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적응면역의 방향을 조절하는 보조 T세포
발행: 2026-01-10 · 최종 업데이트: 2026-01-10
보조 T세포가 어떻게 적응면역의 방향을 결정하는지, Th1·Th2·Th17·Treg 분화의 원리와 RNA-seq 이후 정밀해진 현대 면역학의 이해를 함께 정리합니다.
적응면역의 방향을 조절하는 보조 T세포
면역계는 단일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곰팡이처럼 서로 다른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계는 여러 방향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적응면역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핵심 세포가 바로 보조 T세포(helper T cell, Th 세포)입니다.
항원이 수지상세포에 의해 제시되면, 아직 특정 역할을 갖지 않은 Th0 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Th1, Th2, Th17, Tfh, Treg등 서로 다른 보조 T세포로 분화합니다. Th1, Th2, Th17, Tfh 세포는 각각 특정한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며, Treg 세포는 이러한 반응을 억제하고 조절함으로써 면역계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보조 T세포 분화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조 T세포의 분화 방향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항원제시 시점의 사이토카인 환경입니다. 그러나 이 사이토카인 환경 역시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가 어떤 병원체를 인식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인식되는 패턴인식수용체(PRR)가 다르고, 이 차이가 수지상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을 변화시키며, 그 결과 보조 T세포의 분화 방향이 정해집니다. 즉, 병원체의 종류 → PRR의 차이 → 사이토카인 환경 → Th 세포 분화라는 일관된 흐름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NK 세포에 의해 인식되면 IL-12와 인터페론 감마가 증가하고, 이는 Th1 면역을 유도합니다. 반면 기생충 감염에서는 호산구와 호염구가 관여하면서 IL-4 중심의 환경이 형성되어 Th2 면역으로 진행됩니다. 캔디다 알비칸스와 같은 일부 곰팡이는 강한 염증 반응을 유도하며 Th17 면역을 활성화합니다. 또한 일부 병원체나 만성 자극은 Treg 세포의 유도로 이어져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보조 T세포 아형별 주요 기능
각 보조 T세포는 작용 대상과 면역 반응의 성격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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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1 세포는 대식세포를 활성화하여 탐식작용과 세포내 병원체 제거를 강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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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2 세포는 호산구, 비만세포 등을 활성화하여 기생충 면역에 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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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17 세포는 IL-17을 분비하여 호중구의 조직 침윤과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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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h 세포는 B세포에 작용하여 항체 생성과 항체 성숙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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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g 세포는 수지상세포와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여 면역 반응을 진정시키고 과도한 염증을 방지합니다.
이처럼 보조 T세포는 면역 반응의 강도뿐 아니라 방향과 지속 시간까지 조절하는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Th 면역이 더 중요한가?”라는 오해
이러한 분류를 접하면, Th1은 좋은 면역이고 Th2나 Th17은 문제가 되는 면역이라는 식의 단순한 이해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Th1 면역은 항암 면역과 연관되고, Th2 반응은 알레르기와 연결되며, Th17은 만성 염증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면역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특정 Th 세포가 선하거나 악하다는 구분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면역 반응이 유도되고, 역할을 마친 뒤 적절히 종결되는가입니다. 같은 Th2 반응이라도 기생충 감염에서는 필수적이며, 같은 Th1 반응이라도 과도하거나 지속되면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현대인의 현실을 고려하면 Th2가 항진되는 것은 대체로 건강에 좋지는 않으며, Th1 면역은 항암면역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Th1 면역이 더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면역반응은 빠르게 종결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RNA-seq 이후, 보조 T세포에 대한 이해의 변화
전통적인 면역학에서는 보조 T세포를 Th1, Th2, Th17, Treg처럼 비교적 명확한 범주로 구분해 왔습니다. 이 분류는 특정 사이토카인의 분비 여부와 기능적 역할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지금까지도 면역 반응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입니다.
그러나 RNA-seq를 포함한 전사체 분석 기술의 발전은 이 분류가 절대적인 경계라기보다는, 관찰을 위해 설정된 개념적 지도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단일 세포 수준에서 수천 개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보조 T세포는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을 가지기보다는 환경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태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Th1과 Th17의 특성을 동시에 부분적으로 나타내는 세포, 염증 환경에서는 Th17 유사한 전사체를 보이다가 조절 신호에 따라 Treg 성격으로 이동하는 세포 등, 전통적인 범주 사이를 오가는 다양한 중간 상태의 Th 세포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면역 반응이 스위치처럼 켜지고 꺼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조율되는 연속적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Th1 면역 유도에 대한 시도와 그 한계
이러한 이해 속에서, 특정 면역 반응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려는 시도도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Th1 면역은 세포성 면역과 항암 면역과 관련되어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론적으로는 Th1 면역을 유도하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활용하면 되지만, 실제 병원체를 이용하는 방법은 안전성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는 이러한 접근이 시도된 바 있으며, 대표적인 예가 콜리의 독소입니다. 콜리의 독소는 세균을 이용해 선택적으로 Th1 면역을 유도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였으나,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용은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콜리의 독소의 핵심 성분이 LPS임이 밝혀졌고, LPS가 강력한 Th1 면역 유도 물질이라는 사실과 동시에 극소량으로도 심각한 염증을 유발한다는 한계도 분명해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PS의 구조를 변형한 MPLA가 개발되었고, 현재는 백신의 어쥬번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보조 T세포는 적응면역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면역의 본질은 특정 반응을 무조건 강화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면역은 필요한 반응을 정확히 유도하고, 역할을 마친 뒤 적절히 종결시키는 조절의 시스템입니다. RNA-seq 이후의 면역학은 이 조절이 얼마나 정교하고 연속적인 과정인지를 점점 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관점은 이후 알레르기, 암, 만성염증과 같은 면역 관련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