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를 멈춘 ‘죽은 바이러스’ 백신: 조나스 솔크의 1953년 임상 1상 논문 정리
발행: 2026-01-09 · 최종 업데이트: 2026-01-09
1953년 JAMA에 발표된 조나스 솔크의 소아마비 백신 임상 1상(용량·안전성) 논문을 중심으로, 불활화 백신의 논리·제조·안전성 시험·초기 사람 대상 투여의 의미를 정리합니다.
1950년대의 공포, 그리고 ‘백신을 맞는다는 것’의 의미
1950년대 미국에서 소아마비(poliomyelitis)는 단순한 유행병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일상을 바꿔놓은 공포였습니다. 감염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으로 지나가지만, 일부는 마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 200건 중 1건 정도가 비가역적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마비가 전체 감염에서 매우 드문 편(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200~2000명 중 1명 수준)임을 설명합니다.
문제는 “드물다”는 사실이 공포를 줄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사회에서 마비 사례가 한 번만 등장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다음 차례가 내 아이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배경 속에서 조나스 솔크(Jonas Salk)의 백신 개발은 과학 사건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사건이었습니다.
솔크가 택한 전략: 약독화가 아니라 불활화
솔크의 핵심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쓰는 방식(약독화, attenuated) 대신, 바이러스를 ‘죽여서’(불활화, inactivated) 항원성만 남기는 방법을 밀어붙인 것입니다.
이 선택에는 전쟁기 인플루엔자(influenza) 백신 개발 경험이 깔려 있습니다. 당시에는 약독화 기술이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었고,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로 바이러스를 불활화해 면역을 유도하려는 접근이 현실적인 대안이었습니다. 솔크의 1953년 논문은 바로 이 전략이 “사람에게도 통할 수 있는가”를 처음으로 본격 점검한 기록입니다.
‘백신을 만들 수 있게 만든’ 전제: 조직 배양의 돌파구
솔크 백신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대량의 바이러스를 안정적으로 만들지 못하면, 백신도 대량 생산될 수 없습니다.
1954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다양한 조직 배양에서 증식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엔더스(John F. Enders), 웰러(Thomas H. Weller), 로빈스(Frederick C. Robbins)에게 수여됩니다. 수상 이유 자체가 “여러 조직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자랄 수 있음을 발견”한 공로입니다.
이 발견은 백신 개발의 속도를 바꾸었습니다. 동물 뇌 조직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배양 세포 기반으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시대로 넘어가면서 생산·시험·표준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솔크가 1953년에 사람 대상 연구를 ‘논문’으로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 조직 배양 기반의 바이러스 생산과 시험 체계가 자리합니다.
1953년 JAMA 논문의 성격: 임상 1상(용량·안전성) 보고
솔크의 1953년 논문은 제목 그대로 “진행 중인 실험의 예비 보고”입니다.
오늘날 용어로 번역하면 임상 1상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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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1: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진행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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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2: 혈청에서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가 의미 있게 상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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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3: 세 가지 혈청형(serotype)에 대해 면역 반응을 만들 수 있는가
특히 소아마비는 혈청형 1, 2, 3이 존재하며, 한 유형에 대한 면역이 다른 유형을 자동으로 막아주지 않는다는 점이 백신 설계의 큰 제약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 가지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가 매우 현실적인 과제였습니다.
제조의 핵심: 포름알데히드 불활화와 ‘안전성 시험’
불활화 백신의 핵심은 모순처럼 보이는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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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반드시 ‘완전히’ 비활성화되어야 합니다(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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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원성(면역을 일으키는 성질)은 유지되어야 합니다(효과).
솔크는 포름알데히드 처리 조건을 잡기 위해 불활화 기간을 조절했고, 충분한 기간(전사에서는 10일 이상이 안전성의 경계로 언급됨)을 두고 바이러스 잔존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이때 관건은 “정말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남지 않았는가”였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 반복됩니다.
