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지 않도록 기억하는 면역: tolerogenic memory와 Treg 기억
발행: 2026-01-26 · 최종 업데이트: 2026-01-26
면역 기억은 항상 공격을 강화하지 않는다. 탐식과 조절적 항원제시 이후 형성되는 tolerogenic memory와 regulatory T cell memory의 개념을 통해 만성 염증과 자가면역을 재해석한다.
면역 기억은 항상 ‘공격’을 강화하지 않는다
면역 기억은 오랫동안 하나의 의미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같은 항원을 다시 만나면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반응하는 능력, 즉 공격 효율을 높이는 장치입니다. 이 관점에서 기억은 곧 방어력의 증강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면역계가 마주하는 환경은 훨씬 복잡합니다. 매일같이 음식 항원, 공생균, 사멸 세포, 손상된 조직 조각을 접하면서도 면역계는 대부분의 경우 공격하지 않습니다. 만약 면역 기억이 오직 공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한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합니다.
면역계는 어떻게 “공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기억하는가?
관용성 기억(tolerogenic memory)이라는 관점
면역학에서 관용성 기억(tolerogenic memory)이라는 표현은, 특정 항원이 다시 등장하더라도 면역계가 이를 공격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반응 강도를 낮게 유지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는 하나의 고정된 교과서 용어라기보다는, 관용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인 면역 기억이 병원체를 더 빠르고 강하게 제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관용성 기억은 불필요한 면역 반응, 특히 자가면역이나 과도한 염증 반응을 피하기 위한 학습된 절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용성 기억은 항원을 잊는 상태가 아닙니다. 항원을 인식하되,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를 이미 학습한 결과입니다. 이 기억은 주로 염증 신호가 낮고, 조직 회복이 진행되는 환경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1. 핵심 메커니즘
관용성 기억은 주로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 Treg)의 활동에 의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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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제시 세포(APC)의 상태: 수지상세포(DC)가 미성숙하거나 특정 신호를 받으면, 항원을 제시할 때 공격 신호가 아닌 '억제 신호'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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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g의 분화와 생존: 이 과정을 통해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Treg가 생성됩니다. 이 세포들은 기억 세포(Memory-like phenotype)의 특성을 가져 체내에 오래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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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억제 환경 조성: 나중에 동일한 항원이 들어오면, 이 기억 Treg들이 빠르게 활성화되어 염증 반응을 차단하고 주변 면역 세포들을 진정시킵니다.
2. 일반 면역 기억 vs. 관용성 기억
| 구분 | 일반 면역 기억 (Immunogenic Memory) | 관용성 기억 (Tolerogenic Memory) |
|---|---|---|
| 주요 세포 | 기억 B세포, 효과 T세포 (CD4+, CD8+) | 기억 조절 T세포 (Memory Tregs) |
| 반응 결과 | 빠르고 강력한 염증 및 공격 | 면역 억제 및 염증 완화 |
| 목적 | 병원체(바이러스, 세균) 제거 | 자가 항원 보호, 무해한 항원 수용 |
관련된 사이토카인과 그 효과
1. 억제성 사이토카인 (Cytokine Secretion)
Treg는 주변 면역 세포들에게 "공격을 멈추고 진정해"라는 화학적 신호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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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F-β (Transforming Growth Factor beta): 가장 핵심적인 신호입니다. 주변 T세포의 증식을 막고,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로 변하는 것을 억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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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10 (Interleukin-10): 강력한 항염증 물질입니다. 면역 세포들이 염증성 물질을 만드는 것을 차단하고, 항원 제시 세포(APC)의 활동을 위축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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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35: 주로 T세포의 분열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2. 대사적 방해 (Metabolic Disruption)
상대방이 활동하지 못하게 '연료'를 빼앗거나 '독성 물질'을 살포하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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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 결핍: T세포가 증식하려면 IL-2라는 단백질이 필수적입니다. Treg는 표면에 IL-2 수용체(CD25)가 아주 많아서, 주변의 IL-2를 스펀지처럼 흡수해 버립니다. 결국 일반 T세포는 굶어서 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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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노신(Adenosine) 생성: Treg 표면의 효소(CD39, CD73)는 염증 환경의 ATP를 아데노신으로 바꿉니다. 이 아데노신은 다른 면역 세포의 표면에 붙어 그들의 활성을 잠재웁니다.
3. 항원 제시 세포(APC) 무력화
공격 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인 수지상세포나 대식세포를 먼저 포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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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LA-4 사용: Treg 표면의 CTLA-4 단백질은 APC의 활성화 신호(CD80/86)에 강력하게 결합합니다. 이는 일반 T세포가 APC로부터 "공격하라"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종의 '입막음'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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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3: APC의 MHC class II 분자에 결합하여 APC가 다른 T세포를 성숙시키지 못하게 막습니다.
