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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네시아는 정말 면역증강제일까: 임상시험과 미생물 가설로 다시 보기

발행: 2026-02-03 · 최종 업데이트: 2026-02-03

에키네시아가 면역증강제로 인식되어 온 이유와 임상시험에서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배경을 LPS와 미생물 가설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에키네시아(Echinacea), 정말 면역증강제일까?

에키네시아
그림 1. 에키네시아

미국에서는 면역증강제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에키네시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기 예방을 위해, 혹은 감기에 걸렸을 때 에키네시아를 복용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으며, 한마디로 에키네시아는 미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면역증강제’**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에키네시아가 한때 큰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에키네시아의 효능을 비판적으로 정리한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그 효과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들을 살펴보면, 에키네시아의 장점뿐 아니라 한계 역시 비교적 균형 있게 다루고 있으며, 기대만큼 확실한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부 사람들에 의해 에키네시아는 여전히 매우 효과적인 면역증강제처럼 묘사됩니다. 이러한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에키네시아가 미국 문화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에게 ‘면역’이라는 단어는 곧 에키네시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시험에서는 왜 결과가 일관되지 않을까

에키네시아의 가장 독특한 점은, 경험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보고가 적지 않지만, 막상 엄격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대체로 효과가 없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불일치가 반복되자, 연구자들은 에키네시아의 채취 시기, 품종, 사용 부위, 추출 방법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가설을 제기해 왔습니다. 실제로 에키네시아는 단일 성분의 약물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 성분이 혼합된 복합 소재이기 때문에 표준화가 매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는 에키네시아의 감기 예방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메타분석으로 잘 알려진 코크란(Cochrane) 그룹은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에키네시아’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총 4,631명이 참여한 24개의 이중맹검 임상시험 데이터를 종합 분석했습니다. 그중 10개의 연구는 감기 예방 효과를 평가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 연구들에서 수행된 13건의 대조시험 결과를 보면, 감기 증상이 한 번 이상 발생한 비율에서 에키네시아 복용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에키네시아가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에키네시아의 인지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약간의 효과가 관찰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연구 설계가 더 엄격해질수록 사라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지금까지도 에키네시아의 면역증강 효과를 설명할 명확한 ‘주성분’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식물의 효과가 아니라, 미생물의 효과일 가능성

이와 관련해 최근 매우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에키네시아의 면역활성이 과연 식물 자체의 성분 때문일까, 아니면 에키네시아에 함께 존재하는 미생물 때문일까라는 질문입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에키네시아 건조물 1g에는 약 6.4 × 10⁶에서 3.3 × 10⁸마리 수준의 박테리아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그람음성 박테리아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람음성균의 세포벽에는 강력한 면역 자극 물질로 알려진 LPS(lipopolysaccharide)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키네시아 추출물의 면역 활성 정도가 이 LPS의 함량과 일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즉, 우리가 에키네시아의 효과라고 생각해 왔던 면역 활성 중 일부는, 식물 성분이 아니라 식물에 존재하던 세균의 성분에 의해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LPS는 항상 나쁜 물질일까

여기서 “그렇다면 세균에 오염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LPS는 염증을 강하게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LPS의 구조에 따라 면역 반응이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LPS는 강한 염증을 유발하지만, 구조가 다른 LPS는 오히려 염증 반응을 조절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마이크로바이옴과 선천면역을 함께 다뤄야 하는 복잡한 주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점은 LPS의 존재 자체가 곧바로 해로운 효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일정량 이상의 LPS가 체내에 들어올 경우 염증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임상 결과가 들쭉날쭉했던 이유에 대한 하나의 설명

이러한 관점을 적용해 보면, 에키네시아의 임상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던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채취 시기나 재배 환경에 따라 에키네시아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양이 달라졌을 수 있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위생 기준이 강화되거나 추출 공정이 달라지면서 LPS의 양이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결과, 어떤 제품에서는 면역 활성처럼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고, 다른 제품이나 임상시험에서는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에키네시아의 효과는 어쩌면 에키네시아 자체가 아니라 에키네시아에 공존하던 미생물 성분의 효과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에키네시아만의 문제일까

이러한 논의는 에키네시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흙에서 재배되는 뿌리 약재를 사용하는 경우, 유사한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십전대보탕에 포함된 당귀 역시, 그 면역 활성의 일부가 LPS와 같은 미생물 성분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십전대보탕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관련 연구 역시 비교적 잘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전통 약재나 한약재의 가치를 전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랜 시간 끓이는 과정에서 살아 있는 균은 사멸하더라도, 세포벽 성분이 추출되어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방향: 미생물을 이해하는 접근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외에서는 아예 안전성이 확인된 토양 미생물을 분리해 면역 조절에 활용할 수 없을지를 탐색하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접근이, 아직 변수가 많은 마이크로바이옴 조절보다 오히려 현실적인 면역 조절 전략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Pugh, N. D., Jackson, C. R., & Pasco, D. S. (2013). Total bacterial load within Echinacea purpurea, determined using a new PCR-based quantification method, is correlated with LPS levels and in vitro macrophage activity. Planta Medica, 79(1), 9–14. https://doi.org/10.1055/s-0032-1327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