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염증 이후의 세포 선택: NRF2는 왜 켜지는가

발행: 2026-01-25 · 최종 업데이트: 2026-01-25

NRF2는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켜지는 분자가 아니라, 지속된 염증과 스트레스 속에서 세포가 생존을 선택할 때 활성화되는 전사 프로그램이다.

염증이 끝난 뒤에도, 세포는 여전히 위험하다

염증은 면역계의 반응이지만, 그 결과는 항상 세포 수준의 스트레스로 남습니다. 사이토카인이 줄어들고 병원체가 제거된 뒤에도, 세포는 이미 손상되어 있고 대사는 흐트러져 있으며 산화 스트레스는 누적된 상태입니다.

즉, 염증의 종결은 곧바로 회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세포는 또 다른 질문에 직면합니다.

이 상태로 다시 싸울 수 있는가, 아니면 살아남는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전사 프로그램이 바로 NRF2입니다.

nrf-2
그림 1. 염증 이후 세포 선택 과정에서 NRF2 활성의 위치와 의미.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Nrf2는 KEAP1과 결합하고 있으므로 일부만 분리되고 Nrf는 유비퀴틴이 결합되고 결국 프로테오좀에 의해서 분해된다. 하지만 염증, 산화 스트레스, 또는 대사 교란이 발생하면 Keap1가 Nrf2와 분리되고, NRF2가 안정화되고 핵으로 이동한다. 활성화된 NRF2는 항산화 반응 요소(ARE)에 결합하여 글루타치온 대사, NADPH 재생, 해독 및 미토콘드리아 보호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유도한다. 이 신호는 염증 반응 자체를 직접 차단하기보다는, 손상 환경에 적응 가능한 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단기간의 NRF2 활성은 조직 회복과 항상성 복원에 기여하지만, 지속적 활성은 손상 세포 제거를 지연시켜 암, 만성 감염, 섬유화 등 병적 상태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NRF2는 염증을 ‘억제’하기 위해 켜지지 않는다

NRF2는 흔히 활성산소 등에 의해서 활성화되고, 그 결과 항염증 단백질이나, 항산화 단백질을 발현하는 항염증 인자나 항산화 마스터로 소개됩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결과를 원인처럼 뒤집어 놓은 해석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NRF2는 염증을 직접 끄는 스위치가 아닙니다. NRF2는 염증과 스트레스가 이미 충분히 누적되었을 때, 세포가 더 이상의 손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활성화됩니다.

즉, NRF2의 활성은 “이제 공격을 줄여야 한다”는 면역적 판단이 아니라, “이 상태로는 더 버티지 못한다”는 세포적 판단입니다.

NF-κB와 NRF2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NF-κB와 NRF2는 종종 대비되는 전사 인자로 설명합니다. 즉, NF-kB는 염증을 일으키지만, NRF-2는 염증을 억제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둘의 차이는 단순한 기능 대비가 아니라 질문 자체의 차이에 있습니다.

  • NF-κB는 지금 위험이 있는가? 싸워야 하는가를 판단하고 위험할 경우에는 NF-kB를 활성화합니다.

  • NRF2가 전혀 다릅니다. 염증이 필요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이 싸움을 계속하면, 우리가 먼저 망가지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NF-κB는 외부 자극과 위협에 민감하고, NRF2는 내부 상태와 손상 축적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두 전사 프로그램은 동시에 켜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세포의 운명을 끌고 갑니다.

NRF2가 켜진다는 것은 ‘방향 전환’이다

NRF2가 활성화되면 세포 내부에서는 명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에 쓰이던 자원이 줄어들고

  • 항산화, 해독, 대사 재정비 관련 유전자가 우선적으로 발현되며

  • 세포 주기와 단백질 합성은 보수적으로 조절됩니다.

이 변화는 공격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공격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선택입니다.

그래서 NRF2 활성 상태의 세포는 종종 “항염증적”으로 보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염증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면역 반응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버티기로 전환된다

NRF2가 켜진 환경에서는 항원제시가 줄고, Th1·Th17 반응이 약해지며, Treg 친화적인 미세환경이 형성되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NRF2는 종종 면역 억제 인자로 오해됩니다. 그러나 이 현상은 면역계가 패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더 이상의 염증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tolerogenic memory와 연결하면, NRF2는 “공격하지 않도록 기억하는 면역”이 형성되기 쉬운 세포적 토양을 만듭니다.

NRF2는 회복의 시작이지만, 항상 선은 아니다

NRF2 활성은 회복과 보호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 선택이 항상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 병원체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NRF2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감염 제어는 실패할 수 있고,

  • 암이나 섬유화 조직에서는 NRF2가
    “너무 잘 살아남는 세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즉, NRF2는 선한 분자도, 악한 분자도 아닙니다. NRF2는 조건부 선택 프로그램입니다.

정리하며: NRF2는 세포의 생존 선언이다

NRF2는 면역 반응을 시작하지 않습니다. NRF2는 염증 이후, 세포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지금은 더 싸울 때가 아니라, 살아남아야 할 때다.

이 선언이 있어야 회복이 가능하지만, 이 선언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오래 지속되면, 면역계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을 이어가겠습니다.

관련문헌

  1. Medzhitov, R.
    Inflammation 2010: New adventures of an old flame.
    Cell, 140(6), 2010, 771–776.
    https://doi.org/10.1016/j.cell.2010.03.006

  2. Yamamoto, M., Kensler, T. W., & Motohashi, H.
    The KEAP1–NRF2 system: a thiol-based sensor–effector apparatus for maintaining redox homeostasis.
    Physiological Reviews, 98(3), 2018, 1169–1203.
    https://doi.org/10.1152/physrev.00023.2017

  3. Wardyn, J. D., Ponsford, A. H., & Sanderson, C. M.
    Dissecting molecular cross-talk between Nrf2 and NF-κB response pathways.
    Biochemical Society Transactions, 43(4), 2015, 621–626.
    https://doi.org/10.1042/BST20150014

  4. Cuadrado, A., et al.
    Therapeutic targeting of the NRF2 and KEAP1 partnership in chronic diseases.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18(4), 2019, 295–317.
    https://doi.org/10.1038/s41573-018-0008-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