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푸드(Epifood)와 면역: 왜 다양한 음식을 먹어야 할까
발행: 2026-02-03 · 최종 업데이트: 2026-02-03
후생유전학 관점에서 면역 기능을 지지하기 위해 왜 다양한 식품 섭취가 중요한지, 에피푸드 개념을 통해 정리합니다.
후생유전학이란 무엇인가
최근 영양학과 면역학에서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개념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후생유전학은 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발현되는지, 혹은 침묵되는지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쉽게 말하면, 유전자는 고정된 설계도이지만 후생유전학은 그 설계도를 언제, 얼마나, 어떤 상황에서 읽을 것인지 결정하는 스위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DNA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도, 식습관, 스트레스, 염증 상태, 환경 노출이 다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유전자 발현 패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후생유전적 변화라고 부릅니다.
에피푸드(Epifood)라는 개념
이러한 후생유전학적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식품을 에피푸드(epifood)라고 부르자는 제안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에피푸드는 특정 유전자를 “치료”한다기보다는, 유전자의 발현 환경을 유리한 방향으로 조성하고, 염증·대사·노화 관련 신호가 지나치게 고착되지 않도록 완충하는 식품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후생유전학의 핵심 기전 ① DNA 메틸화
후생유전 조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전은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입니다.
이는 DNA의 특정 위치에 메틸기(methyl group)가 붙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는 메틸기를 제공하거나, 메틸화 효소의 작용을 조절하는 영양소가 중요해집니다.
DNA 메틸화에 관여하는 대표 에피푸드
| 활성 성분 | 역할 | 실제 식품 예시 |
|---|---|---|
| 콜린 | 메틸기 제공, 히스톤·DNA 메틸화 보조 | 계란 노른자 |
| 엽산 (vitamin B9, B11) | 일탄소 대사(one-carbon metabolism) 핵심 | 콩류, 녹색 잎채소 |
| 피리독신 (vitamin B6) | 메틸화 대사 보조 인자 | 간, 생선 |
| 리보플라빈 (vitamin B2) | 메틸화 효소 보조 인자 | 견과류, 유제품 |
| 메티오닌 | 메틸기 직접 공급원 | 육류, 생선, 달걀 |
이러한 영양소들은 단독으로 작용하기보다, 비타민 B군–엽산–메티오닌이 하나의 대사 네트워크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특정 성분만 과도하게 보충하기보다는, 식단 전체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후생유전학의 핵심 기전 ② 히스톤 조절과 식품
DNA는 히스톤(histone)이라는 단백질에 감겨 저장됩니다. 히스톤의 화학적 상태가 바뀌면 DNA가 더 잘 읽히거나, 반대로 단단히 잠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는, 히스톤 아세틸전이효소(HAT),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DAC)가 관여하며, 일부 식품 성분은 이 효소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후생유전 조절(DNA 메틸화·히스톤 조절)에 관여하는 에피푸드 성분
| 활성 성분 | 후생유전학적 효과 | 많이 함유된 식품 |
|---|---|---|
| 콜린 | DNA 및 히스톤 메틸화에 관여, 메틸기 제공자(methyl group donors), 일탄소 대사(one-carbon metabolism)의 대사 보조 인자 | 계란 노른자 |
| 엽산 (vitamin B9, B11) | DNA 메틸화에 필요한 메틸기 공급 경로 유지 | 콩류 |
| 피리독신 (vitamin B6) | 메틸화 대사 과정에서 효소 반응 보조 | 간 |
| 리보플라빈 (vitamin B2) | 메틸화 관련 효소의 대사 보조 인자 | 견과류 |
| 칼슘 | DNA 메틸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보조 인자 | 브로콜리 (Brassica oleracea var. italica), 케일 (Brassica oleracea var. sabellica), 우유 |
| 망간 | DNA 메틸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보조 인자 | 곡물 |
| 카테킨 | DNA 메틸전이효소(DNA methyl transferase, MT) 억제 | 사과 (Malus spec.), 차(녹차) (Camellia sinensis) |
| 커큐민 (curcumin) | DNA MT 억제, 히스톤 아세틸전이효소(HAT) 억제,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HDAC) 억제 | 강황 (Curcuma longa) |
| 카페익 애씨드 (caffeic acid) | DNA MT 억제, HDAC 억제 | 꿀, 커피 (Coffea spec.) |
| 퀘르세틴 (quercetin) | DNA MT 억제, HDAC 억제 | 사과 (Malus spec.) |
| 다이알릴 설파이드 (diallyl sulfides) | HDAC 억제 | 마늘, 양파 (Allium species) |
| 부티르산 (butyrate) | HDAC 억제 | 식이섬유 섭취 후 장내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대사산물 |
| 제니스테인 (genistein) | HDAC 억제 | 대두 (Glycine max) |
| 머캅탄 (mercaptans) | HDAC 억제 | 아스파라거스 |
| 설포라판 (sulforaphane) | HDAC 억제 | 브로콜리 (Brassica oleracea var. italica) |
| 테오필린 (theophylline) | HDAC의 알로스테릭 활성화 인자(allosteric activator) | 차 (Camellia sinensis) |
| 레스베라트롤 (resveratrol) | HDAC의 알로스테릭 활성화 인자 | 땅콩 (Arachis hypogaea), 포도 |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성분들이 약물처럼 특정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유전자 발현 환경을 완만하게 조율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장내 미생물과 에피푸드: 부티르산의 의미
표에 등장하는 부티르산(butyrate)은 흥미로운 예외입니다. 이는 음식 자체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이 아니라, 식이섬유를 먹었을 때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입니다.
즉, 채소, 콩류, 통곡물 같은 식품은 직접적인 에피푸드이기도 하지만, 장내 미생물을 통해 2차 에피푸드를 만들어내는 간접 효과도 갖습니다.
염증, NF-κB, 그리고 에피푸드
후생유전 조절에서 빠질 수 없는 신호가 바로 염증과 NF-κB 신호 경로입니다. 염증이 반복되면, 특정 유전자 발현 패턴이 후생유전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이 주제를 모두 다루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므로, 염증 조절과 관련된 식품은 이미 다뤘던 선천면역·항염 식품 범주와 연결된다고 이해하시면 충분합니다.
정리: 에피푸드는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에피푸드는 특정 슈퍼푸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접근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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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엽산·비타민 B군이 풍부한 식품을 기본 식단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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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3회 콩류·채소·브로콜리·마늘·양파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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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커피, 베리류처럼 폴리페놀 공급원을 생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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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 섭취를 통해 장내 미생물 기반 에피푸드 효과 확보
즉, 에피푸드는 “새로운 기능성 식품”이기보다
전통적인 식단을 후생유전학의 언어로 재해석한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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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y, T. M., & Tollefsbol, T. O. Epigenetic diet: impact on the epigenome and cancer. Nutrition Reviews, 2011.
https://academic.oup.com/nutritionreviews/article/69/9/511/1938016 -
Li, Y., & Tollefsbol, T. O. Impact on DNA methylation in cancer prevention and therapy by bioactive dietary components. Current Medicinal Chemistry, 2010.
https://pubmed.ncbi.nlm.nih.gov/20156177/ -
Kim, M., et al. Epigenetic regulation by dietary polyphenols.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2016.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118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