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LPS–TLR4 신호는 어떻게 염증을 유발하는가?
발행: 2026-01-14 · 최종 업데이트: 2026-01-14
LPS가 체내에 유입된 이후 TLR4 인식을 거쳐 사이토카인, 지질 매개체, 탐식과 종결 회로로 이어지며 염증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종료되는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면역 신호 흐름으로 정리합니다.
이 글은 LPS(lipopolysaccharide)가 체내에 유입된 이후, TLR4 인식을 거쳐 신호가 분기되고, 그 결과가 사이토카인·지질 매개체·탐식/종결 회로를 통해 실제 염증의 ‘형태’로 구현된 뒤 종결되는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염증을 하나의 사건(event)이 아니라 신호 인식 → 명령/실행 → 조직 반응 → 종결이라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염증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생리적인 부분만 설명하거나, 혹은 면역학적인 부분만 설명하지만, 염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리학을 포함해서 면역생물학적 관점에서 다뤄야 합니다.
염증의 일반적인 진행과정
급성 염증반응은 흔히 조직 손상이나 감염에 대한 1차 방어 작용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특정 위험 신호가 인식되고, 신호가 분기·실행된 뒤 종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급성 염증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극원이 필요하며, 대부분의 염증 매개물질은 조직 내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자극원이 제거되면 염증 반응 역시 종결 방향으로 전환됩니다.
염증의 출발점은 조직에 상주하는 면역세포가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단계입니다. 대식세포, 수지상 세포, 조직구, 쿠퍼세포, 비만세포 등은 병원체연관분자유형(PAMPs)과 손상연관분자유형(DAMPs)을 인식하는 수용체를 표면에 발현하고 있습니다. PAMPs는 주로 미생물에서 유래한 분자로 숙주 물질과 명확히 구분되며, DAMPs는 숙주 세포 손상 과정에서 방출되는 내부 신호입니다. 감염이나 물리·화학적 손상이 발생하면, 이러한 수용체를 가진 면역세포들이 PAMPs 또는 DAMPs를 인식하면서 염증 반응이 시작됩니다. 염증반응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세포와 물질이 관여하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것만 살펴보겠습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인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패턴 인식 수용체 중 하나가 Toll-like receptor 4(TLR4)이며, 특히 TLR4가 인식하는 LPS는 TLR4를 통해 강력한 염증 신호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자극원입니다. TLR4가 활성화되면 NF-κB와 같은 전사 인자를 중심으로 한 신호전달 경로가 가동되어 TNF-α, IL-1, IL-6, IL-8 등의 전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촉진됩니다. 동시에, 이러한 신호는 전사 반응과 병렬적으로 phospholipase A₂(PLA₂) 활성화를 유도하여 세포막 인지질로부터 아라키돈산을 포함한 지방산을 유리시키고, 프로스타글란딘과 류코트리엔과 같은 지질 매개체 생성으로 빠르게 연결됩니다.
사이토카인과 지질 매개체는 서로 다른 시간 척도에서 염증을 실행합니다. 혈관 확장과 혈류 증가는 발적과 열감을 유발하고, 혈관 투과성 증가는 혈장 성분의 조직 유출을 통해 부종을 형성합니다. 또한 프로스타글란딘과 브래디키닌과 같은 매개물질은 감각 신경을 민감화시켜 통증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해당 조직의 기능 저하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한편, 염증 부위에서는 호중구와 대식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의 유입이 촉진됩니다. 손상된 조직에서 생성되는 화학 신호를 따라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과정을 화학주성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조직 손상과 병원체 제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신호 인식, 매개체 생성, 조직 반응의 누적을 통해 급성 염증은 우리가 인지하는 가시적인 형태로 완성됩니다.
