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갑상선암 과잉진단과 한국의 경험
발행: 2025-12-21 · 최종 업데이트: 2025-12-21
갑상선암 진단은 급증했지만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 과잉진단 논의와 한국의 변화 과정을 정리한다.
갑상선암 진단은 왜 이렇게 늘어났을까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갑상선암 진단 환자 수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 불균형은 갑상선암이 과잉진단 논의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가운데 실제로 사망에 이르는 비율은 약 0.1 - 0.3%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 1,000명 중 1 - 3명 정도에 해당합니다. 진단이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무엇을 ‘암’으로 진단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과잉진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잉진단은 “병리학적으로는 암에 해당하지만, 환자의 생애 동안 증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병변”을 진단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는 검사나 판독의 실수가 아니라, 임상적 의미가 거의 없는 병변까지 질병 범주에 포함되는 문제입니다.
갑상선암에서는 특히 크기가 매우 작은 유두암이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음파 검사 기술이 발달하고 검사 문턱이 낮아질수록, 이런 병변은 더 쉽게 발견됩니다. 문제는 발견된 이후입니다. 일단 ‘암’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상당수의 환자가 평생 영향을 받게 됩니다.
사망률이 변하지 않는 이유
일반적으로 암 진단이 늘어나면 치료를 통해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이 기대됩니다. 그러나 갑상선암에서는 이 공식이 잘 맞지 않습니다. 이미 과거부터 사망률이 매우 낮았고, 검진 확대 이전에도 점진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단만 급증했다는 것은, 치료가 생명을 구했다기보다 원래 생존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을 암을 대량으로 발견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여러 나라의 장기 통계를 보면, 진단율 곡선과 사망률 곡선은 서로 거의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한국은 왜 가장 극적인 사례가 되었나
한국은 전 세계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입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갑상선 초음파 검사가 건강검진에 광범위하게 포함되면서, 갑상선암 진단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2012년 무렵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증가의 대부분은 크기 1cm 미만의 유두암이었습니다. 즉, 임상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병변이 대거 ‘암’으로 분류된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기간 동안 사망률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검사량이 늘면 진단도 늘어난다
한국의 경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갑상선암 진단 증가에 앞서 검사 자체가 먼저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초음파 검사와 함께 세침흡인검사가 널리 시행되면서,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작은 결절들이 빠르게 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검사가 많아지면 암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암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라기보다, 이전에 그냥 지나갔을 병변을 적극적으로 찾아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갑상선암 유행은 이 구조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정책과 인식 변화는 실제 통계를 바꾸었다
201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서는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쟁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후 검진과 생검 기준이 점차 강화되었고, 국가 차원에서도 갑상선암 검진은 일상검진 항목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 결과 갑상선암 신규 진단 환자 수와 수술 건수는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거나 안정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의료 정책과 사회적 논의가 실제 의료 이용과 질병 통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중요한 사례입니다.
수술을 줄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과잉진단을 줄이기 위해 수술과 치료를 줄이는 방향은 분명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등장합니다. 모든 갑상선암이 정말로 안전한 암인가라는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지만, 일부는 진행이 빠르거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진단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이런 고위험 환자가 진단과 치료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진단 감소 시기 이후 특정 연령대나 고위험군에서 사망률 변화가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덜 진단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누구를 진단하고 누구는 지켜볼 것인지를 더 정교하게 구분하는 일입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교훈
한국의 갑상선암 경험은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검사가 쉬워지고 정밀해질수록 진단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이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었을 때, 모든 경우에 즉각적인 검사와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위험 요인, 크기 변화, 영상 소견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며, 저위험 병변에 대해서는 관찰이라는 선택지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지난 20여 년간 갑상선암의 진단과 치료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진단은 늘었지만 사망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한국은 이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암을 가볍게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잉진단을 줄이면서도, 필요한 진단은 놓치지 않는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반인 역시 갑상선암 검진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검사와 치료를 결정하는 태도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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