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8 - 보르데의 보체의 발견, 항체와는 다른 그 무엇
발행: 2026-01-15 · 최종 업데이트: 2026-01-15
줄스 보르데는 혈청 가열 실험을 통해 항체와 보체가 서로 다른 성질과 기능을 지닌 면역 요소임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분리해 증명했다.
문제 설정: 혈청의 살균력은 하나의 성분인가
보체는 면역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 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고, 교과서에서도 간단히 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보체는 이미 기초적인 연구가 거의 끝났고, 앞으로도 보체가 면역학의 핵심 주제가 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보체 자체는 너무 기본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생활면역에서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19세기 말, 면역혈청이 세균을 사멸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작용 주체가 단일 물질인지, 혹은 여러 요소의 조합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줄스 보르데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재정의했습니다.
-
면역혈청의 살균 반응은 단일 성분의 직접 작용인가
-
아니면 서로 다른 성질의 요소들이 단계적으로 작동한 결과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혈청의 물리적 성질 변화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로 합니다.
실험 1: 면역혈청의 가열 처리
보르데의 첫 번째 실험은 혈청의 열 안정성을 기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
토끼를 특정 세균으로 면역시킨 후 혈청을 채취합니다.
-
이 면역혈청을 세균 현탁액과 혼합하면 명확한 살균 반응이 관찰됩니다.
-
동일한 면역혈청을 약 56 °C에서 일정 시간 가열한 뒤 다시 세균과 혼합합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가열된 면역혈청은 더 이상 세균을 사멸시키지 못했습니다.
이 실험은 살균 반응에 열에 민감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만으로는 항체 자체가 열에 의해 불활성화되었는지, 다른 요소가 영향을 받았는지는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실험 2: 정상 혈청의 보충 실험
보르데는 다음과 같은 보충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
가열로 살균력을 잃은 면역혈청을 준비합니다.
-
여기에 면역되지 않은 정상 동물의 신선한 혈청을 소량 첨가합니다.
-
다시 세균을 추가해 반응을 관찰합니다.
이때 예상과 달리, 살균 반응이 부분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결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
정상 혈청에는 항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
그럼에도 살균력이 복원되었다는 것은,
-
살균 반응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비특이적이며 정상 혈청에도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기능 분리: 특이 인자와 비특이 인자
보르데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혈청의 기능을 두 요소로 분리했습니다.
-
열에 안정적이며 특이적인 인자
→ 병원체를 인식하고 결합하는 성분 -
열에 불안정하며 비특이적인 인자
→ 항체에 의해 표지된 대상에 작용해 실제 손상을 유발하는 성분
그는 후자를 알렉신(alexin)이라 불렀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보체(complement)입니다.
이 실험은 면역 반응을 처음으로 기능 단위 수준에서 해체한 사례였습니다.
보체는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보르데 실험의 또 다른 핵심은 보체의 조건부 작동성입니다.
-
보체는 단독으로 세균을 효과적으로 사멸시키지 못합니다.
-
항체가 먼저 병원체에 결합해야만, 보체의 작용이 유도됩니다.
즉, 보체는 선천적으로 존재하지만 항체의 특이 결합을 신호로 삼아 활성화됩니다.
이 구조는 오늘날 고전적 보체 경로(classical pathway)의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에를리히의 가설과의 연결
이 실험은 한 이론적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1897년, 파울 에를리히는 항체라는 실체가 규명되기 이전에 다음을 주장했습니다.
-
세포에는 특정 구조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결합 부위가 존재한다.
-
이 결합은 무작위가 아니라 화학적 친화성에 기반한다.
보르데의 실험은 항체가 단순한 혈청 성분이 아니라, 특이 결합을 통해 후속 반응을 유도하는 기능적 매개체임을 실험적으로 암시했습니다.
즉, 에를리히의 특이 결합부위 개념은 보르데의 보체 실험을 통해 생리적 의미를 얻게 됩니다.
과학사적 의의
보르데의 보체 실험은 다음 세 가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
면역 반응은 단일 물질의 효과가 아니다.
-
항체와 보체는 서로 다른 성질과 역할을 지닌다.
-
면역은 인식 → 활성화 → 파괴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이로써 면역학은 단순한 혈청 화학에서 벗어나, 기능적으로 조직된 생체 방어 시스템의 과학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정리
보르데의 실험은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았지만, 질문이 명확했고 해석이 치밀했습니다. 혈청을 가열하고, 기능을 잃게 만들고, 다시 보충하는 단순한 조작을 통해 그는 면역의 구조를 분해해 보였습니다.
관련문헌
Bordet, J. (1898).Sur l’agglutination et la dissolution des globules rouges par le sérum d’animaux injectés de sang défibriné. Annales de l’Institut Pasteur, 12, 688–695. 문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