출발점: LPS는 왜 그렇게 강력한가
면역세포는 어떤 물질이 위험한지 아닌지 알아내기 위한 센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센서는 오랫동안 진화되면서 사람의 세포에는 없고 세균에게만 존재하는 물질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LPS 입니다. LPS는 그람음성균 외막의 구조 성분으로, 세균의 존재를 가장 보편적이고 회피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드러내는 분자입니다. 면역계는 진화적으로 이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결과 LPS는 극미량으로도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LPS가 단순한 ‘독소’라기보다 면역계가 위험을 판단하는 기준(reference signal)이라는 점입니다. 즉 LPS를 감지하고 LPS를 탐식작용으로 제거한다고 해도 결국 항원제시를 통하여 적응면역으로 연결되어 항체가 만들어지는 것은 LPS가 아니라 주로 LPS와 같이 들어온 박테리아의 단백질 성분들입니다. 혹은 세포막의 성분들입니다. 그러므로 면역세포는 박테리아 마다 다른 특징에는 관심이 없고, 공통점을 찾아서 일단 잡아 먹고 분해하면서 항원제시를 하기 때문에 그람음성 박테리아의 흔적인 LPS에 극도로 민감한 것입니다.
혈액 단계: LPS의 전달과 가공
혈액으로 유입된 LPS는 단독으로 직접 면역세포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먼저 LBP(LPS-binding protein)에 결합하고, 이 복합체가 CD14로 전달됩니다. CD14는 전사 신호를 직접 전달하기보다는 LPS를 TLR4–MD-2 복합체로 전달하고, 더 나아가 탐식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감지 단계: TLR4–MD-2 활성화
CD14를 통해 전달된 LPS는 MD-2에 결합하고, 이로 인해 TLR4가 이합체를 형성하면서 본격적인 신호전달이 시작됩니다. 이 시점이 염증 회로의 공식적인 출발점이며, 이후 신호는 기능적으로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출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아라키돈산–지질 매개체 회로: 현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의 작용 부위
이 신호는 가장 먼저 연구된 신호이기도 하며, 어떤 의미로는 가장 오래전부터 알려진 신호전달입니다. 그리고 이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의약품(COX2 저해제)이 크게 성공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본 이야기일 수 있으며, 고등학교 수준의 교과서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그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토카인이 전사 수준의 ‘명령’이라면, 지질 매개체는 이미 존재하는 세포막 지질로부터 수 분 내 생성되는 즉각적 실행 인자입니다. 같은 사이토카인 환경에서도 지질 매개체 조합에 따라 통증·부종·열감 같은 염증의 체감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1-1. 출발점: PLA₂와 세포막 지방산 풀(pool)
LPS 자극(또는 그 후속 사이토카인 자극)은 TLR4 활성화 직후 MAPK(p38, ERK, JNK) 신호가 빠르게 병렬로 활성화되면서, phospholipase A₂(PLA₂), 특히 cPLA₂를 인산화·활성화합니다. 이 과정은 NF-κB에 의한 전사 반응이 충분히 진행되기 이전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그 결과 세포막 인지질에서 지방산이 즉각적으로 유리됩니다. 이때 어떤 지방산이 더 많이 동원되느냐가 이후 염증의 방향과 체감 양상을 좌우합니다. 이 신호전달은 매우 빠르기도 하지만, 뒤에 언급할 NF-kB 신호전달로 부터 더 강화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항염증제를 섭취하면 대부분 이 경로를 차단하는 의약품입니다.
-
오메가-6 계열: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 AA)
-
오메가-3 계열: EPA, DHA
이 비율은 식이 구성과 세포막 조성에 의해 상당 부분 선결정되어 있습니다.
1-2. 아라키돈산 경로: 염증을 ‘증폭’하는 지질 언어
아라키돈산은 주로 COX와 LOX 경로를 통해 빠르게 대사되며, 이 과정에서 혈관·신경·면역세포를 즉각적으로 변화시키는 매개체들이 생성됩니다.
-
COX 경로: PGE₂, PGI₂, TXA₂ 등
-
혈관 확장, 통증 민감화, 발열 유도
-
우리가 체감하는 통증·열감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됨
-
-
LOX 경로: LTB₄, LTC₄ 등
- 백혈구 유주(chemotaxis)와 침윤을 강력히 촉진
아라키돈산 기반 지질 매개체가 우세할수록 염증은 빠르게 커지고, 통증이 뚜렷하며, 과잉 반응으로 치닫기 쉬운 양상을 띱니다.
