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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식단은 정말 인간에게 최적의 식사일까

발행: 2025-12-25 · 최종 업데이트: 2025-12-25

구석기 식단의 기원과 핵심 논리, 그리고 고고학·진화생물학·문화연구 관점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통해 팔레오 식단을 입체적으로 살펴봅니다.

Effects of Evolution, Ecology, and Economy on Human Diet: Insights from Hunter-Gatherers and Other Small-Scale Societies
Herman Pontzer, Brian M. Wood · Annual Review of Nutrition · 2021
인간의 식단은 진화적 기원(evolution), 생태(ecology), 그리고 경제(economy)에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수렵채집민과 기타 소규모 사회의 연구를 통해 식물 및 동물성 음식의 비율이 기후, 생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한 리뷰 논문.

구석기 식단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구석기 식단(Paleolithic Diet)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식이 이론입니다. 흔히 “인류 본래의 식단”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 이 개념이 학문적으로 제안된 것은 1970년대 이후입니다.

보에틀린
그림 1. 보에틀린, 구석기 식단의 선구자

이 식단을 처음 체계적으로 주장한 인물로는 미국의 위장병 전문의인 Walter L. Voegtlin이 자주 언급됩니다. 그는 1975년 출간한 저서를 통해, 인간의 소화기관과 대사 구조는 농경 사회 이전, 즉 수렵·채집 사회의 식생활에 더 잘 맞도록 진화했으며, 현대인의 만성 질환은 농업 이후 도입된 식품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로렌 코데인
그림 2. 로렌 코데인, 구석기 식단을 널리 알린 사람

이후 1980~1990년대를 거치며 이 개념은 학계와 대중 담론 속에서 점차 확장되었고, 특히 Loren Cordain박사가 이를 현대적인 건강·체중 관리 이론으로 정리하며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코데인은 2002년 출간한 『The Paleo Diet』를 통해 구석기 식단을 하나의 명확한 식이 모델로 제시했고, 이 책은 이후 팔레오 식단이 대중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구석기 식단의 기본 전제와 논리 구조

구석기 식단의 핵심 전제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농업 이전의 식단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가정입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불과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과 가공식품의 도입은 진화적 시간 규모에서 매우 짧으며, 그 결과 현대인은 자신의 생물학적 설계와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구석기 식단은 이러한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농업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식품을 배제하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음식’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합니다.

구석기 식단에서 권장되는 음식들

구석기 식단은 특정 음식군을 명확히 강조합니다.

우선 고기와 생선이 중심이 됩니다. 야생에 가까운 환경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 가능하다면 풀을 먹고 자란 가축의 살코기, 그리고 자연산 생선이 이상적인 단백질원으로 제시됩니다.

여기에 과일과 채소가 포함됩니다. 단, 현대 농업을 통해 개량된 고당도 과일보다는 자연 상태에 가까운 채소 위주의 섭취가 권장됩니다. 견과류와 씨앗류,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달걀, 그리고 올리브유·아보카도유·코코넛 오일과 같은 자연 유래 지방도 허용됩니다.

철저히 배제되는 음식군

반대로 구석기 식단에서 명확히 제외되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곡물입니다. 밀, 쌀, 옥수수 등은 농업 혁명 이후 인류 식단에 본격적으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배제 대상이 됩니다. 유제품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에서 유당을 분해하는 능력은 진화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특성이며, 구석기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한됩니다.

또한 콩류, 즉 콩·렌틸·병아리콩 등은 항영양소(antinutrients)가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외됩니다. 물론 이 해석에는 논란이 많지만, 전통적인 팔레오 식단 이론에서는 배제 대상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형태의 가공식품, 정제당, 인공 감미료는 철저히 금지됩니다.

구석기 식단을 둘러싼 주요 비판들

1. 고고학적 식단의 과도한 단순화

구석기 식단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고고학적 근거의 단순화입니다. 실제 구석기 시대 인류의 식단은 지역, 기후, 계절에 따라 극도로 다양했습니다. 해안 지역에서는 조개와 생선이 중심이었고, 숲과 초원에서는 식물성 식품의 비중이 매우 높았던 지역도 많았습니다.

구석기 식사의 다양성
그림 1. 다양한 구석기 식단, 구석기 식단은 지역마다 연구자 마다 상당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구석기 식단은 특정 유형의 육류 중심 식단을 ‘보편적 조상 식단’처럼 제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실제 고대 인류의 식생활을 지나치게 이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하드자족만 해도 일년간의 음식의 섭취도 매우 다양했습니다.

