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감염과 동맥경화: 브루넥 연구(Kiechl et al., 2001)로 본 감염 가설의 역학적 근거
발행: 2026-02-26 · 최종 업데이트: 2026-02-26
Kiechl et al. (2001, Circulation) 논문을 중심으로 만성 감염과 경동맥 동맥경화 진행의 연관성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브루넥 연구의 핵심 결과를 정리합니다.
감염 가설과 브루넥 연구의 의의
동맥경화는 오랫동안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과 같은 전통적 위험인자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감염이 동맥경화 발생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감염 가설(infection hypothesis)’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Stefan Kiechl 등이 발표한 본 논문은 이러한 가설을 인구 기반 전향적 코호트에서 체계적으로 검증한 대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이탈리아 브루넥 지역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한 브루넥 연구(Bruneck Study)의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연구 설계: 초음파로 직접 추적한 동맥경화 진행
연구는 40–79세 남녀 826명을 대상으로 5년간 경동맥 초음파를 이용해 죽상경화 진행을 평가했습니다. 1990년 기저 검사 이후 1995년에 재평가가 이루어졌으며, 추적 완성도는 96.5%로 매우 높았습니다.
만성 감염은 표준 진단 기준에 따라 정의되었습니다. 호흡기 감염, 재발성 요로 감염, 치주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단순 항체 양성 여부가 아니라 실제 임상적 만성 감염 상태를 기반으로 정의했다는 점이 기존 혈청역학 연구와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주요 결과: 만성 감염은 ‘초기 병변’ 형성을 촉진한다
5년 추적 동안 826명 중 332명(41%)에서 새로운 경동맥 플라크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기저 시점에 동맥경화가 없었던 500명을 분석했을 때, 만성 감염이 있는 경우 새로운 플라크 발생 위험은 약 4배 증가했습니다.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오즈비(odds ratio)는 4.08 (95% 신뢰구간 2.42–6.85)였으며, 다변량 보정 후에도 4.10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만성 감염이 단순히 기존 병변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동맥경화의 ‘초기 발생 단계’에 강하게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만성 감염은 기존 동맥경화 환자에서 병변의 추가 진행과도 관련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뚜렷한 연관성은 새로운 병변 형성 단계에서 관찰되었습니다.
전신 염증과 내독소: 병태생리적 연결 고리
만성 감염이 있는 집단에서는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백혈구 수, 피브리노겐, 부착분자(soluble ICAM-1 등) 수치가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혈중 내독소(endotoxin, LPS) 농도는 만성 감염군에서 더 높았으며, 이러한 염증 지표들은 향후 동맥경화 발생을 예측하는 인자로 작용했습니다.
저자들은 두 가지 병태생리적 기전을 제시합니다.
첫째, 전신 염증(systemic inflammation)입니다. 세균성 감염은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는 내피 기능 이상과 죽상경화 초기 병변 형성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둘째, 열충격단백질(heat-shock protein, HSP)과 관련된 자가면역 반응입니다. 세균 HSP65에 대한 항체가 인간 HSP60과 교차 반응을 일으켜 내피 세포에 면역학적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시되었습니다.
왜 이 논문이 중요한가
이 연구의 강점은 임상적 만성 감염 상태를 직접 정의해 평가했다는 점, 단순 심혈관 사건이 아니라 경동맥 초음파로 실제 병변의 발생과 진행을 추적했다는 점, 그리고 전신 염증 및 내독소 수치를 함께 분석해 기전적 연결 고리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저에 병변이 없는 사람에서 만성 감염이 동맥경화 발생 위험을 4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결과는, 감염이 단순 동반 요인이 아니라 병인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한계와 해석의 주의점
연구는 백인 인구집단에 한정되어 있으며, 만성 감염의 정의가 특정 질환군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또한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동맥경화의 염증·감염 가설을 인구 기반 전향적 연구로 뒷받침한 대표적 근거로 평가됩니다.
참고문헌
Kiechl, Stefan, et al. “Chronic Infections and the Risk of Carotid Atherosclerosis: Prospective Results From the Bruneck Study.” Circulation, vol. 103, no. 8, 2001, pp. 1064–1070. https://doi.org/10.1161/01.CIR.103.8.1064
Wiedermann, Christian J., et al. “Association of Endotoxemia with Carotid Atherosclerosis and Cardiovascular Disease: Prospective Results from the Bruneck Study.”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vol. 34, no. 7, 1999, pp. 1975–1981. https://doi.org/10.1016/S0735-1097(99)00448-9
Xu, Qingbo, et al. “Association of Serum Antibodies to Heat-Shock Protein 65 with Carotid Atherosclerosis: Clinical Significance Determined in a Follow-Up Study.” Circulation, vol. 100, no. 11, 1999, pp. 1169–1174. https://doi.org/10.1161/01.CIR.100.11.1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