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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 HSP90과 암: 변이 단백질을 지탱하는 샤페론을 겨냥하다

발행: 2026-05-07 · 최종 업데이트: 2026-05-09

Whitesell, Mimnaugh, Neckers의 geldanamycin 연구가 HSP90을 암세포 신호 단백질 안정성과 항암 표적으로 연결한 의미를 정리합니다.

Inhibition of heat shock protein HSP90-pp60v-src heteroprotein complex formation by benzoquinone ansamycins
Whitesell, L.; Mimnaugh, E. G.; De Costa, B.; Myers, C. E.; Neckers, L. M.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1994
Geldanamycin 계열 물질이 HSP90과 v-Src 복합체 형성을 방해함을 보여주어, 암세포의 변형 신호가 샤페론 의존성을 가질 수 있다는 항암 표적 개념을 열었다.

암세포의 불안정한 단백질을 누가 붙잡는가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단백질 품질관리 부담이 큽니다. 돌연변이 단백질, 과발현된 kinase, 비정상 신호전달 복합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HSP90은 이런 신호 단백질의 접힘과 안정성에 관여하는 샤페론입니다.

1994년 Whitesell, Mimnaugh, De Costa, Myers, Neckers의 PNAS 논문은 이 생각을 암 연구의 언어로 끌어낸 중요한 연구였습니다. 이 논문은 HSP90을 단순한 열충격 단백질이 아니라, 암 유전자가 만든 변형 단백질을 기능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는 분자 기계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연구의 출발점은 v-Src였습니다. v-Src는 Rous sarcoma virus에서 온 변형 tyrosine kinase로, 세포 형태를 바꾸고 접촉 억제를 잃게 만들며 세포를 암화된 상태로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geldanamycin과 herbimycin A 같은 benzoquinone ansamycin 계열 물질이 Src 계열 tyrosine kinase에 의해 생긴 변형 phenotype을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물질들이 tyrosine kinase inhibitor처럼 작동한다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Whitesell 연구진이 보여준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약물을 처리하면 v-Src로 변형된 세포의 뾰족하고 굴절성 있는 형태가 납작한 정상 섬유아세포 모양에 가깝게 돌아왔지만, Src kinase 활성 자체는 직접적으로 강하게 억제되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가 이 논문의 핵심입니다. 세포는 되돌아가는데 kinase 활성이 직접 꺼진 것이 아니라면, 약물은 어디를 건드린 것일까요?

Geldanamycin의 진짜 표적을 찾다

연구팀은 geldanamycin을 고정한 beads를 만들어 세포 추출물에서 약물이 안정적으로 붙잡는 단백질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여러 세포주와 reticulocyte lysate에서 반복적으로 약 90 kDa 크기의 단백질이 붙잡혔습니다.

이 결합은 우연한 비특이적 결합이 아니었습니다. free geldanamycin을 넣으면 beads에 대한 결합이 경쟁적으로 줄어들었고, 변형 phenotype을 되돌리지 못하는 관련 물질 geldampicin은 같은 방식으로 결합을 막지 못했습니다. 즉 약물의 생물학적 효과와 HSP90 결합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90 kDa 단백질이 HSP90임을 여러 방식으로 확인했습니다. HSP90 항체로 immunoblot을 했고, 정제 HSP90도 geldanamycin beads에 결합했으며, heat shock으로 증가하는 90 kDa 단백질과 peptide digestion pattern이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geldanamycin의 주요 세포 표적이 HSP90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Src를 직접 끄는 것이 아니라 Src-HSP90 복합체를 막다

다음 질문은 HSP90 결합이 v-Src transformation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였습니다. 이전 연구들에서 v-Src는 HSP90과 일시적인 복합체를 만들 수 있음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 복합체는 새로 만들어진 kinase가 적절히 접히고 세포 안에서 기능할 수 있는 상태로 가는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Whitesell 연구진은 soluble geldanamycin이 Src와 HSP90의 복합체 형성을 막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Reticulocyte lysate에서 Src immunoprecipitate가 HSP90과 결합하는 반응은 geldanamycin에 의해 사라졌습니다. 온도민감성 v-Src를 가진 세포 안에서도 geldanamycin 처리 후 Src와 함께 따라 나오는 90 kDa 단백질이 사라졌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효과가 전체 단백질 합성을 무너뜨린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포 전체 단백질 합성이 전반적으로 꺼진 것이 아니라, HSP90과 Src의 특정 복합체 형성이 깨진 것입니다. 동시에 geldanamycin 처리 세포에서는 HSP90과 HSP70 계열 단백질의 발현이 유도되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약물이 HSP90 기능을 건드리자 세포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 셈입니다.

