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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디톡스와 간청소는 왜 사이비인가: 안드레아스 모리츠와 훌다 클라크 이론의 실체

발행: 2026-01-31 · 최종 업데이트: 2026-01-31

올리브 오일과 자몽즙으로 담석을 제거한다는 간청소(간 디톡스) 이론은 왜 사이비로 분류되는가. 훌다 클라크에서 안드레아스 모리츠로 이어진 서사를 통해 간청소 이론의 과학적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간 디톡스라는 말에 숨어 있는 ‘사이비 프로토콜’

간 디톡스(liver detox)라는 표현 자체가 언제나 사이비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주를 줄이고, 체중을 관리하고, 간염을 치료하고, 지방간을 개선하는 생활습관 변화는 의학적으로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간을 돌본다”는 상식적 조언이 아니라, 담석을 배출한다는 목적을 내세운 ‘간청소(gallbladder flush)’ 프로토콜입니다.

이 방법은 국내에서 『의사들도 모르는 기적의 간청소』 같은 제목으로 번역·유통되며 유명해졌고, 원형은 대체의학 서사에서 출발해 인터넷을 통해 변형·증폭되었습니다. 핵심은 간이 아니라 담낭(쓸개)과 담도이며, 주장 내용도 간단합니다.

며칠간 식이를 제한해 “담즙을 농축”해 둔 뒤,
올리브 오일 같은 지방을 한 번에 과량 섭취해 담즙을 폭발적으로 분비시키면,
담석이 변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 주장은 의학적 담석 치료 원리와 맞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담석이 나왔다”는 증거가 과학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누가 이 이야기를 퍼뜨렸나: 훌다 클라크 → 안드레아스 모리츠

현재의 간청소 유행에는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훌다 클라크
그림 1. 훌다 클라크

간청소 이론의 사상적 출발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훌다 클라크(Hulda Clark)는, 단순히 비주류 대체요법을 주장한 인물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녀는 대체의학자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한 범주에 속하는 인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그 이유는 이론의 내용뿐 아니라, 주장의 방식과 파급 효과에 있습니다.

1. “모든 질병의 원인은 하나”라는 극단적 환원주의

훌다 클라크 이론의 핵심은 매우 단순합니다.

거의 모든 질병은 특정 기생충(parasite)과 특정 독소(환경 화학물질)에 의해 발생한다.

암, 자가면역질환, 만성피로, 신경계 질환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이처럼 질병의 원인을 하나의 숨은 요인으로 환원하는 사고방식은 과학적 의학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현대 의학은 질병을 유전, 환경, 생활습관, 면역, 감염, 대사 등 다요인적(multi-factorial) 현상으로 이해합니다.

클라크의 이론은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성을 부정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이 지점에서 이미 과학적 논의는 불가능해집니다.

2. ‘Syncrometer’라는 가짜 진단 기기

훌다 클라크가 특히 악명 높은 이유는,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비과학적 진단 기기를 직접 사용·보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Syncrometer라는 장치를 이용하면 혈액 한 방울, 머리카락, 사진만으로도 체내 기생충, 독소, 질병의 원인을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이비 의료장비를 잘 아는 분은 이것이 악명높은 라디오닉스 계열의 장비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장치는생리학적 원리가 없고, 측정 대상과 결과의 인과관계 없으며, 재현성이 없어 과학적 측정기기로서의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합니다. 이는 진단 도구가 아니라, 신념을 강화하는 소품에 가깝습니다.

3. ‘의학은 거짓말을 한다’는 음모론적 서사

훌다 클라크 이론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기존 의학을 단순히 “불완전하다”고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의도적 은폐와 공모로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서사에서, 의사들은 진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숨기고 있으며, 제약회사와 결탁해 환자를 속이고 있다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 서사는 환자에게 강력한 심리적 효과를 줍니다.

  • 기존 치료를 불신하게 만들고

  • 검증된 의료 접근을 거부하게 하며

  • 대체요법만이 ‘깨어 있는 선택’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 구조는 사이비 종교와 매우 유사합니다.

4. 간청소·디톡스·전기요법의 종합 패키지

훌다 클라크는 하나의 요법만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세계관은 종합 패키지 형태로 작동합니다.

  • 기생충 제거

  • 간청소(liver flush)

  • 디톡스

  • 전기 자극 장치(zapper)

이 각각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서사 안에서는 서로를 증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간청소로 담석이 나왔으니 간이 막혀 있었고 독소가 쌓였으며 기생충이 원인이었다

이런 식의 순환 논증이 만들어집니다. 한 번 이 구조에 들어오면, 반증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안드레아스 모리츠
그림 2. 안드레아스 모리츠, 간 청소를 일반화시킨 사람

안드레아스 모리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Andreas Moritz는 의학 학위(MD)를 소지한 의사가 아니며, 공인된 의료 전문 직종에 속한 인물도 아닙니다. 그는 자신을 자연요법 치료사이자 대체의학 저술가로 소개했으며, 간청소(gallbladder flush)를 포함한 다양한 ‘자연 치유’ 방법을 개인적 경험과 신념에 기반해 체계화한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 저서 Amazing Liver and Gallbladder Flush는 의학적 검증을 거친 임상 지침이라기보다는, 특정 가설을 전제로 구성된 실천 매뉴얼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그의 주장이 단순한 의견 제시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모리츠는 담석이 영상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거나, 기존 의학은 담석의 진짜 원인을 알지 못한다는 식의 서사를 반복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반증이 불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의학적 비판은 “의사들이 모르는 영역”이라는 표현으로 손쉽게 무력화됩니다. 특히 국내 번역본 제목인 『의사들도 모르는 기적의 간청소』는, 저자가 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학 내부자의 고발처럼 인식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간청소 이론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법이라기보다는, 의학적 언어를 차용해 신뢰를 획득한 대체의학적 서사에 가깝습니다. 이는 훌다 클라크로부터 이어진 사이비적 질병관을 보다 단순하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한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비평 포인트는, 이들이 과학적 근거를 쌓기보다 설득의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모리츠식 프로토콜은 “실패해도 반박이 불가능한” 장치를 여럿 갖고 있습니다.

