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제너와 백신의 탄생: 우두에서 백시니아까지
발행: 2025-12-17 · 최종 업데이트: 2025-12-17
1796년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 접종 실험과 백시니아 백신의 기원을 통해 살펴보는 인류 최초의 면역 기술
1. 에드워드 제너(1796) — 우두와 백시니아의 기원: 인류가 길들인 첫 번째 바이러스
핵심 요약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는 1796년, 소의 우두(cowpox)에 감염된 사람이 치명적인 천연두(smallpox)에 걸리지 않는다는 경험적 관찰을 최초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입증한 인물입니다. 그는 우두 병변에서 얻은 물질을 인체에 접종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면역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 실험은 이후 ‘백신(vaccine)’이라는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 발견을 토대로 발전한 백시니아(vaccinia) 바이러스 백신은,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완전 박멸에 성공한 감염병인 천연두를 종식시킨 결정적 도구가 되었습니다.
시대적 배경
18세기 후반의 유럽에서 천연두는 가장 공포스러운 전염병이었습니다. 감염자의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흉터를 남겼으며, 생존하더라도 시력 상실이나 만성 합병증이 흔했습니다.
당시 시행되던 유일한 예방 수단은 종두(variolation)였습니다. 이는 천연두 환자의 병변에서 얻은 고름을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하는 방법으로, 일정 수준의 예방 효과는 있었으나 실제 천연두 발병과 사망을 유발할 위험이 상존했습니다. 또한 새로운 감염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사회적 저항도 컸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너는 농촌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한 가지 경험적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젖소를 돌보는 여성들, 특히 젖을 짜는 노동자들 가운데 우두에 한 번 걸린 사람은 이후 천연두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관찰이었습니다.
제너는 이 현상을 미신이나 민속적 믿음으로 치부하지 않았고, 자연 속에 존재하는 면역의 원리가 아닐지 진지하게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의 과정
1796년 5월 14일, 제너는 젖 짜는 여성 사라 넬름스(Sarah Nelmes)의 손에 형성된 우두 병변에서 수포 내용을 채취했습니다. 그는 이를 8세 소년 제임스 핍스(James Phipps)의 팔에 접종했습니다.
소년은 접종 부위의 국소 염증과 경미한 발열 외에는 특별한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며칠 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약 6주 후, 제너는 보다 निर्ण निर्ण적인 시험을 감행했습니다. 당시 통상적인 예방법이던 천연두 종두를 같은 소년에게 시행한 것입니다. 만약 기존 이론이 틀렸다면, 이는 실제 천연두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끝내 천연두 증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를 통해 제너는 우두 감염이 천연두에 대한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제너는 이 실험과 후속 관찰을 정리하여 1798년 「An Inquiry into the Causes and Effects of the Variolae Vaccinae」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a에서 착안해, 이 새로운 예방 개념을 ‘백신(vaccine)’이라 명명했습니다.
결과와 확산
제너의 방법은 단일 사례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반복 실험을 수행했고, 일관된 보호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이 방식은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나폴레옹은 프랑스군 전체에 접종을 명령할 정도로 그 효용을 인정했습니다.
제너는 논문에서 “소의 우두는 인간의 체질을 천연두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고 기록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용어로 표현하면, 병원성이 약한 연관 바이러스가 면역 기억을 형성해 치명적 감염을 차단한다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포착한 선언이었습니다.
과학적 의의와 백시니아의 등장
제너 사후에도 우두 백신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계대 배양되며 사용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자연 변이와 선택 압력을 거치며 점차 원래의 우두(cowpox)와는 다른 특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 분자생물학적 분석과 21세기 초의 유전체 연구를 통해, 전 세계에서 사용된 백신 바이러스인 백시니아(vaccinia)는 제너가 처음 사용한 우두보다 말두(horsepox) 계열 바이러스와 더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제너의 발견이 오류였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계에서 작동하는 면역 원리를 인간이 반복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백신 바이러스가 보다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결과적으로 인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나의 바이러스를 선택하고 길들이는 방향으로 진화의 경로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정리
에드워드 제너는 바이러스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라,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하던 면역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이었습니다.
소에서 시작된 작은 병변은 세기를 거쳐 백시니아라는 새로운 형태로 정제되었고, 마침내 천연두라는 인류 최대의 감염병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은 인류가 처음으로 바이러스와 공존의 규칙을 이해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면역이 경험과 직관의 영역을 넘어, 재현 가능한 과학으로 자리 잡은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문헌
-
Jenner, E. (1798). An Inquiry into the Causes and Effects of the Variolae Vaccinae. Sampson Low.
-
Baxby, D. (1999). Edward Jenner’s Inquiry; A Bicentenary Analysis. Vaccine, 17(Suppl 3), S1–S6.
-
Esparza, J. et al. (2017). Horsepox and the origins of smallpox vaccine: A clarifying perspective. Vaccine, 35(44), 5798–5803.
-
Smithson, S. et al. (2017). The genome of horsepox virus and the origin of vaccinia virus. Science, 355(6326), 826–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