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C 항암 효과에 대한 과학적 재검토
발행: 2026-01-31 · 최종 업데이트: 2026-01-31
2016년 연구를 중심으로 산화형 비타민 C의 항암 작용 기전을 분석하고, 항산화 네트워크의 한계와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살펴봅니다.
비타민 C의 항암 효과에 대한 과학적 재해석
2016년, 비타민 C의 항암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해당 연구는 메이요 클리닉 연구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타민 C가 특정 조건에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는 기전을 제시했습니다. 이 연구는 분명히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였지만, 동시에 비타민 C를 항암 물질로 단순화하여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타민 C의 항암 작용 기전이 기존의 항산화 개념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항산화 가설과 한계
과거에는 비타민 C의 항암 효과를 주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즉, 활성산소를 제거함으로써 DNA 손상을 줄이고, 암 발생이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임상 연구에서 일관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항산화제가 암 발생을 억제하기는커녕, 일부 상황에서는 암 치료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까지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6년 연구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비타민 C가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상황이 아니라, ‘산화형 상태’로 세포에 유입될 때 나타나는 효과였습니다.
산화형 비타민 C와 세포 내 유입 경로

비타민 C가 산화된 형태를 디하이드로아스코르빈산(dehydroascorbate, DHA)이라고 합니다. 이 형태의 비타민 C는 환원형 비타민 C와 달리, 포도당 수송체인 GLUT1을 통해 세포 내부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특히 GLUT1은 많은 암세포에서 과발현되어 있습니다. 이는 암세포가 높은 포도당 의존성을 가지기 때문이며, 이 특성이 산화형 비타민 C의 선택적 유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항산화 네트워크의 붕괴와 대사 교란
DHA가 세포 내부로 들어오면, 세포는 이를 다시 환원형 비타민 C로 되돌리기 위해 항산화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글루타치온(glutathione)이 대량으로 소모되며, 고갈된 글루타치온을 재생산하기 위해 NADPH가 추가로 사용됩니다.
문제는 NADPH가 단순한 항산화 보조 인자가 아니라, 세포 대사 전반에서 핵심적인 환원력을 제공하는 분자라는 점입니다. NADPH는 포도당 대사, 특히 해당과정과 오탄당 인산 경로를 통해 생성되며, 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입니다.
연구에서는 산화형 비타민 C가 항산화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과정의 핵심 효소인 GAPDH의 특정 시스테인 잔기를 산화시켜 효소 활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암세포는 에너지 대사에 심각한 장애를 겪게 되고, 결국 세포 사멸에 이르게 됩니다.
왜 암세포가 더 취약한가
암세포는 흔히 TCA 회로가 손상되었다고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암세포는 TCA 회로를 에너지 생산에 제한적으로 사용하면서, 해당과정을 통해 세포 증식에 필요한 다양한 전구 물질을 확보합니다. 즉, 포도당은 암세포에게 에너지원이자 건축 자재입니다.
이러한 대사적 특성 때문에, 해당과정이 억제될 경우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산화형 비타민 C가 암세포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효과를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정상 세포는 정말 안전한가
연구에서는 정상 세포가 암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상 세포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상 세포 역시 항산화 네트워크를 사용해 DHA를 처리하며, 고용량 또는 반복적인 노출 상황에서는 동일한 대사 부담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항산화 시스템이 항상 보호적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항산화 네트워크는 정교한 균형 위에서 작동하며, 특정 물질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오히려 세포 대사를 교란할 수 있습니다.
항산화 네트워크에 대한 오해
비타민 C 섭취가 글루타치온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루타치온은 외부에서 그대로 흡수되는 물질이 아니라, 세포 내에서 합성과 재생을 반복하는 동적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이 시스템이 비타민 C 환원 과정에 과도하게 동원될 경우, 다른 항산화 방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타민 C와 글루타치온을 동시에 대량 섭취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두 성분을 모두 고려한다면, 동시에 복용하기보다는 섭취 시점을 분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2016년 연구는 비타민 C가 특정 조건에서 암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연구입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비타민 C를 항암 물질로 단순화하거나, 무조건적으로 긍정 평가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연구는 항산화 물질이 맥락에 따라 독성이 될 수 있으며, 세포 대사와 산화·환원 균형을 이해하지 않은 채 접근할 경우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비타민 C의 항암 효과는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환경과 용량,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