이 결과는 암세포 신호를 보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암 유전자의 산물은 단독으로 떠 있는 스위치가 아닙니다. 그것이 기능하려면 샤페론, scaffold, 세포골격, 막 위치, 분해 시스템 같은 세포 내부 환경이 필요합니다. Whitesell 논문은 그중 HSP90이라는 샤페론 축을 약물로 건드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HSP90 억제제라는 생각

이 논문이 중요한 이유는 HSP90을 단순한 스트레스 단백질이 아니라 암세포의 취약점으로 보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HSP90을 억제하면 하나의 표적 단백질만이 아니라, 여러 암 관련 client protein의 안정성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client protein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HSP90은 모든 단백질을 똑같이 붙잡는 단순한 보호자가 아닙니다. steroid receptor, Src 계열 kinase, Raf, HER2, BCR-ABL, mutant p53처럼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신호전달 상태가 민감한 단백질들이 HSP90 의존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암세포에서는 이런 의존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성장 신호를 과도하게 켜고, 변이 단백질을 많이 만들고, 저산소와 영양 스트레스와 산화 스트레스를 견뎌야 합니다. 정상 세포라면 버틸 수 없는 불안정한 단백질 조합을, 암세포는 샤페론 시스템의 도움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HSP90 억제제는 매력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하나의 kinase만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기대고 있는 여러 신호 단백질을 동시에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중에 “암세포는 유전자 변이뿐 아니라 단백질 항상성 네트워크에도 중독되어 있다”는 관점으로 이어집니다.

이 논문이 1994년에 중요했던 이유

이 연구는 오늘날의 표적치료 논문처럼 특정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 임상 논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첫째, geldanamycin의 작용을 단순한 kinase inhibition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세포 phenotype이 되돌아가는데 kinase 활성이 직접적으로 충분히 꺼지지 않는다는 모순을 붙잡고, 약물이 HSP90에 결합한다는 쪽으로 문제를 다시 풀었습니다.

둘째, 암 유전자 산물의 기능이 샤페론 복합체에 의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v-Src가 변형을 일으키려면 kinase 활성 자체만이 아니라 HSP90과의 복합체 형성이 필요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습니다.

셋째, HSP90을 항암 표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특정 암 유전자 하나를 겨냥하는 방식과 달리, HSP90 억제는 암세포의 여러 신호 축을 동시에 흔드는 접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넷째, 스트레스 단백질 연구와 암 치료 연구를 연결했습니다. 1962년 Ritossa의 puffing 관찰, 1974년 Tissières의 heat shock protein 합성, 1988년 Lindquist와 Craig의 리뷰가 세포 스트레스 반응의 생물학을 정리했다면, 1994년 Whitesell 논문은 그 지식을 암세포의 취약점으로 번역한 연구였습니다.

기대와 한계

HSP90 억제제는 이론적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암세포가 의존하는 여러 변형 단백질을 한꺼번에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상 개발은 쉽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선택성이었습니다. HSP90은 정상 세포에도 필요합니다. 암세포가 더 의존적일 수는 있지만, HSP90 자체가 암세포에만 있는 표적은 아닙니다.

두 번째 문제는 보상 반응입니다. HSP90을 억제하면 heat shock response가 활성화되고, HSP70 같은 보호 단백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약물 효과를 완충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독성과 약동학입니다. Geldanamycin 자체는 항암제로 쓰기에는 독성과 제형 문제가 컸고, 이후 17-AAG 같은 유도체가 개발되었지만 임상 성과는 기대만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논문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암을 유전자 변이만이 아니라, 변이 단백질을 유지하는 세포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의 문제로 보게 만든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암세포는 돌연변이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돌연변이 단백질이 접히고, 안정화되고, 분해를 피하고, 적절한 위치에서 신호를 내도록 돕는 세포 내부의 지원 시스템에 기대고 있습니다.

Whitesell의 1994년 논문은 바로 그 지원 시스템을 약물로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HSP90은 암세포의 엔진 자체라기보다, 과열된 엔진이 계속 돌아가도록 붙잡아 주는 냉각 장치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은 HSP90 억제제 개발의 출발점인 동시에, 암을 proteostasis의 관점에서 읽게 만든 중요한 문헌입니다.

References

  1. Whitesell L, Mimnaugh EG, De Costa B, Myers CE, Neckers LM. Inhibition of heat shock protein HSP90-pp60v-src heteroprotein complex formation by benzoquinone ansamycins. Proc Natl Acad Sci U S A. 1994;91(18):8324-8328.
  2. Xu Y, Lindquist S. Heat-shock protein hsp90 governs the activity of pp60v-src kinase. Proc Natl Acad Sci U S A. 1993;90:7074-7078.
  3. Neckers L. Heat shock protein 90: the cancer chaperone. Nat Rev Cancer. 2002;2:353-364.
  4. Workman P, Burrows F, Neckers L, Rosen N. Drugging the cancer chaperone HSP90: combinatorial therapeutic exploitation of oncogene addiction and tumor stress. Ann N Y Acad Sci. 2007;1113:20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