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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혼조 연구팀: PD-1 단일클론항체 제작과 발현 패턴의 규명

발행: 2026-02-16 · 최종 업데이트: 2026-02-16

1996년 아가타 요시히로와 혼조 다스쿠 연구팀이 PD-1 단일클론항체를 제작하고, PD-1이 활성화 후 후기 단계에서 발현되는 면역조절 수용체임을 입증한 고전 연구를 정리합니다.

PD-1은 정말 ‘죽음의 표지자’였을까?

1992년, 교토대의 혼조 다스쿠(本庶佑, Tasuku Honjo) 연구팀은 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 조건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분자를 PD-1(programmed death-1)이라 명명했습니다. 이름만 보면 세포의 죽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자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확인된 것은 mRNA 수준의 발현 증가뿐이었습니다. 실제 단백질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구조를 가지는지, 언제 발현되는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면역학계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PD-1은 단순히 세포사가 일어날 때 나타나는 부산물일까요? 아니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수용체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PD-1 단백질을 직접 인식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였습니다.

단일클론항체의 제작: 분자 수준의 추적이 가능해지다

1996년, 아가타 요시히로와 혼조 연구팀은 PD-1의 세포외 도메인을 항원으로 사용해 PD-1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성과는 단순한 기술적 진전이 아니라, PD-1 연구의 판도를 바꾸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항체 덕분에 연구자들은 면역침강(immunoprecipitation) 기법을 이용해 PD-1 단백질을 실제로 분리할 수 있었고, 그 분자량과 발현 양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추정이 아니라, 단백질 수준에서의 실험적 증명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50–55 kDa 막 당단백질: PD-1의 실체

항체를 이용한 분석 결과, PD-1은 약 50–55 kDa의 막 당단백질로 확인되었습니다. 본래 유전자 서열로 예측된 크기보다 크게 관찰된 것은 이 단백질이 당쇄화(glycosylation) 과정을 거쳐 세포막에 배치되는 수용체임을 시사했습니다. 이는 PD-1이 단순한 세포사 부산물이 아니라, 세포막에 위치한 수용체형 단백질임을 의미했습니다.

이 발견은 결정적이었습니다. 수용체라는 것은 곧 신호 전달 기능을 가진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PD-1은 더 이상 “죽어가는 세포의 흔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분자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초기’가 아니라 ‘후기’에 나타나는 수용체

연구의 진짜 핵심은 발현 시점에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T세포를 anti-CD3로 자극하고, B세포를 anti-IgM으로 자극한 뒤 시간에 따른 PD-1 발현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극 직후에는 PD-1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48–72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현이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CD69나 IL-2Rα(CD25)와 같은 초기 활성화 표지자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면역세포가 적군을 인식하자마자 즉각 반응하는 '가속 페달'이 아니라, **전투가 한창 진행된 후 과열을 막기 위해 등장하는 '브레이크'**의 타임라인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PD-1은 활성화가 시작될 때 켜지는 분자가 아니라,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등장하는 ‘후기(late)’ 조절 분자였습니다.

이 패턴은 하나의 중요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면역세포는 활성화된 직후 곧바로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반응을 진행한 뒤 일정 시점이 되면 스스로 억제 신호를 올린다는 것입니다. PD-1은 바로 그 시점에 등장하는 분자였습니다.

T세포와 B세포 모두에서 나타난 공통된 현상

흥미롭게도 PD-1의 발현은 T세포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B세포에서도 활성화 이후 유사한 시간 경과를 보이며 발현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PD-1이 특정 세포에 한정된 특수 분자가 아니라, 림프구 전반에서 작동하는 보편적 조절 기전의 일부일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PD-1은 IL-2Rα(CD25), CD69과 같은 활성화 표지자와 함께 발현되었습니다. 즉, 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분자가 아니라, 이미 활성화된 세포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스스로 조절을 시작할 때 등장하는 신호였습니다.

이 결과는 PD-1이 세포사를 유도하는 단순한 분자가 아니라, 활성화된 면역세포의 후속 조절 신호라는 해석을 강하게 지지했습니다.

면역관문 연구의 출발점

1996년 연구는 PD-1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했습니다. PD-1은 “죽음과 관련된 분자”가 아니라,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음성 조절 수용체였습니다.

이 단일클론항체는 이후 PD-1의 리간드인 PD-L1과 PD-L2의 규명으로 이어졌고,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 개념의 형성에 중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PD-1 신호를 차단하는 항체 치료제, 즉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과 니볼루맙(nivolumab) 같은 면역항암제의 개발로 연결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 치료는, 결국 PD-1 단백질을 처음으로 정확히 “보여준” 이 1996년 연구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인을 위한 정리

1996년 혼조 연구팀은 PD-1 단백질을 인식하는 단일클론항체를 제작했고, 이를 통해 PD-1이 활성화된 T세포와 B세포에서 48–72시간 이후에 증가하는 후기 조절 수용체임을 밝혀냈습니다.

이 발견은 PD-1을 ‘죽음의 흔적’에서 ‘면역 브레이크’로 재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분자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면역관문 억제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참고문헌

Agata, Y., et al. “Expression of the PD-1 Antigen on the Surface of Stimulated Mouse T and B Lymphocytes.” International Immunology, vol. 8, no. 5, 1996, pp. 765–772. https://doi.org/10.1093/intimm/8.5.765

Ishida, Y., et al. “Induced Expression of PD-1 upon Programmed Cell Death.” EMBO Journal, vol. 11, no. 11, 1992, pp. 3887–3895. https://doi.org/10.1002/j.1460-2075.1992.tb05481.x

Sharpe, A. H., and Freeman, G. J. “The B7–CD28 Superfamily.” Nature Reviews Immunology, vol. 2, no. 2, 2002, pp. 116–126. https://doi.org/10.1038/nri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