가 실제 생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검증하는 고전적인 면역학 실험입니다.

이후 연구진은 수주에 걸쳐 마우스를 관찰하며,

  • 전신 상태

  • 생존

  •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난소 조직의 병리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결과: 난소 자가면역은 억제되지 않았다

결과는 매우 명확했습니다.

  • Lyt-1⁺ T세포가 포함된 T세포 집단으로 재구성한 경우
    → 자가면역성 난소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Lyt-1⁺ T세포가 제거된 T세포 집단으로 재구성한 경우
    → 난소에 림프구 침윤과 조직 파괴가 동반된 자가면역성 난소염(oophoritis)이 발생했습니다.

이 차이는 우연이나 개체차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일관되었습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것

이 실험은 단순히 “Lyt-1⁺ T세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논문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1. 정상 면역계에는 자가면역을 억제하는 T세포 아형이 존재한다.

  2. 이 아형이 결핍되면, 면역계는 완전히 약해지지 않아도 자가조직을 공격할 수 있다.

  3. 따라서 자가면역의 원인은 ‘공격 세포의 과잉’이 아니라 조절 세포의 결핍일 수 있다.

이 관점은 이후 면역학의 언어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됩니다.

왜 ‘난소염’이 중요한가

이 논문이 난소염에 집중한 이유도 중요합니다. 난소는 생식기관으로서 자가항원이 풍부하면서도 평소 면역 공격을 받지 않는 조직입니다.

즉, 난소 자가면역은

  • 면역계가 스스로를 얼마나 정교하게 억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 매우 민감한 지표였습니다.

사카구치는 이 장기를 통해, 정상 상태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특정 세포가 빠지는 순간 무너지는 균형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결론: 자가면역은 ‘면역의 실패’가 아니라 ‘조절의 실패’다

1982년 이 논문에서 사카구치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개념도, 분자 표지도 아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분명히 말합니다.

면역계가 정상으로 보이더라도, 자가면역을 막는 특정 세포가 없으면 면역은 스스로를 공격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자가면역을 이해하는 관점을 힘의 문제에서 균형의 문제로 이동시킨 첫 번째 실험적 증거중 하나였습니다.

관련 글

관련 문헌 (MLA)

Sakaguchi, Shimon, et al. “Study on Cellular Events in Post-Thymectomy Autoimmune Oophoritis in Mice. II. Requirement of Lyt-1 Cells in Normal Female Mice for the Prevention of Oophoritis.”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vol. 156, no. 6, 1982, pp. 1577–1586.

Sakaguchi, Shimon. “Naturally Arising CD4⁺ Regulatory T Cells for Immunologic Self-Tolerance.” Annual Review of Immunology, vol. 22, 2004, pp. 531–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