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한 번 먹고 좋아지면 계속 먹어야 한느가?

발행: 2025-12-26 · 최종 업데이트: 2025-12-26

제품 사용 후 개선 경험이 반복적 효능으로 일반화되는 과정과 그 인지적 한계를 의학·과학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한 번의 효과가 지속적 효능으로 해석되는 인지적 경향

제품–효과 판단에서 반복되는 과잉 일반화의 문제

건강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사용한 뒤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느낄 때, 많은 사람은 그 변화를 해당 제품의 효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이 한 번의 경험은 종종 “이 제품은 계속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확장됩니다. 이 판단은 직관적으로는 자연스럽지만, 과학적 관점에서는 인과 추론의 전형적인 오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개인의 무지나 성급함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정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인지적 경향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건강식품 시장뿐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됩니다.

경험적 개선과 인과 관계는 다르다

어떤 개입 이후 상태가 좋아졌다는 사실은 관찰입니다. 그러나 관찰만으로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의학과 역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항상 함께 고려합니다.

  • 증상의 자연 경과로 인한 호전

  •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 수면, 식사, 스트레스 등 동시 변수의 변화

  • 기대 효과(placebo effect)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개 “개입 이후 좋아졌다”는 시간적 순서를 근거로 인과 관계를 단정합니다. 이때 판단은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했는데 문제 없었다”는 판단의 함정

의료 현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장면을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고령의 환자가 특별한 증상 없이 정기 검진을 받습니다. 검사 과정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상 소견이 우연히 발견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검사가 이어집니다. 결국 중대한 질환은 발견되지 않지만, 검사 과정에서 출혈이나 입원과 같은 실제 피해가 발생합니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검사를 해서 다행이다. 혹시 큰 병을 놓칠 뻔했잖아.”

그러나 이 해석에는 중요한 가정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검사를 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실제로는 다음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 애초에 아무 문제도 없었을 가능성

  • 발견된 이상이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개입 후 최악의 결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개입 덕분에 안전했다”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구조는 건강식품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먹었는데 큰 문제 없었다”는 경험이 “이 제품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관찰된 ‘좋은 결과’는 왜 쉽게 오해되는가

이러한 판단 오류는 개인 경험을 넘어, 집단 수준에서도 반복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르몬 대체 요법(Hormone Replacement Therapy)입니다.

수십 년 동안 관찰 연구에서는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은 여성들이 더 건강하고 심혈관 질환이 적어 보였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여성들이 “미래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이 치료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혈관 보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유방암, 혈전, 뇌졸중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치료 자체가 아니라 해석 방식이었습니다.
호르몬을 선택한 여성들은 원래 의료 접근성이 좋고, 생활 습관이 더 건강한 집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즉,

  • “이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더 건강해 보였다”는 사실이

  • “이 치료가 그 건강을 만들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비타민 보충제와 ‘건강한 사용자의 착시’

비슷한 오류는 비타민 보충제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비타민 A, C, E는 관찰 연구에서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로운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 역시 설명은 단순합니다. 비타민을 꾸준히 챙겨 먹는 사람들은 대체로 식습관, 운동, 사회경제적 조건이 더 좋은 집단이었습니다. 제품이 건강을 만든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그 제품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이 현상은 오늘날 제품 후기와 사용자 경험을 해석할 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효과를 본 사람만 계속 사용하고, 그 경험이 다시 “효과의 증거”로 축적되는 구조입니다.

“조금 좋았으면, 더 하면 더 좋을까”

또 하나의 중요한 경향은 효과의 직선적 확장입니다. 처음에 약간 도움이 되었던 개입은, 더 많이 하면 더 좋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시스템은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처럼

  • 너무 높아도 문제지만

  • 너무 낮아도 위험한 지표들이 많습니다.

의료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흔히 U자 곡선으로 설명합니다. 초기에는 도움이 되었던 개입이, 어느 지점을 지나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원리는 제품 사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초기의 체감 효과가 장기적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결론

한 번의 긍정적 경험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론이 아니라 가설의 출발점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경향은 건강식품, 생활용품, 그리고 의료 개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제품의 효과를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하려면, “좋아졌던 경험”을 더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깨뜨릴 수 있는 사례를 의도적으로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개인 경험을 과학적 판단에 가장 가깝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참고문헌

  1. Welch HG. Less Medicine, More Health. Beacon Press.

  2. Nickerson RS. Confirmation bias: A ubiquitous phenomenon in many guise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3. Greenland S, Pearl J, Robins JM. Causal diagrams for epidemiologic research. Epidemi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