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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동물로 진화한 인간과 항염 식문화의 과학적 의미

발행: 2025-12-26 · 최종 업데이트: 2025-12-26

인간의 잡식성 진화와 면역계, 그리고 전통 식문화에 포함된 항염 전략을 과학적으로 해석한다.

잡식동물로 진화한 인간, 염증과의 동행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맞닥뜨린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환경이 아니라 식생활의 급격한 전환이었습니다. 초기 인류는 과일과 뿌리식물, 견과류를 중심으로 한 식단에 의존했으나, 다양한 기후와 생태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점차 동물성 식품을 포함한 잡식성(omnivory)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 변화는 생존의 폭을 넓혀 주었지만, 동시에 면역계에 새로운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잡식성 식단은 더 많은 영양소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독성 물질, 병원성 미생물, 염증 유발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도 증가합니다. 음식 선택이 생존과 직결되던 환경에서, 인류는 단순히 “먹을 수 있는가”를 넘어 “먹어도 안전한가”를 끊임없이 판단해야 했습니다.

잡식동물의 딜레마와 면역계의 부담

이러한 상황을 생물학에서는 흔히 ‘잡식동물의 딜레마(omnivore’s dilemma)’로 설명합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지만, 동시에 면역계는 외부 물질에 대해 더 자주, 더 강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면역 반응은 본질적으로 염증(inflammation)을 동반하며, 이는 병원체 제거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그러나 염증이 반복되거나 과도해질 경우, 조직 손상과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류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물학적 진화뿐 아니라 문화적 진화, 특히 식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지역마다 축적된 경험을 통해 “안전한 조합”이 만들어졌고, 이는 조리법과 향신료, 발효 기술의 형태로 정착하였습니다.

전통 식문화에 포함된 항염 전략

현대에는 ‘양념’이 단순히 맛을 더하는 요소로 인식되지만, 전통 식문화에서 향신료와 허브는 소화 보조, 미생물 억제, 염증 조절이라는 기능을 함께 수행해 왔습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양념은 약념에서 비롯되었다’는 해석은 언어학적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음식과 약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과거의 생활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으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전통 요리를 살펴보면, 항염 작용이 확인된 식물성 성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도

강황에 포함된 커큐민(curcumin)은 염증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강황은 인도 요리 전반에 기본 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동아시아

생강의 진저롤(gingerol), 계피의 폴리페놀, 전통적으로 사용된 약용 식물들은 소화 기능을 보조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들 재료는 음식과 약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던 시기의 생활 지혜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국

마늘의 알리신, 양파의 퀘르세틴, 들깨의 오메가-3 지방산, 그리고 된장·청국장과 같은 발효 식품에서 생성되는 대사산물은 면역 반응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도 채소와 발효 식품의 비중이 높은 식단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중해 지역

올리브유에 포함된 올레오칸탈은 염증 관련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산화 스트레스 감소와 혈관 보호에 기여합니다. 허브류 역시 항산화 및 항염 기능을 수행합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고추의 캡사이신은 신경 염증과 통증 조절에 관여하며, 카카오의 플라바놀은 혈관 기능과 염증 반응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모링가, 오크라, 바오밥 열매 등도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이 풍부하여 장 점막 보호와 면역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왜 항염 식품이 필요했을까

이러한 식문화가 발달한 근본적인 이유는 면역계의 작동 방식에 있습니다. 면역계는 병원성 미생물에 대해 의도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합니다. 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세균은 빠르면 20~30분마다 증식할 수 있지만, 인체 세포의 분열 주기는 대체로 하루 단위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미생물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 반응은 신속하고 강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어 반응이 항상 병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염증 반응은 주변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며, 반복될 경우 통증과 기능 저하를 유발합니다. 인류가 항염 성분을 지닌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활용해 온 이유는, 면역 반응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과도한 염증을 조절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과학적으로 타당합니다.

우리 식문화의 의미

한국을 포함한 여러 전통 식문화는 이미 면역계의 특성과 염증 반응을 고려한 방향으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에서 유행하는 ‘슈퍼푸드’나 단일 식품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무작정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와 식단 구조 안에서 염증을 조절하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나라별로 풍부한 항염식단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항염제품은 추가적으로 그 효과를 보장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특정 성분을 섭취하고 그 성분을 지속적으로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이 반드시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참고문헌

  1. Calder PC. Inflammation and nutrition. Proceedings of the Nutrition Society.

  2. Libby P. Inflammation in atherosclerosis. Nature.

  3. Furman D et al. Chronic inflammation in the etiology of disease. Nature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