하드자족 식사의 다양성
그림 1. 하드자족 일년간 식사의 다양성. 출처: 참고문헌 3.

2. 현대 생활과의 현실적 괴리

구석기 식단은 실천 가능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지닙니다. 풀을 먹고 자란 가축의 고기나 자연산 생선은 비용이 높고 접근성이 낮습니다. 지속적으로 이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는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인 장벽이 됩니다.

3. 영양 불균형의 가능성

곡물, 콩류, 유제품을 모두 배제할 경우 특정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 D, 특정 미량 미네랄은 전통적으로 이들 식품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왔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제한은 골다공증이나 장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4. 육류 중심 식단의 건강 문제

구석기 식단은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 비중이 높습니다. 이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심혈관 질환이나 대장암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고기의 종류와 조리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단순히 “자연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5. 환경적 지속 가능성

육류 소비를 전제로 한 식단은 환경적 부담이라는 문제도 동반합니다. 대규모 육류 생산은 온실가스 배출, 수자원 사용, 생태계 파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점에서 구석기 식단의 대중화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라는 현대적 가치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6.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인간은 구석기 식단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주장 역시 진화 생물학적으로 논쟁적입니다.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농업과 유제품 섭취에 적응해 왔고, 실제로 많은 인구 집단에서 성인 유당 분해 능력과 같은 유전적 적응이 확인됩니다. 이는 현대인의 식단이 이미 진화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임을 시사합니다.


허만 폰처의 비판: 에너지 소비라는 관점

진화 생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Herman Pontzer는 구석기 식단 논의에 중요한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수렵채집인과 현대인의 총 에너지 소비량(Total Energy Expenditure)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합니다. 수렵채집인은 활동량이 많지만, 그만큼 신체가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해 결과적으로 하루 총 소비량은 현대인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구석기 식단을 따르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부정합니다. 폰처는 비만과 만성 질환의 핵심 원인이 특정 음식군이 아니라, 과잉 섭취·신체 활동 감소·초가공식품 중심의 생활 방식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캐서린 밀스톤의 문화적 해석

문화연구자 Catherine Milestone은 구석기 식단을 생물학이 아닌 문화적 현상으로 분석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구석기 식단은 과학적으로 엄밀한 건강 전략이라기보다, “자연적이고 순수했던 과거”에 대한 현대인의 향수와 불안을 반영한 소비 문화의 산물입니다. 가공되지 않은 음식, 원시적 생활 방식은 단순한 영양 선택이 아니라 도덕적 정체성과 자기 관리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이 관점에서 구석기 식단은 실증적 근거보다도 상징 자본으로 작동하며, 건강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서사로 소비됩니다.

현대 영양학이 더 주목하는 식단들

현대 영양학은 구석기 식단보다 지중해 식단(Mediterranean Diet)이나 DASH 식단(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을 더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이 식단들은 대규모 역학 연구를 통해 심혈관 질환, 당뇨, 조기 사망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들 식단의 공통점은 특정 식품을 배제하기보다는, 다양성과 균형, 장기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점입니다.

구분지중해 식단DASH 식단구석기 식단
주요 특징올리브유, 생선, 채소, 통곡물 중심저염식, 저지방, 과일·채소 풍부고기, 채소, 견과류 중심
곡물 포함 여부포함 (통곡물 위주)포함 (정제 곡물 제한)제외
유제품일부 허용 (요구르트, 치즈 등)저지방 유제품 권장제외
과학적 근거심혈관 질환 감소, 장수와 관련고혈압·심장병 예방에 효과제한적 연구, 일관성 부족
지속 가능성높음높음낮음

정리하며

구석기 식단은 인간 진화와 식생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흥미로운 이론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현대인의 최적 식단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고대 식단은 단일하지 않았고, 인간의 생물학 역시 농업 이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건강한 식생활은 특정 시대의 식단을 모방하는 데서 오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지속 가능성·현대인의 생활 조건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에서 나옵니다. 음식만이 아니라,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까지 포함한 생활 방식 전체가 건강을 결정한다는 점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1. 구석기人처럼 먹어야 건강? 환상일 뿐, https://www.munhwa.com/article/11065650

  2. 구석기 식단에 대한 비판적 고찰: 과학인가, 신화인가 링크

  3. Effects of Evolution, Ecology, and Economy on Human Diet: Insights from Hunter-Gatherers and Other Small-Scale Societies, https://www.annualreviews.org/content/journals/10.1146/annurev-nutr-111120-105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