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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쥬스와 장청소의 어두운 과거 ― 왜 한때는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를까

발행: 2026-01-07 · 최종 업데이트: 2026-01-07

장청소와 건강쥬스 요법이 왜 과거에는 설득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왜 현대에는 더 이상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 어려운지를 역사적·생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Colonic Irrigation and the Theory of Autointoxication: A Triumph of Ignorance over Science
Edzard Ernst ·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 · 1997
19세기 말부터 장청소의 이론적 기반으로 사용되어 온 자가중독설(auto-intoxication theory)이 생리학적·임상적으로 이미 폐기된 개념임을 역사적 문헌과 의학적 증거를 통해 비판하였다. 에른스트는 장청소가 독소 제거, 면역 강화, 전신 건강 개선에 기여한다는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지적하고, 오히려 전해질 불균형, 감염, 장 천공 등 실제 임상적 위험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논문은 장청소를 대체의학적 관행이 아니라 검증 대상 의료 행위로 재위치시키며, ‘그럴듯함’과 ‘과학적 증거’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제시한 대표적 비판 논문이다.

서론: 왜 사람들은 오랫동안 장을 ‘비우려’ 했을까요

장청소와 건강쥬스는 흔히 비과학적 요법의 대표 사례로 언급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수십 년, 혹은 한 세기 이상 반복적으로 유행해 왔다는 사실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정말 아무 효과도 없었다면, 왜 이렇게 오래 살아남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장청소를 현재의 기준으로만 평가하기보다 당시 사람들이 처해 있던 생리적·환경적 조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식단 환경: 장은 지금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 있었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서구 사회는 오늘날과 전혀 다른 식이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 정제 곡물과 흰 밀가루 위주의 식사

  • 채소와 통곡물 섭취 부족

  • 만성 변비와 장 정체가 흔한 상태

  •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 가능성

이 시기의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식이섬유(fiber)”라고 부르는 개념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장은 느리게 움직였고, 장내 내용물은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장청소가 ‘효과처럼 보였을’ 가능성

이런 조건에서는, 장을 물리적으로 비우는 행위가 일시적인 증상 개선을 가져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 장 내용물 감소 → 복부 팽만 완화

  • 배변 촉진 → 주관적 상쾌함

  • 장내 정체 감소 → 염증성 자극 신호 일시적 감소

특히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장내 그람음성균에서 유래하는 내독소(LPS)노출이 상대적으로 높았을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 내용물을 줄이는 개입은, 근본 치료는 아니더라도 단기적 완화 효과를 만들었을 수 있습니다. 즉, 장청소는 “완전히 무의미한 행위”라기보다, 열악한 환경을 임시로 보완하는 조악한 대증요법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질병이 심해질 수록 이러한 경향을 더 심해졌을 것이며, 그들은 속이 안 좋아서 장을 비우는 것이 전혀 무의미한 행위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속에서 크게 2가지 흐름이 나타납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장청소이고, 다른 하나는 쥬스입니다. 이것이 건강에 대한 효과는 일시적이겠지만, 문제는 이 두가지가 마치 신이 내려준 방법으로 과장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효과’가 아니라 ‘일반화’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점이 등장합니다. 영국의 의학자 Edzard Ernst가 비판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에른스트는 장청소가 특정 조건에서 어떤 증상을 완화했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이를 과학적 검증 없이 보편적 치료법처럼 판매하는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 언제나

  • 누구에게나

  • 위험은 없고

  •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주장

이러한 일반화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현대의 조건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 전혀 다른 선택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 구성 가능

  • 프리바이오틱(prebiotic) 식품의 이해

  • 장내 미생물과 면역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축적

  • 수분 섭취, 운동, 식습관 조절이라는 저위험 개입

이런 조건에서는 장을 침습적으로 비우는 행위가 가져다줄 추가적 이득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반면, 전해질 불균형이나 장 점막 손상 같은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현대에서 장청소가 권장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아무 효과도 없어서”가 아니라 위험 대비 효용이 맞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강쥬스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건강쥬스 또한 과거의 장청소와 유사한 위치에 있습니다. 고형식을 줄이고 장을 쉬게 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간과 신장이 독소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상적인 인체에서 그 추가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주스 위주의 식이는 포만감 조절 실패, 혈당 변동,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정화’라기보다 대사의 불안정성에 가깝습니다.

결론: 왜 그때는 그럴듯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요

장청소와 건강쥬스의 역사는 단순한 미신의 역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환경적 결핍 속에서 등장한 임시방편이었고, 과학이 축적되면서 그 역할을 더 나은 방법들에게 넘겨주게 된 사례입니다.

과거를 비웃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더 이상 그 시대의 조건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현대의 건강은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 균형을 설계하는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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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헌

  1. Ernst, E. (1997). Colonic irrigation and the theory of autointoxication: a triumph of ignorance over science.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 24(4), 196-198.

  2. Klein, A. V., & Kiat, H. (2015). Detox diets for toxin elimination and weight management: a critical review of the evidence. Journal of human nutrition and dietetics, 28(6), 675-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