1-3. 오메가-3 경로: 염증의 ‘종결’을 요구하는 지질 매개체
오메가-3(EPA, DHA)는 단순히 아라키돈산을 ‘밀어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염증 실행 양상과 종결 능력을 바꾸는 경로로 연결됩니다.
-
경쟁 효과: EPA가 COX/LOX의 기질로 들어가면, 생성되는 eicosanoid의 염증 유발력은 대체로 아라키돈산 유래 물질보다 약해져 염증의 ‘톤’이 낮아집니다.
-
핵심 효과: DHA/EPA는 SPMs(Specialized Pro-resolving Mediators)의 전구체가 됩니다.
1-4. SPMs: 염증을 ‘끝내는 물질들’
Resolvin, protectin, maresin 등 SPMs는 염증을 억지로 꺼버리거나 면역을 마비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염증을 해결(resolution) 단계로 전환시키는 신호를 강화합니다.
-
백혈구 유입 제한: 추가 호중구 유입을 줄이고 과잉 활성 억제
-
대식세포 기능 전환: 탐식작용 강화, 죽은 세포·잔해 제거 촉진
-
혈관 정상화: 투과성·혈관 톤 회복, 부종 감소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SPMs는 염증을 끄는 물질이 아니라, 염증을 ‘마무리 짓는 언어’입니다.
1-5. 오메가-3는 염증을 억제하지만, ‘항염증제’는 아니다.
-
NSAIDs: COX를 막아 지질 매개체 생성 자체를 차단
-
스테로이드: 사이토카인 전사를 포함해 상위 신호를 광범위하게 억제
-
오메가-3: 염증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 과잉 증폭과 미종결을 방지하고 해결 회로를 강화
오메가-3는 염증을 억제하고 종결되도록 재설계하기 위한 조건에 가깝습니다.
2. TLR4–MyD88 축: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이어지는 ‘명령’ 회로
TLR4 신호는 MyD88 경로를 통해 NF-κB와 AP-1을 활성화하고, TNF-α, IL-1β, IL-6과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대량 분비를 유도합니다. 이는 면역계가 즉각적인 대응을 선택했음을 의미하며, 발열과 급성 염증, 전신 반응의 토대가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염증 때문에 몸에서 열이 날 경우에는 이것은 IL-1β가 뇌에 작용해서 일으킨 반응입니다. 그 만큼 염증 반응을 강하게 고착화할 수 있는 중요한 반응이며, 조절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1. 사이토카인 이후: 아직 염증은 ‘완성되지 않았다’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었다는 사실은 염증이 이미 ‘발생했다’는 뜻이 아니라, 염증을 실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염증은 이 명령이 조직에서 실행될 때 비로소 가시적인 형태를 띱니다.
2-2. 혈관 내피세포 활성화: 발적·열감·부종의 시작
-
혈관 투과성 증가: 내피세포 결합이 느슨해져 혈장 성분이 조직으로 유출되며 부종이 발생
-
혈관 확장: NO와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이 증가해 발적과 열감이 나타남
혈관 내피세포의 활성화는 단일 신호의 결과가 아니라, 지질 매개체에 의한 즉각적 생리 반응과 NF-κB 매개 전사 프로그램이 겹쳐 작동한 결과입니다. 프로스타글란딘과 같은 지질 매개체는 수 분 내 혈관 확장과 투과성 증가를 유도하여 염증의 ‘속도와 체감’을 결정하고, 동시에 TNF-α, IL-1β와 같은 사이토카인은 NF-κB를 통해 내피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재설계함으로써 접착분자 발현과 백혈구 유주가 가능한 염증 지속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 두 신호가 동시에 작동할 때, 염증은 일시적 반응을 넘어 조직 수준의 반응으로 고착됩니다.
2-3. 면역세포 이동과 조직 손상
내피세포는 E-selectin, ICAM-1, VCAM-1 등의 접착분자를 발현하여 백혈구의 부착·유출을 돕습니다. 조직으로 들어온 면역세포는 병원체 제거 과정에서 ROS와 프로테아제를 방출하며, 이 과정에서 조직 손상이 불가피하게 동반됩니다.