4. 직접적인 세포 살해 (Cytolysis)
때로는 말로 타협하지 않고 공격적인 면역 세포를 직접 제거하기도 합니다.
- Granyzme & Perforin: 암세포를 죽일 때처럼 구멍을 뚫는 단백질을 내뿜어, 과하게 활성화된 효과 T세포(Effector T cell)를 직접 사멸(Apoptosis)시킵니다.
요약: Treg의 억제 메커니즘
| 전략 | 주요 수단 | 효과 |
|---|---|---|
| 화학적 신호 | TGF-β, IL-10, IL-35 | 주변 세포의 염증 반응 억제 |
| 자원 고갈 | CD25 (IL-2 흡수) | 일반 T세포의 증식 억제 (기아 상태 유도) |
| 신호 차단 | CTLA-4, LAG-3 | 항원 제시 세포(APC)의 기능 마비 |
| 직접 타격 | Granzyme, Perforin | 공격적인 T세포 제거 |
탐식 이후 항원제시는 기억의 방향을 바꾼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탐식은 염증을 끝내는 신호입니다. 탐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이후 항원은 위험 신호(PAMP)가 제거된 상태에서 처리됩니다. 이때 항원제시 세포는 강한 공자극을 제공하지 않으며, IL-10과 TGF-β 같은 조절성 신호가 우세한 미세환경을 형성합니다.
이 조건에서 항원을 인식한 T 세포는 공격형 Th1이나 Th17로 분화하기보다는, 반응성이 낮아지거나 조절 T 세포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즉, 항원은 기억되지만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기억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면역계는 해당 항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상태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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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염증 반응을 유도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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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시에도 반응 강도를 제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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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 회로를 우선적으로 활성화함
이것이 tolerogenic memory의 핵심입니다.
regulatory T cell memory: 조절도 기억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이 조절 상태는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아니면 기억으로 남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 것이 regulatory T cell memory 개념입니다. 조절 T 세포(Treg)는 단순히 순간적으로 염증을 억제하는 세포가 아닙니다. 이들은 항원 특이성을 지니고 장기간 생존하며, 같은 항원이 다시 등장했을 때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실험적으로도 동일 항원에 재노출될 경우, 공격형 T 세포보다 Treg이 먼저 반응해 염증 환경이 형성되기 전에 억제 신호를 깔아버리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는 기능적으로 명백한 기억 반응입니다.
즉, 면역계에는 두 가지 기억이 공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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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격하기 위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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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격하지 않기 위한 기억
후자가 바로 Treg 기억과 tolerogenic memory가 설명하는 영역입니다.
만성 염증은 ‘조절 기억의 시도’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만성 염증을 다시 보면,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합니다. 만성 염증은 항상 면역 과잉의 결과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되는 손상과 DAMP 신호 속에서 면역계가 공격을 멈추려는 방향으로 기억을 형성하려다 실패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 염증은 남아 있지만 폭발하지 않고
- 항원제시는 약해지고
- Treg은 늘어나지만 충분하지 않으며
- 병원체 제어 능력도 함께 떨어지는 상태
이 모순적인 모습은, 공격 기억과 조절 기억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은 기억의 실패다
자가면역 질환을 이 틀에서 보면,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면역 활성화가 아닙니다. 조직 손상과 DAMP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항원이 반복적으로 염증 맥락에서 제시될 경우, 면역계는 그 항원을 “공격 대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즉, 자가면역은 종종 조절 기억이 형성되지 못하거나, 형성되었더라도 유지되지 못한 결과입니다. 공격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할 항원이,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잘못 저장된 것입니다.
정리하며: 기억은 방향을 가진다
기억에는 방향이 있습니다. 어떤 항원은 더 강하게 공격하기 위해 기억되고, 어떤 항원은 다시 공격하지 않기 위해 기억됩니다.
탐식 이후의 항원제시, 갈렉틴과 Treg을 통한 조절 회로, 그리고 tolerogenic memory와 regulatory T cell memory는 모두 같은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면역계는 언제 싸워야 하고,
언제 싸우지 말아야 하는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이해 없이는, 만성 염증과 자가면역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관련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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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eller, D. L. “Mechanisms Maintaining Peripheral Tolerance.” Nature Immunology, vol. 11, no. 1, 2010, pp. 21–27. https://doi.org/10.1038/ni.1817
Belkaid, Y., and T. W. Hand. “Role of the Microbiota in Immunity and Inflammation.” Cell, vol. 157, no. 1, 2014, pp. 121–141. https://doi.org/10.1016/j.cell.2014.0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