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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는 언제 T세포를 증식시키는가: G1 진행과 c-Myb의 발견

발행: 2026-01-04 · 최종 업데이트: 2026-01-04

1986년 Science 논문을 통해 본 IL-2 의존적 T세포 증식 모델과 세포주기 조절의 분자적 이해

Interleukin-2 Induction of T-cell G1 Progression and c-myb Expression
Julie B. Stern, Kendall A. Smith · Science · 1986
IL-2는 단순한 생존 인자가 아니라, T세포 세포주기 G1 진행을 유도하며 c-myb 유전자 발현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핵심 조절자임을 최초로 입증한 연구.

1. 왜 T세포 증식을 다시 생각해야 했을까

1980년대 중반까지 세포 증식 연구의 표준 모델은 3T3 섬유아세포(3T3 fibroblast)였습니다. 이 세포들은 배양 조건을 조절하면 비교적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증식과 정지를 반복했기 때문에, 세포주기 연구의 교과서적 모델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포들이 결코 “정상(normal)”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염색체 이상, 유전자 결손, 구조적 변형이 누적된 상태였으며, 사실상 암세포에 가까운 특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 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연구자들은, 유전적으로 정상이며 생리적으로 명확한 출발점을 가진 세포를 찾기 시작했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림프구(lymphocyte)였습니다.

림프구는 혈액에서 쉽게 얻을 수 있고, 평상시에는 G0 상태에 머물다가 특정 자극에 의해 일괄적으로 세포주기에 진입합니다.
이는 세포주기 연구에 매우 이상적인 조건이었습니다.

2. T세포에서 분리된 두 단계: 활성화와 증식

이미 1960년대부터 피토헤마글루티닌(phytohemagglutinin, PHA)과 같은 미토젠(mitogen)을 이용하면 T세포가 증식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면역학 연구는 T세포 수용체(TCR)가 활성화된 직후의 수 분~수 시간 이내의 신호 전달만을 분석하는 데 집중해 있었습니다.

문제는 TCR 자극 이후 곧바로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 생산과 IL-2 수용체발현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무엇이 실제로 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신호인가”를 분리해서 분석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4년 Science에 발표된 Cantrell–Smith 논문에서는 TCR 자극 단계와 IL-2 수용체 자극 단계를 실험적으로 분리한 시스템이 제시되었습니다.

1986년 논문은 바로 이 모델 위에서 출발합니다.

3. ‘Competence’와 ‘Progression’이라는 개념의 도입

3T3 세포 연구에서는 이미 세포 증식이 두 단계로 나뉜다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었습니다.

  • 적격 단계(competence phase): 세포가 증식할 준비를 갖추는 단계

  • 진행 단계(progression phase): 실제로 DNA 합성과 분열이 일어나는 단계

이 논문은 T세포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검증합니다.

즉,

  • TCR 자극 → competence signal

  • IL-2 수용체 자극 → progression signal

이라는 대응 관계입니다.

이 가설이 맞다면, IL-2는 단순한 보조 인자가 아니라 세포주기 G1에서 S기로 넘어가게 만드는 핵심 신호가 됩니다.

4. 실험 설계: IL-2만의 효과를 분리하다

연구자들은 인간 말초혈액에서 얻은 정상 T세포를 사용해, 세포들을 먼저 G0 상태로 동기화했습니다.
이후 anti-CD3 자극으로 TCR을 활성화한 뒤, IL-2를 제거하고 장기간 배양하여 IL-2 수용체 발현이 낮은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TCR 전체를 자극하지 않고, 포르볼 에스터(phorbol ester)를 이용해 부분 신호만 전달함으로써 IL-2는 만들지 않지만 IL-2 수용체는 발현하는 상태를 유도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연구자들은 원하는 시점에 IL-2만 단독으로 추가할 수 있었고, IL-2 신호 이후에 일어나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5. IL-2 이후에 나타나는 변화들

IL-2를 추가한 뒤 관찰된 변화는 매우 일관적이었습니다.

  • RNA 합성(삼중수소 유리딘 흡수)은 IL-2 처리 후 약 8시간부터 증가

  • DNA 합성(삼중수소 티미딘 흡수)은 약 20시간 이후 뚜렷하게 증가

  • 형태학적으로도, 작은 휴지기 림프구가 블라스트(blast) 형태로 전환

이는 IL-2가 세포를 즉각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G1 진행을 완성시킨 뒤 S기로 진입하게 만든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6. 핵심 발견: c-myb 유전자의 선택적 활성화

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c-myb유전자의 발현 양상이었습니다.

  • c-myc, c-fos 등은 TCR 자극 단계에서 이미 발현

  • 반면 c-myb는 IL-2가 추가된 이후에만 선택적으로 증가

노던 블롯 분석 결과, c-myb mRNA는 IL-2 의존적 진행 단계에서 뚜렷하게 증가했다가 이후 감소했습니다. 이는 c-myb가 세포주기 G1 진행에 특이적으로 관여하는 전사인자임을 시사합니다.

흥미롭게도 c-myb는 조혈계 미성숙 세포에서 주로 발현되며, 분화가 완료된 세포에서는 사라지는 유전자입니다. 즉, 이 결과는 IL-2가 T세포를 ‘미성숙하지만 증식 가능한 상태’로 밀어 올린다는 해석과도 맞아떨어집니다.

7. 이 논문의 의미와 이후의 평가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1. 사이토카인(cytokine)이 새로운 유전자 발현을 직접 유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명확히 입증

  2. T세포 증식을 단일 사건이 아닌 단계적 세포주기 과정으로 재정의

  3. 종양유전자(oncogene) 연구와 면역학을 분자 수준에서 연결

이후 수십 년 동안 c-Myb는 조혈계 종양과 세포주기 조절 연구에서 핵심 인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이 논문은 면역학적 증식 신호를 암 생물학과 연결한 초기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8. 정리하며

1986년 이 논문은 “IL-2는 T세포를 살려 두는 인자가 아니라, 세포주기를 실제로 밀어주는 신호다” 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분자 수준에서 보여주었습니다.

T세포 증식이라는 익숙한 현상 뒤에 숨은 시간, 단계, 유전자의 질서를 드러낸 이 연구는, 오늘날에도 면역학 고전(classic)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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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헌

  1. Stern, Julie B., and Kendall A. Smith. “Interleukin-2 Induction of T-cell G1 Progression and c-myb Expression.” Science, 1986. https://science.sciencemag.org

  2. Cantrell, D. A., and K. A. Smith. “The interleukin-2 T-cell system.” Science, 1984. https://science.sciencemag.org

  3. Ness, Scott A. “Myb protein specificity and function.” Biochimica et Biophysica Acta, 1999. https://www.sciencedir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