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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독소의 화학적 정체: 웨스트팔과 뤼더리츠의 LPS 분리

발행: 2026-01-16 · 최종 업데이트: 2026-01-16

발열물질로만 알려졌던 내독소는 어떤 분자였을까. 1952년 웨스트팔과 뤼더리츠의 연구를 통해 지질다당류(LPS)가 어떻게 규명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Chemische Erforschung von Lipopolysacchariden gramnegativer Bakterien
Otto Westphal, Otto Lüderitz · Angewandte Chemie · 1954
그람음성균 내독소의 화학적 본체가 지질과 다당으로 구성된 리포폴리사카라이드(LPS)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논문으로, phenol–water 추출법을 통해 내독소 연구를 정성적 생리 현상에서 재현 가능한 화학 물질 연구로 전환시킨 결정적 계기이다.

1. 내독소는 ‘특성’만 알려진 물질이었다

내독소에 대한 초기 연구는 주로 독일에서 이루어졌고, 그 결과 그 당시 논문은 읽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 내독소(endotoxin)는 명확한 화학 물질이라기보다 일련의 생리적 효과로 정의된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발열을 일으키고, 쇼크를 유발하며,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반응을 나타낸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 반응을 일으키는 분자가 무엇인지는 설명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내독소는 기존 독소 연구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단백질 독소와 달리 고온에서도 파괴되지 않았고, 단백질 분해 효소 처리 후에도 활성이 유지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내독소는 오랫동안 “정체가 불분명한 세균 잔여물”로 취급되었습니다.

2. 세균 전체가 아니라 ‘세포벽’으로 시선을 옮기다

1950년대 초,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웨스트팔오스카 뤼더리츠는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습니다. 이들은 내독소를 세균 전체의 속성으로 보지 않고, 그람음성균 세포벽의 특정 성분으로 한정해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람음성균은 외막을 가지고 있으며, 이 외막에는 다른 세균군과 구별되는 독특한 분자 조성이 존재합니다. 웨스트팔과 뤼더리츠는 내독소의 열 안정성과 효소 저항성이 이 외막 성분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3. 페놀–물 추출법의 도입

1952년, 두 연구자는 고온의 페놀과 물을 이용한 새로운 추출법을 적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세균을 파괴한 뒤, 페놀층과 물층으로 분리하여 세포벽 유래 고분자 성분을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추출물은 기존의 내독소 특성과 정확히 일치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극히 적은 양으로도 발열 반응을 유도했습니다. 단백질 분해 효소 처리 후에도 활성이 유지되었습니다. 지질과 다당류가 결합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내독소가 단일한 단백질 독소가 아니라, 복합 고분자 물질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4. 지질다당류(LPS)의 제시

웨스트팔과 뤼더리츠는 이 물질을 지질다당류(LPS, lipopolysaccharide)로 정의했습니다. 이 분자는 지질 성분과 다당류 사슬이 결합된 구조를 가지며, 그람음성균 외막의 핵심 구성 요소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분리된 LPS가 기존에 내독소로 알려진 생리적 효과를 단독으로 재현했다는 사실입니다. 발열 반응, 백혈구 활성화, 쇼크 유사 반응은 모두 이 분자로 설명 가능했습니다.

이로써 “내독소”와 “발열물질”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동일한 분자의 서로 다른 생리적 표현임이 분명해졌습니다.

5. 내독소 연구의 실험 단위가 바뀌다

LPS의 분리는 내독소 연구의 실험 단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동물 반응 중심의 관찰 연구였다면, 이후에는 분자 구조를 분리하고 조작하는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연구자들은 LPS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 즉 지질 A, 코어 다당류, O-항원을 단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독성이 지질 A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내독소 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6. 발열물질 개념의 정밀화

웨스트팔과 뤼더리츠의 연구 이후, 발열물질(pyrogen)은 더 이상 모호한 반응 유발 인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발열은 특정 분자(LPS)가 숙주 생리계를 자극한 결과로 설명될 수 있었고, 검출·정량·제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토끼 발열시험, 이후의 LAL 테스트와 같은 검출 기술이 분자적 타당성을 갖게 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정리

1952년 웨스트팔과 뤼더리츠는 그람음성균 세포벽에서 내독소를 분리함으로써, 발열물질과 내독소를 지질다당류(LPS)라는 하나의 화학적 실체로 묶어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로써 수십 년간 기능적으로만 정의되던 내독소는, 분자 수준에서 분석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ange.1954066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