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암의 원인일까: 한국인 암의 6%를 설명한 식이 연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발행: 2026-02-11 · 최종 업데이트: 2026-02-11

2025년 발표된 한국인 암 부담 추정 연구를 바탕으로, 음식이 암에 미치는 영향의 실제 의미를 해석합니다. 식이를 공포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면역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것인가를 짚습니다.

핵심 요약

  • 202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 암의 약 6%가 식이 요인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러나 이 수치는 “음식이 암의 원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식습관 구조가 암 부담의 일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역학적 추정입니다.
  •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과 식단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음식은 암의 원인일까

— 한 편의 논문에서 시작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질문

최근 한국인 식습관과 암의 관계를 분석한 대규모 역학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한국에서 발생한 암 중 일정 비율이 식이 요인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추정한 논문입니다.

이 글은 그 논문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글입니다.


한국인 암의 일부는 ‘식이 요인’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2025년 _Epidemiology and Health_에 발표된 연구는
2015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인의 암 발생과 사망 중 얼마나 많은 비율이 식이 요인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PAF(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라는 지표로 추정했습니다.

연구진은 다음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의 식이 섭취 자료
  • 국가암등록통계와 사망 통계
  • 한국 및 아시아 코호트 연구에서 도출된 상대위험도

이를 종합해, “이론적으로 특정 식이 요인이 없었다면 줄어들 수 있었던 암의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논문의 핵심 결과 요약

이 연구의 핵심 결과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 2020년 기준

    • 전체 암 발생의 약 6%
    • 암 사망의 약 5~6%
      가 식이 요인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었습니다.
  • 한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식이 요인은

    • 염장 채소 섭취가 많은 경우
    • 비전분 채소와 과일 섭취가 부족한 경우였습니다.
  • 반면, 적색육과 가공육의 기여도는 1% 미만으로 매우 작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한국에서는 서구 국가와 달리 염분과 채소 섭취 구조가 암 부담에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 논문이 말하는 것, 그리고 말하지 않는 것

이 지점에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이 논문은 “음식이 암의 원인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현재 한국인의 식습관 구조에서, 이론적으로 암 부담의 일부가 식이 요인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는 점을 정책·역학적으로 추정합니다.

즉, 이 연구는 **원인 규명 연구가 아니라 ‘부담 추정 연구’**입니다.
개별 음식이 암을 만든다고 단정하는 연구가 아닙니다.

염장 채소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김치가 암의 원인이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단순화입니다. 오히려 이는 특정 음식의 문제라기보다, 장기간 지속된 식단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그렇다면 음식은 암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무엇을 먹어서 암이 생겼는가”가 아니라,

어떤 상태의 몸이 음식의 영향을 받게 되는가

입니다.

암은 단순한 돌연변이의 존재만으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매일 수많은 돌연변이가 생기지만, 대부분은 면역 감시 기능에 의해 제거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감시 기능이 약해졌을 때입니다.

면역 감시 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음식에 의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는 장기에서 암이 먼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이 암을 시작시키는 것이 아니라, 면역이 약해진 이후에 음식이 암 발생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인의 위암과 미국 이민 후 대장암 증가

이 논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전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일본인은 전통적으로 위암이 많았고, 일본인이 미국으로 이민해 살면 위암은 줄고 대장암이 늘어났습니다.

유전자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생활환경과 음식 구조였습니다.

이는 음식이 암을 직접 만든다기보다, 어떤 장기가 더 취약해지는지를 바꾼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음식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논문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 고기를 먹으면 암이 생긴다
  • 튀김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 항상 삶거나 찐 음식만 먹어야 한다

이런 조언은 논문의 메시지도 아니고, 현실적인 건강 전략도 아닙니다.

암의 위험은
특정 음식 × 조리법이 아니라,
면역 상태 × 시간 × 반복되는 생활 패턴의 문제입니다.

면역과 회복력이 유지되는 상태라면, 음식은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정리하며

이 논문은 “음식이 암의 주범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면역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구조 속에서 식습관이 암 부담의 일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김치라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김치와 밥 중심으로 구성된 단조롭고 균형을 잃은 식단 구조일 수 있습니다. 염분은 높고, 단백질과 지방, 신선한 채소와 과일, 다양한 영양원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 식사가 장기간 반복된다면, 그것은 위 점막과 장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선택권이 제한된 식단이라면, 문제는 특정 전통 음식이 아니라 영양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한 식생활 구조입니다.

중요한 것은 음식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이 무너지지 않도록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논문은 숫자를 제시하지만, 우리가 읽어야 할 메시지는 숫자 뒤에 있습니다.


참고 논문

Cho, Hyun Jeong, et al. "Fraction of cancer incidence and mortality attributable to dietary factors in Korea from 2015 to 2030." Epidemiology & Health 47 (2025). https://e-epih.org/upload/pdf/epih-47-e2025065.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