  • 검사에 안 보이는 “숨은 담석”이 있다는 주장(반증 불가능)

  • 변에서 보이는 덩어리를 “담석”이라고 단정(검증 회피)

  • 의학적 비판을 “의사들도 모르는 진실”로 치환(면역화)

이 단계부터 이미 과학이 아니라 사이비의 전형적 서사 구조입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레시피가 특히 위험한 이유

국내에서는 레시피가 더 자극적으로 변형된 경우가 많습니다.

  • 며칠간 단백질·지방 제한

  • 사과식초(apple cider vinegar) 같은 산성 음료를 다량 섭취

  • 마그밀(산화마그네슘/하제)을 반복 복용

  • 자몽즙 + 올리브 오일을 한 번에 과량 섭취

여기서 “효과”로 제시되는 것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1. 설사로 장이 비워지며 덩어리가 잘 보인다

  2. 그 덩어리가 담석이다

하지만 1)은 단순히 하제 효과이고, 2)는 과학적으로 틀렸습니다.

“변에서 나온 담석”이 담석이 아닌 이유: 비누화(soap stone)

이 논쟁을 끝내는 핵심은 “사진”이 아니라 성분 분석입니다.

가짜 담석
그림 3. 간 청소로 몸에서 빠져나온 물질, 이러한 물질을 안드레아스 모리츠는 담석이라고 말한다.

담석은 보통 콜레스테롤(cholesterol), 빌리루빈(bilirubin), 칼슘(calcium) 성분 등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간청소 후 변에서 나온 녹색·노란 덩어리를 분석하면, 담석의 전형적 성분이 아니라 지방산 덩어리인 경우가 보고되어 왔습니다.

특히 the Lancet에 실린 짧은 보고(“Could these be gallstones?”)는,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을 과량 섭취한 뒤 나온 녹색 덩어리가 담석이 아니라 소화 과정에서 형성된 물질(지방이 분해·응집된 덩어리)이라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쉽게 말해 이렇습니다.

  • 올리브 오일을 많이 먹으면 장 안에 지방이 과량으로 들어옵니다.

  • 여기에 담즙과 소화효소, 산성 과일즙이 섞이면

  • 장내에서 지방이 “엉겨 붙은 덩어리”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 그 덩어리가 변으로 나오면, 사람 눈에는 “담석처럼” 보입니다.

  • 그러나 그것은 담낭에서 나온 돌이 아니라 장 안에서 새로 만들어진 덩어리일 수 있습니다.

즉, 간청소 프로토콜은 담석을 “빼는” 것이 아니라, 담석처럼 보이는 것을 “만들어 내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담석 치료”가 성립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나

간청소가 담석 치료라면 최소한 아래 중 하나는 보여야 합니다.

  • 초음파(ultrasound)나 CT에서 담석이 확인되었고

  • 간청소 후 같은 검사에서 담석이 사라졌다는 객관적 근거가 있으며

  • 배출물의 성분이 담석과 일치한다는 분석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간청소 주장자들이 제시하는 것은 대부분 “사진”과 “체험담”입니다. 사진은 증거가 아닙니다.
반대로, 임상적으로 신뢰할 만한 의료 정보는 “담낭 청소/담석 클렌즈가 담석 치료에 유효하다는 신뢰할 근거가 없다”고 정리합니다. 예를 들어 Mayo Clinic는 담낭 클렌즈(gallbladder cleanse)가 담석 예방·치료에 유용하다는 신뢰할 증거가 없고, 변에서 보이는 덩어리는 담석이 아니라 오일·주스 등이 만든 덩어리일 수 있다고 명확히 설명합니다.

“효과가 없다”에서 끝이 아니다: 실제로 위험할 수 있다

간청소는 단순히 효과가 없는 수준을 넘어 부작용 위험이 있습니다.

  • 하제(마그네슘 제제, 엡솜 솔트 등)로 인한 심한 설사, 탈수, 전해질 이상

  • 담낭 수축이 유발될 때 담석이 담도를 막아 담도 산통, 담관염, 췌장염이 생길 위험

  • 자몽즙은 여러 약물과 상호작용이 알려져 있어, 복용 약이 있는 사람에게 추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약물 상호작용 자체가 복잡하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올리브 오일/레몬즙 등을 이용한 자가 “치료” 뒤 합병증 가능성을 경고하는 의학 문헌도 존재합니다.

결론: 이 간청소는 사이비입니다

정리하면, 간청소(간 디톡스) 레시피가 사이비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1. 반복 가능한 객관적 근거가 없습니다. (검사 전후 변화, 성분 분석 부재)

  2. ‘담석처럼 보이는 덩어리’를 장내에서 만들어 증거처럼 제시합니다. (비누화/응집)

  3. 반증 불가능한 서사로 비판을 차단합니다. (“숨은 담석”, “의사도 모름”)

  4. 부작용 위험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 방법은 “대체요법” 정도가 아니라, 과학의 언어를 빌려 신뢰를 가장한 사이비 프로토콜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참고문헌(References)

  1. Sies, Christiaan W., and Jim Brooker. "Could these be gallstones?." Lancet 365.9468 (2005): 1388-1388. 논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