전사에서 강조되듯, 당시에는 다음과 같은 방식들이 안전성 평가에 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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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 세포에서의 세포병변효과(cytopathic effect) 관찰(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있으면 세포가 망가지는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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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예: 원숭이)에서의 신경계 병원성 확인 같은 강도 높은 시험
오늘날의 표준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불활화가 조금이라도 덜 되면 재앙”이라는 직관은 당시에도 매우 분명했습니다.
사람 대상 투여: ‘어디서, 누구에게’라는 불편한 질문
1953년 논문이 던지는 또 하나의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최초의 사람 대상 백신 투여는 누구에게 이루어졌는가”입니다.
전사에서는 피츠버그 인근의 장애 아동 시설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대목은 과학사적으로 자주 언급되며, 백신 개발이 사회적 압력과 윤리적 판단 속에서 진행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솔크 연구가 당시 가능한 방식으로 “이미 항체가 있는 사람(과거 노출 가능성)”을 포함한 집단에서 항체 상승을 확인하려 했다는 맥락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단순 미담으로 소비되기보다, 1950년대 임상 연구 환경이 오늘날과 얼마나 달랐는지(동의, 취약 집단 연구, 위험-편익 판단)까지 같이 읽힐 대목입니다.
결과 해석의 포인트: “마비 예방”이 아니라 “혈중 항체 유도”를 먼저 본 이유
솔크의 1953년 논문은 대규모 예방 효과를 바로 증명하려는 논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혈청 중화항체를 충분히 올릴 수 있는가”가 1차 목표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신경계로 가기 전에 혈류를 거친다는 이해가 자리 잡으면서, 혈중 항체가 바이러스의 전신 확산을 차단해 마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는 이후 대규모 현장시험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단계: 1954년 대규모 현장시험과 ‘숫자의 정치학’
1953년 예비 보고는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를 위한 발판이었습니다. 실제로 1954년에는 훨씬 큰 규모의 현장시험이 진행되고, 1955년 결과가 발표됩니다. 이 역사적 현장시험은 백신이 마비성 소아마비를 유의미하게 예방한다는 근거를 제시했고, 그 과정 자체가 “현대적 의미의 대규모 백신 임상”을 사회가 처음 경험한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솔크 이후: 사빈 경구백신, 그리고 다시 IPV로
이후에는 사빈(Albert Sabin)의 경구용 약독화 백신(oral polio vaccine, OPV)이 편의성과 전파 차단의 장점으로 널리 쓰입니다. 그러나 OPV는 매우 드물게 백신 유래 폴리오바이러스(vaccine-derived poliovirus)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OPV에서 불활화 백신(IPV) 중심으로 정책이 전환됩니다. CDC 자료는 1997~2000년을 ‘순차 접종’ 과도기로, 2000년 이후를 IPV 단독 시대로 정리합니다.
또한 1999년 6월 ACIP가 미국에서 IPV만 사용하도록 권고했다는 기록도 확인됩니다.
이 흐름은 “편의성과 집단 전파 차단”의 장점과 “아주 작은 위험도 피하고 싶다”는 정책 판단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균형점을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논문을 지금 다시 읽는 이유
솔크의 1953년 논문은 완성된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위험을 통제한 첫 걸음’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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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활화라는 기술 선택이 어떤 시험 체계를 요구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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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1상이 왜 ‘효과’보다 ‘안전·면역원성’부터 다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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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이 과학만이 아니라 사회적 공포와 기대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
관련 문헌 (MLA)
Salk, Jonas E., et al. “Studies in Human Subjects on Active Immunization Against Poliomyelitis: 1. A Preliminary Report of Experiments in Progress.” JAMA, vol. 151, no. 13, 1953, pp. 1081–1098.
Enders, John Franklin, Thomas Huckle Weller, and Frederick Chapman Robbins.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1954: Summary.” NobelPrize.org.
Meldrum, Marjorie. “A calculated risk”: the Salk polio vaccine field trials of 1954.” BMJ,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