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엔도톡신과 동맥경화: 브루넥 연구가 밝힌 흡연·만성감염·죽상동맥경화의 연결고리

발행: 2026-02-26 · 최종 업데이트: 2026-02-26

1999년 JACC에 발표된 브루넥 연구를 바탕으로, 혈중 엔도톡신(endotoxin)이 경동맥 죽상동맥경화의 독립적 위험인자임을 입증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정리합니다.

Association of Endotoxemia With Carotid Atherosclerosis and Cardiovascular Disease: Prospective Results from the Bruneck Study
Christian J. Wiedermann, Stefan Kiechl, Stefan Dunzendorfer, Peter Schratzberger, Georg Egger, Friedrich Oberhollenzer, Johann Willeit ·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 1999
혈중 엔도톡신이 50 pg/ml 이상일 경우 경동맥 죽상동맥경화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며, 특히 흡연자와 만성 감염 환자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짐을 보인 전향적 인구기반 연구.

엔도톡신과 동맥경화, 가설에서 역학적 증거로

감염과 동맥경화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실제로 어떤 기전이 혈관 병변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1999년 크리스티안 J. 비더만(Christian J. Wiedermann) 연구팀은 브루넥 연구(Bruneck Study)라는 인구기반 전향적 코호트에서 엔도톡신(endotoxin)이 초기 죽상동맥경화의 강력한 위험인자임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논문은 단순한 상관관계 분석을 넘어, 정량적 엔도톡신 측정과 5년 추적 초음파 평가를 결합한 점에서 실험적·방법론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 설계: 전향적 코호트와 정밀 초음파 추적

연구 대상과 추적 구조

연구는 이탈리아 브루넥 지역의 50–79세 남녀 516명을 대상으로 1990년 기저 조사를 시행하고, 5년 뒤 경동맥 초음파를 재평가하는 전향적 설계로 이루어졌습니다. 초음파 추적률은 98%로 매우 높았으며, 심혈관 사건 추적은 100%에 가까웠습니다.

경동맥 죽상동맥경화는 고해상도 듀플렉스 초음파(duplex ultrasound)를 이용해 평가되었고, 플라크 직경을 합산한 점수로 정량화되었습니다. 동일한 숙련 검사자가 임상 정보에 눈가림(blinding)된 상태에서 검사를 수행했다는 점은 관찰자 편향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험적으로 중요한 부분 1: 엔도톡신의 정량 측정

LAL 검사법의 적용

혈장 엔도톡신 농도는 크로모제닉 리물루스 아메보사이트 용해물 검사(Chromogenic Limulus amebocyte lysate test, LAL test)로 측정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엔도톡신에 의해 활성화된 효소가 기질을 분해하면서 생성되는 색 변화를 405nm에서 광학적으로 정량하는 방식입니다.

이 검사법은 그람음성균 유래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에 반응하며, 열처리된 혈장 샘플을 표준 곡선에 대입해 pg/ml 단위로 정량하는 방식입니다. 중앙값은 14.3 pg/ml였지만 분포 범위는 6.0–209.2 pg/ml로 매우 넓었습니다. 이는 건강해 보이는 일반 인구에서도 엔도톡신 혈증이 일정 비율로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험적으로 중요한 부분 2: 50 pg/ml라는 역치 효과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는 이분형(binary) 연관성입니다. 엔도톡신 농도를 10분위(decile)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 위험 증가는 선형적으로 조금씩 커지는 패턴이 아니라, **상위 10% (≥50 pg/ml)**에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50 pg/ml 이상에서는 죽상동맥경화 발생 위험이 OR 2.9(95% CI 1.4–6.3)였고, 다변량 보정 후에도 OR 3.3이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염증 마커 상승이 아니라 일정 농도 이상에서 병태생리적 전환점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흡연과의 상호작용: 니코틴이 아니라 엔도톡신?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흡연과의 상호작용입니다. 현재 및 과거 흡연자 중 엔도톡신이 50 pg/ml 이상인 집단에서는 위험비가 OR 13.2(다변량 보정 후)까지 상승했지만, 엔도톡신이 50 pg/ml 이하인 흡연자는 비흡연자와 위험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흡연 그 자체보다도, 흡연과 동반되는 만성 기관지 감염 또는 엔도톡신 노출이 실제 병인 축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담배 내 세균성 엔도톡신 존재와 만성 기관지염의 반복적 세균 노출 가능성은 이전 문헌에서도 제시된 바 있습니다.

만성 감염과의 연관성

연구에서는 만성 기관지염, 재발성 요로감염, 만성 위장관 감염(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주 감염, 천식·폐기종 같은 만성 감염·호흡기 상태를 체계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엔도톡신이 50 pg/ml 이상인 집단에서는 C-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도 유의하게 높았고, 특히 흡연과 감염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위험이 가장 컸습니다.

이는 엔도톡신이 흡연과 감염을 매개하는 공통 병태생리적 연결고리일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병태생리적 기전: 왜 엔도톡신이 문제인가?

엔도톡신은 내피세포 접착분자 발현 증가, 단핵구·T세포 부착 촉진,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유도, 응고 활성화, HDL 감소 같은 친죽상동맥경화(pro-atherogenic) 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에게 실험적으로 엔도톡신을 노출했을 때 내피 기능 저하(endothelial stunning)가 유발된다는 보고도 있어, 역학적 연관성과 생물학적 타당성이 함께 제시됩니다.

따라서 생물학적 타당성(biological plausibility)과 역학적 연관성이 모두 뒷받침되는 연구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연구의 한계와 해석

연구진은 LAL 검사법 표준화 문제, 단일 시점 측정에 따른 변동성, 심혈관 사건 수의 상대적 제한이라는 한계를 명시했습니다. 그럼에도 전향적 설계, 높은 추적률, 다변량 보정 후에도 유지된 연관성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결론: 엔도톡신은 흡연과 감염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축일 수 있다

이 연구는 엔도톡신 혈증이 단순한 염증 표지가 아니라, 실제 초기 죽상동맥경화를 유발하는 독립적 위험요인일 가능성을 제시한 최초의 인구기반 전향적 연구 중 하나입니다.

특히 “흡연 → 만성 감염 → 엔도톡신 증가 → 동맥경화”라는 병태생리적 연결 고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향후 항생제 치료, 장내 장벽 기능 개선, 만성 감염 관리 전략이 심혈관 예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로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Wiedermann, Christian J., et al. “Association of Endotoxemia With Carotid Atherosclerosis and Cardiovascular Disease: Prospective Results from the Bruneck Study.”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vol. 34, no. 7, 1999, pp. 1975–1981. https://doi.org/10.1016/S0735-1097(99)00448-9

Kiechl, Stefan, et al. “Body Iron Stores and the Risk of Carotid Atherosclerosis: Prospective Results from the Bruneck Study.” Circulation, vol. 96, no. 10, 1997, pp. 3300–3307. https://doi.org/10.1161/01.CIR.96.10.3300

Ridker, Paul M., et al. “Inflammation, Aspirin, and the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in Apparently Healthy Men.”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 336, no. 14, 1997, pp. 973–979. https://doi.org/10.1056/NEJM19970403336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