2-4. 통증과 기능 저하
염증 부위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 브래디키닌, 국소 산성화 등이 통각 수용체를 민감화하여 통증을 증폭합니다. 기능 저하는 단순 부작용이 아니라, 해당 부위를 보호하고 에너지를 면역 반응에 우선 배분하기 위한 생리적 전략입니다.
2-5. (중요) TRIF 신호전달은 ‘engulfment 이후’에 본격화된다
TRIF 경로는 MyD88 경로처럼 세포 표면에서 곧바로 강하게 켜지는 축이 아니라, CD14가 유도하는 engulfment/엔도사이토시스가 진행된 뒤에 나타나는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즉, 대식세포가 LPS(또는 LPS를 포함한 입자/세균 성분)를 포획하고 engulfment가 진행되면서 TLR4–LPS 복합체가 엔도좀으로 이동한 이후, 그 엔도좀 환경에서 TRIF가 결합하며 IRF3 활성 및 IFN-β 유도, 그리고 A20 등의 음성 조절 회로가 강화됩니다.
이 관점에서 TRIF는 ‘염증을 더 키우는 2차 증폭기’라기보다, 위험 신호를 실제로 처리(engulf)하는 과정과 결합된 조절·종결 방향의 라우팅 신호로 자리 잡습니다.
3. CD14–엔도사이토시스–탐식 회로: ‘정리와 종결’로 모드를 전환하는 스위치
CD14는 신호전달 도메인이 없는 GPI-anchored 단백질로, 전사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증폭시키기보다 세포의 행동 모드 전환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 축은 염증을 ‘더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위험 신호를 실제로 제거하여 염증을 끝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3-1. CD14–PLCγ–Ca²⁺: 탐식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실행 신호
CD14는 막 미세구조(raft)를 통해 PLCγ–Ca²⁺ 신호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세포골격 재편성과 phagocytic cup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대식세포의 포획·섭취 모드가 강화됩니다.
3-2. TLR4–LPS 복합체의 엔도사이토시스: 표면 MyD88 신호의 물리적 종료
CD14는 TLR4–MD-2–LPS 복합체의 엔도사이토시스를 촉진하여 표면 신호(주로 MyD88 축)가 장시간 지속되는 것을 제한합니다. 표면에 TLR4가 오래 남아 있을수록 염증성 사이토카인 신호는 지속되기 쉽기 때문에, 이 과정은 염증 회로를 ‘끄는 방향’으로 기울이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3-3. TRIF 경로와의 연결: 종결 회로로의 라우팅
엔도좀으로 이동한 TLR4는 TRIF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IFN-β 및 음성 조절 인자(A20 등) 유도를 통해 염증의 조절·종결 방향성을 강화합니다.
3-4. 탐식작용이 왜 ‘염증 종료 신호’인가
염증이 끝나기 위한 조건은 위험 신호(PAMP/DAMP)가 실제로 제거되었다는 증거입니다. 탐식작용은 그 증거를 물리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면역계는 염증을 억제했기 때문에가 아니라 치웠기 때문에 염증을 종료합니다.
전체 흐름 요약
LPS 유입 → LBP 결합 → CD14 전달 → TLR4–MD-2 활성화 → (1) PLA₂–아라키돈산/오메가-3 지질 매개체(체감·종결 설계) + (2) MyD88–NF-κB 사이토카인(명령·증폭) + (3) CD14–탐식/엔도사이토시스–TRIF(정리·종결) → 혈관 변화·세포 침윤·통증 → 염증 완성 및 해결
결론
LPS에서 시작된 염증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인식·명령·실행·종결이 층층이 연결된 생리 회로입니다. 아라키돈산–지질 매개체는 염증의 ‘체감’을 만들고, 오메가-3 유래 SPMs는 염증이 정상적으로 끝나도록 해결 회로를 강화합니다. 또한 CD14–탐식–엔도사이토시스 축은 위험 신호를 실제로 제거함으로써 염증을 종결시키는 필수 조건을 제공합니다. 이 관점에서 염증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되고 완결되어야 할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