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포도주스가 암을 예방한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 기전 설명과 임상 근거의 간극

발행: 2026-01-31 · 최종 업데이트: 2026-01-31

유튜브 약들약 채널의 ‘포도주스 암 예방’ 주장을 영상 스크립트에 기반해 검토하고, 와버그 효과·HIF·VEGF·GLUT1 등 기전 설명과 실제 임상 근거 사이의 차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합니다.

포도주스가 암을 예방한다는 주장에 대한 검토

– 약들약 영상 스크립트를 중심으로

이 주장은 유튜브 채널 _약들약_에 게시된 「하루에 이거 한 잔 마시면 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라는 영상에서 제시된 내용입니다.
아래에서는 해당 영상의 스크립트 자체를 근거로, 주장의 구조와 과학적 타당성을 차례로 검토하겠습니다.

1. 영상의 핵심 주장 구조

영상의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며,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됩니다.

  1. 암세포는 성장 과정에서 와버그 효과를 보인다.

  2. 저산소 상태에서 HIF 단백질이 활성화되고,

  3. 그 결과 EPO, VEGF, GLUT1, PDGF, TGF라는 다섯 가지 인자가 발현된다.

  4. 이 다섯 가지는 암 성장에 핵심적이다.

  5. 포도에 포함된 특정 성분

    • 포도씨 추출물

    • 레스베라트롤

    • 엘라그산
      이 이 인자들을 억제했다는 논문들이 있다.

  6. 따라서 포도주스를 하루 한 잔 마시면 과학적 근거 하에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논리가 과학적 개념, 실험 수준, 임상 근거를 모두 혼동한 채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2. 와버그 효과 설명의 출발부터 틀렸다

영상에서는 와버그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빠르게 포도당을 써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젖산을 만드는 효과”

이 설명은 와버그 효과의 정의가 아닙니다.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해당과정이 일어나는 것은 정상 세포에서도 당연한 생리 반응입니다. 와버그 효과의 핵심은 산소가 충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암세포가 미토콘드리아 산화적 인산화 대신 해당과정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입니다.

출발 개념이 잘못되면, 이후의 저산소–HIF–암 성장 연결 논리는 이미 비틀어진 상태에서 전개됩니다.

3. HIF, 노벨상, 그리고 과잉 일반화

영상에서는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언급하며 “저산소 대사 메커니즘이 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노벨상 연구는

  • 저산소 환경에서의 세포 적응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지

  • “이 경로를 억제하면 암이 예방된다”는 결론을 낸 연구가 아닙니다.

기초 생물학적 발견을 곧바로 암 예방 전략으로 일반화하는 순간, 과학적 단계가 여러 개 건너뛰어집니다.

4. VEGF: 타깃이라는 사실과 치료가 된다는 주장은 다르다

VEGF가 암 치료의 중요한 표적이라는 점은 맞습니다. 실제로 VEGF를 억제하는 항체 치료제들이 임상에서 사용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영상이 저지르는 오류는 이것입니다.

“포도씨 추출물이 VEGF를 억제했다 →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만약 포도주스 한 잔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VEGF 억제가 가능하다면, 왜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항체 치료제가 필요할까요?

영상에서 제시된 근거는, 쥐 실험, 세포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암 예방 임상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5. GLUT1 억제 주장은 기전 차원에서 위험하다

영상에서는 GLUT1을 “암이 포도당을 가져올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수송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GLUT1은 암세포 전용 수용체가 아닙니다. 뇌, 적혈구, 면역세포가 인슐린 없이 포도당을 사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수송체입니다.

GLUT1을 억제해 암을 치료하겠다는 발상은, 암세포보다 정상 생존에 필수적인 조직을 먼저 위협하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이미 “이 기전은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이 나옵니다.

6. 엘라그산과 PDGF: 실험실과 현실의 간극

영상에서는 엘라그산이 VEGF와 PDGF 신호를 동시에 억제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엘라그산은 수십 년간 연구된 물질이며, 최근의 종합 리뷰 논문을 보더라도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항암 효과가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세포, 동물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항암제로 개발될 만큼의 효과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7. 레스베라트롤: 왜 아직도 항암제가 아닌가

레스베라트롤은 항염, AMPK 활성화, mTOR 억제, 자가포식 조절 등 다양한 생물학적 효과가 보고된 물질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점 때문에 레스베라트롤만큼 과대 포장된 물질도 드뭅니다.

이미 수십 년간 연구되었음에도 항암제로 승인되지 않았고, 임상에서 치료제로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가 아니라 이미 수많은 시도가 있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위치입니다.

8. 자궁내막증 임상 데이터를 암 논의에 끌어오는 오류

영상에서는 자궁내막증 환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레스베라트롤 임상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그러나 자궁내막증은 암이 아닙니다. 자궁내막종과 자궁내막암은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암 예방을 주장하면서 비암성 질환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 논증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9. “기전 설명”과 “치료 효과”는 다르다

영상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것입니다. 세포 실험에서 관찰된 신호 변화, 동물 실험에서의 억제 효과를 곧바로 인간 암 예방으로 연결합니다.

그러나 의학에서 기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과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결론

포도는 건강한 식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포도주스가 암을 예방한다는 주장은 현재의 과학 수준에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약들약 영상에서 제시된 내용은 세포·동물 실험 결과를 선택적으로 나열하고 개념적으로 불완전한 설명을 덧붙인 뒤 이를 암 예방이라는 결론으로 과도하게 확장한 것입니다.

이는 과학적 설명이라기보다 그럴듯한 기전을 이용한 과장된 건강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논문이 있다”는 말은 임상적 진실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의학에서 중요한 것은 항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증된 결과입니다.

본문에서 언급된 기전들은 다수의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으나,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암 예방 또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