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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종양, 신생물: 우리가 혼동해온 용어들의 정확한 의미

발행: 2025-12-20 · 최종 업데이트: 2025-12-20

암(cancer), 종양(tumor), 신생물(neoplasia)은 서로 같은 말이 아닙니다. 암 관련 핵심 용어의 역사와 병리학적 의미를 차분히 정리합니다.

암 용어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이유

암과 관련된 용어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암이 인류에게 매우 오래전부터 알려진 질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분류하는 작업은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고대에는 암을 눈에 보이는 덩어리나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인식했지만, 세포와 조직 단위에서 암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현미경과 병리학이 발전한 이후의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학문적 필요와 역사적 맥락이 겹치며 다양한 용어가 만들어졌고, 오늘날까지도 일상 언어와 의학 용어 사이의 간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암(cancer), 종양(tumor), 신생물(neoplasia)은 흔히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만, 병리학적으로는 분명한 차이를 지닌 개념들입니다.

신생물: 암을 가장 넓게 포괄하는 개념

신생물(neoplasia)은 문자 그대로 ‘새롭게 형성된 성장’을 의미합니다. 이는 정상적인 조절 기전을 벗어난 세포가 자율적으로 증식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암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정상 조직의 증식은 세포 수가 증가하는 과형성(hyperplasia)이나 세포 크기가 커지는 비대(hypertrophy)와 같이 생리적 조절 아래에서 이루어집니다. 반면 신생물은 이러한 조절에서 벗어나, 마치 독립적인 생명체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가집니다.

신생물은 그 성질에 따라 양성신생물(benign neoplasm)과 악성신생물(malignant neoplasm)로 나뉩니다. 양성신생물은 성장 속도가 느리고 주변 조직으로 침윤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악성신생물은 빠르게 성장하며, 주위 조직을 파괴하고 혈관이나 림프계를 통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암’이라는 개념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내는 용어가 바로 신생물인 이유는, 이 용어가 고형 덩어리의 유무와 관계없이 세포 수준의 이상 증식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초기 암 연구는 현미경 관찰만으로도 연구가 가능했던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생물이라는 개념은 암 연구의 핵심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종양: 눈에 보이는 덩어리라는 개념

종양(tumor)은 원래 ‘부풀어 오른 것’ 또는 ‘종창’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조직이 덩어리 형태로 커진 상태를 가리키며, 신생물뿐만 아니라 염증이나 출혈로 인해 생긴 부종도 종양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생물은 고형의 덩어리를 형성하기 때문에 종양으로 불립니다. 이 경우 양성신생물은 양성종양(benign tumor), 악성신생물은 악성종양(malignant tumor)이라 합니다. 그러나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은 덩어리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종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암은 임상적으로 혈액암고형암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이 구분은 치료 전략과 연구 접근법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암: 임상적 악성을 강조하는 용어

(癌, cancer)은 기본적으로 악성신생물을 의미합니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는 병리학적 정의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뇌종양은 현미경적 소견상 양성에 해당하지만, 발생 부위의 특성상 생명을 위협하는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암에 준해 다루어집니다.

cancer라는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암 조직 주변으로 뻗어나간 혈관의 모습이 마치 게가 다리를 펼쳐 움직이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보았고, 이로 인해 ‘게’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이 명칭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습니다. 암 조직의 단단함이 게의 껍질을 연상시킨다는 설명, 주변 조직을 파고드는 모습이 모래 속을 헤집는 게와 닮았다는 비유, 또는 암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집게에 물린 통증을 떠올렸다는 해석 등이 그것입니다.

기타 관련 용어와 분류

고대 그리스에서는 암을 온코스(oncos)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덩어리’이자 ‘부담’을 의미하며, 오늘날 종양학(oncology)이라는 용어로 남아 있습니다. 암이 인체에 가하는 생리적·정신적 부담을 함축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악성신생물은 기원 조직에 따라 암종(carcinoma)과 육종(sarcoma)으로 나뉩니다. 위나 폐, 유방처럼 상피조직에서 발생한 암은 암종이라 하며, 뼈나 근육, 결합조직에서 발생한 암은 육종이라 합니다. 이 분류는 병리학적 특성과 치료 반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용어를 구분하는 이유

종양이라는 표현은 양성과 악성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중립적인 용어입니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지칭할 때는 , 즉 악성신생물이라는 표현이 보다 정확합니다. 이처럼 용어를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의 본질을 이해하고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참고문헌

  1. Robbins and Cotran. Pathologic Basis of Disease. Elsevier.

  2. Weinberg RA. The Biology of Cancer. Garland Science.

  3. Hanahan D, Weinberg RA. Hallmarks of cancer. Cell.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