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 - 피부 이식은 왜 거부되는가: 메더워의 1944년 피부 이식 고전 논문
발행: 2026-01-09 · 최종 업데이트: 2026-01-09
피터 메더워의 1944년 토끼 피부 이식 연구는 이식 거부가 항체가 아닌 림프구 중심 면역 반응임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입증했다. 세포매개 면역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논문 하나로 추적한다.
문제 제기: 피부 이식은 왜 실패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피부 이식은 단순한 실험 주제가 아니라 절박한 임상 문제였습니다. 전투기 조종사와 선원들을 중심으로 심각한 화상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타인의 피부를 이식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 거의 예외 없이 괴사하고 탈락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를 면역학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이 맞지 않는다”는 기술적 설명이나, 국소 염증의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면역 반응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항체에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인물이 바로 피터 메더워입니다. 그는 피부 이식 실패를 하나의 생물학적 현상으로 보고,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축 위에서 해부학적·조직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실험 전략: 자가이식과 동종이식의 철저한 비교
메더워의 접근 방식은 단순하지만 매우 엄밀했습니다. 그는 토끼를 이용해 두 가지 이식 조건을 설정했습니다.
첫째는 자가이식(autograft)입니다. 동일한 개체의 피부를 다른 부위로 옮기는 방식으로, 면역학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조건입니다.
둘째는 동종이식(homograft)으로, 서로 다른 개체 간 피부를 이식하는 실험입니다. 오늘날 용어로는 동종이식(allograft)에 해당합니다.
그는 피부를 허벅지에서 채취해 등이나 흉부로 옮겼고, 크기와 두께를 달리한 이식편을 다수의 개체에서 반복 실험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 생존 여부가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른 형태 변화와 조직 반응을 세밀하게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자가이식의 정상적인 경로
자가이식의 경우, 피부는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랐습니다. 메더워는 이를 세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초기 접합과 혈관화입니다. 이식편은 주변 조직과 빠르게 연결되며 혈류를 회복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전반적인 세포 증식(hyperplasia)이 관찰됩니다. 표피와 진피 전반에서 세포 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마지막 단계는 정상 조직으로의 재분화입니다. 이식된 피부는 점차 주변 피부와 구별되지 않게 됩니다.
이 과정에는 염증이나 조직 파괴가 거의 동반되지 않습니다. 즉, 동일한 개체의 피부는 면역계에 의해 “자기(self)”로 인식되며 문제없이 받아들여집니다.
동종이식의 초기 착시: 처음엔 정상처럼 보인다
동종이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초기에는 자가이식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식 후 수일간, 피부는 정상적으로 혈관화되고 살아 있는 조직처럼 유지됩니다.
이 시점만 본다면, 동종이식 실패를 단순한 기술적 문제나 영양 공급 문제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메더워는 이 “정상처럼 보이는 시기”가 오히려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림프구 침윤과 파괴의 시작
일정 시간이 지나면 동종이식편에서는 급격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이식 부위로 림프구와 단핵세포가 대량 침윤하기 시작하며, 조직 부종과 혈관 변화가 뒤따릅니다.
결국 이식편은 붉고 뜨겁고 부어오른 상태가 되며, 조직 구조가 붕괴되고 완전히 소실됩니다. 이 과정은 세균 감염에서 보이는 화농성 염증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특히 메더워가 강조한 점은, 이 부위에서 다형핵 백혈구(polymorphonuclear leukocyte)가 주된 세포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대신 림프구와 대형 단핵세포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는 이식 거부가 비특이적 손상이 아니라, 특정 세포 집단이 표적 조직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과정임을 시사했습니다.
두 번째 세트 거부 반응: 기억하는 면역계
메더워 논문의 정점은 면역 기억의 발견입니다. 그는 동일한 공여자의 피부를 다시 이식했을 때, 첫 번째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반응은 무작위적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공여자의 피부에 대해서만 가속되었고, 다른 개체의 피부를 이식하면 다시 초기와 동일한 시간 경과를 보였습니다.
메더워는 이를 두 번째 세트 거부(second-set rejection)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면역 반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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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특이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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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노출을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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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당시 알려진 적응 면역(adaptive immunity)의 정의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항체는 어디에 있는가?
가장 도발적인 결론은 여기서 나옵니다. 메더워는 이 모든 과정에서 혈청 항체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명확히 기술했습니다.
당시 면역학에서 “면역”이라는 단어는 거의 자동적으로 항체 반응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피부 이식 거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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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를 검출할 수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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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을 옮겨도 반응이 전달되지 않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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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특정 세포들이 조직을 직접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면역 반응의 주체가 반드시 항체일 필요는 없다는,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세포매개 면역이라는 새로운 문
메더워는 자신의 논문에서 “세포매개 면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데이터는 명확히 이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식 거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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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구 침윤을 동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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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원 특이성과 기억을 가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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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청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는 훗날 T 림프구가 담당하는 세포매개 면역(cell-mediated immunity)의 전형적인 특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후의 영향과 역사적 의미
메더워의 1944년 논문은 단순한 이식 연구가 아니었습니다. 이 논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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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반응의 정의를 확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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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중심 면역학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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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식면역학과 면역 관용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신생아 시기의 면역 관용 연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업적으로, 196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유의 출발점은, 이 토끼 피부 이식 실험에 이미 들어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면역계는 무엇을 자기로 인식하고, 무엇을 제거하는가.
관련 문헌
Medawar, Peter B. “The Behavior and Fate of Skin Autografts and Skin Homografts in Rabbits.” Journal of Anatomy, vol. 78, 1944, pp. 176–199.
https://pubmed.ncbi.nlm.nih.gov/17105080/
Billingham, Rupert E., Medawar, Peter B., and Leslie Brent. “Actively Acquired Tolerance of Foreign Cells.” Nature, vol. 172, 1953, pp. 603–606.
https://www.nature.com/articles/172603a0
Silverstein, Arthur M. A History of Immunology. Academic Press, 2009.
https://www.sciencedirect.com/book/9780123705860/a-history-of-immu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