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설(1967): 단일 세포 수준에서 증명된 ‘하나의 세포, 하나의 항체’ 원리
발행: 2026-01-08 · 최종 업데이트: 2026-01-08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단일세포 분석으로 클론선택이론을 실험적으로 확증한 Gustav J. V. Nossal의 1967년 고전 연구를 해설합니다.
이론(가설)은 있었으나, 아직 증거는 없었습니다
1950년대 후반, 데이비드 탤미지(David Talmage)와 프랭크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은 면역 반응을 클론선택(clonal selec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각 림프구는 서로 다른 항원 수용체를 미리 지니고 있으며, 항원은 그중 적합한 세포만을 선택해 증식시킨다는 이론이었습니다.
이 설명은 논리적으로 매우 정교했지만, 오랫동안 하나의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단일 세포가 실제로 어떤 항체를 만들어내는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세포가 하나의 항체만을 만든다”는 가설은 아름다운 추론일 뿐, 실험적 사실로 확정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Gustav J. V. Nossal의 접근 ― 세포 하나를 직접 추적하다
1967년, 노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매우 도전적인 단일세포 분석(single-cell analysis)전략을 도입했습니다. 그의 핵심 발상은 간단했습니다. “항체가 만들어지는 바로 그 순간을 표지하면, 세포 하나가 무엇을 생산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실험 설계를 사용했습니다.
-
실험동물에 서로 다른 두 항원을 투여해 항체 반응을 유도합니다.
-
항체 생산이 활발한 비장(spleen)에서 개별 항체 생성 세포를 분리합니다.
-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된 메싸이오닌(methionine)을 배지에 넣어, 새로 합성되는 항체 단백질에 방사능 표지를 부여합니다.
-
이후 방사면역침전법(radioimmunoprecipitation)을 이용해, 각 세포가 만든 항체가 어떤 항원과 결합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과정은 단일 세포 수준에서 항체 특이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였습니다.
결과 ― 예외 없는 단일 특이성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명확했습니다.
-
어떤 세포는 항원 A에만 결합하는 항체를 생산했고,
-
다른 세포는 항원 B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만들었습니다.
-
하나의 세포가 두 종류의 항체를 동시에 생산한 경우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즉, 항체의 다양성은 항원 자극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로 다른 특이성을 가진 세포 집단이 존재하며 항원은 그중 하나를 선택할 뿐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로써 “하나의 세포는 하나의 항체만을 만든다”는 원리는 가설이 아닌 관측된 사실이 되었습니다.
후속 연구 ― 항체 유전자의 일관성까지
이 발견은 이후 연구를 통해 더욱 정교하게 확장되었습니다. 노설은 Gordon Ada와 함께 1969년 연구에서, 단일 세포가 만들어내는 항체의 동형(isotype) 역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 1970년대에는 B세포가 항체 유전자 재배열(V–D–J 조합) 중 하나의 조합만을 선택적으로 발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클론선택이론은 분자 수준에서도 완전히 정립되었습니다.
개념적 전환 ― 항체가 아니라 세포가 단위였습니다
노설의 연구는 면역학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전에는 항체라는 혈청 단백질이 분석의 중심이었지만, 이 실험 이후 면역 반응의 최소 단위는 개별 B세포 클론임이 분명해졌습니다.
즉, 면역계는 단백질 반응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유전 정보를 지닌 세포들이 선택되고 증식하는 정보 시스템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일클론 항체로 이어진 영향
이 원리는 곧바로 기술적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1975년, Georges Köhler와 César Milstein은 단일 B세포 클론을 불멸화한 하이브리도마(hybridoma) 기술을 통해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은 오늘날 항체 치료제, 진단 키트, 연구용 항체의 기반이 되었으며, 그 이론적 출발점에는 노설의 1967년 실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의의
1967년의 이 실험을 통해 면역 반응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항원을 인식하는 과정은 무작위가 아니라, 미리 준비된 세포 정보 중 하나가 선택되는 사건임이 분명해졌습니다. 노설의 연구는 면역학이 생화학을 넘어, 세포와 유전 정보의 과학으로 이동하는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관련문헌
-
Nossal, G. J. V., and J. Lederberg. “Antibody Production by Single Cells.” Nature, 1967. https://doi.org/10.1038/216175a0
-
Burnet, F. M. “A Modification of Jerne’s Theory of Antibody Production Using the Concept of Clonal Selection.” Australian Journal of Science, 1957. https://profiles.ashg.org/hgri/burnet
-
Nossal, G. J. V., and G. L. Ada. “Antibody Production by Single Cells. VII.”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969. https://rupress.org/jem
-
Köhler, G., and C. Milstein. “Continuous Cultures of Fused Cells Secreting Antibody of Predefined Specificity.” Nature, 1975. https://doi.org/10.1038/256495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