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과 면역: 체온이 낮아지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말의 진실
발행: 2026-02-05 · 최종 업데이트: 2026-02-05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0% 감소한다는 주장의 근거와 한계를 살펴보고, 체온 저하가 면역 문제의 원인인지 결과인지를 면역학적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체온 면역, “체온이 1도 낮으면 면역력이 30% 감소한다”는 말의 진실
“체온이 1도만 낮아져도 면역력이 30% 감소한다”는 말은 직관적으로는 매우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과학적으로 측정된 결과가 아니라, 일본의 한 의사가 개인적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한 표현에 가깝습니다. 즉, 숫자 자체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숫자는 과장이지만, 체온과 면역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 자체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체온 면역학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체온과 면역의 관계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일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의사 사이토 마사시가 쓴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면역학자 아보 도루가 《체온면역력》을 통해 체온과 면역의 연관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공통된 주장은 간단합니다.
“체온이 높을수록 면역이 잘 작동한다.”
이 주장은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체온이 너무 낮아지면 효소 반응이 둔해지고, 면역세포의 이동과 활성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체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경우가 훨씬 많다
체온 면역 이론의 가장 큰 문제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감염이 발생하면 면역세포는 IL-1β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합니다. 이 신호는 뇌의 체온 조절 중추로 전달되고, 그 결과 체온이 올라갑니다. 즉, 면역 반응이 먼저 일어나고 체온 상승은 그 결과입니다.
그런데 체온 면역 이론에서는 마치 체온을 먼저 올리면 면역 반응이 따라오는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에서는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체온을 올리자”는 해결책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체온 면역을 주장하는 책들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을 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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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해서 근육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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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욕이나 족욕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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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따뜻하게 하자
물론 운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운동이 좋은 이유를 **“체온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운동은 호르몬, 인슐린 감수성, 염증 조절, 면역세포 기능 등 복합적인 이유로 건강에 좋은 것이지, 단순히 체온을 올려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체온만 놓고 보면, 오히려 반신욕이나 족욕이 이 이론에는 더 잘 맞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체온 상승이 만성적인 면역 저하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왜 몸이 안 좋으면 체온이 낮아질까? 새로운 가설
체온이 낮아지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이기적인 면역’**이라는 가설입니다.
우리 몸에서 체온은 시상하부가 조절하고, 이 과정은 갑상선 기능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들은 추위에 민감하고, 피로가 심하며, 체온 유지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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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발생하면 뇌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 사용의 우선순위를 자신에게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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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혈당과 혈압을 높이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해 면역계를 억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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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계는 잠시 억제되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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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뇌와 면역계는 에너지 사용을 두고 경쟁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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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근육과 말초 조직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체온을 낮추는 방향으로 조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체온 저하는 면역이 약해져서 생긴 현상이 아니라, 만성염증과 에너지 불균형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체온이 낮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관점에서 보면 “체온이 낮다”, “추위를 잘 탄다”는 말은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만성염증이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몸이 더 이상 정상적인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중요한 점은, 체온을 낮추는 주체가 면역계가 아니라 뇌라는 사실입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면역 반응이 과도해져 조직 손상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체온을 낮추는 방식으로 몸을 보호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체온을 올리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체온을 올리기 전에, 왜 체온이 낮아졌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았는가?”
물론 운동, 휴식, 수면, 균형 잡힌 식사는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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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염증의 원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라면
→ 명상, 요가, 호흡 훈련처럼 스트레스를 낮추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
만성염증의 원인이 신체적인 문제라면
→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면역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역증강제는 염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염증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제거해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비만처럼 지방 조직 자체가 염증을 만들어내는 경우라면, 체중 감량이 필요합니다. 다만 몸 상태가 매우 나쁜 상황에서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으므로, 먼저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회복한 뒤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 체온은 목표가 아니라 신호다
체온이 낮은 것은 바람직한 상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온만 억지로 올리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체온은 면역 상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신호일 뿐이며, 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만성염증과 에너지 불균형에 있습니다.
따라서 체온을 올리기 전에, 왜 몸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부터 이해하는 것, 그것이 진짜 면역 관리의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