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를 키우는 기술에서 약을 만드는 기술로
세포배양은 처음에는 살아 있는 세포를 몸 밖에서 관찰하기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신경섬유가 자라나는지 보고,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지 보고, 림프구가 항원에 반응하는지 보는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세포를 관찰할 수 있다면, 세포가 만드는 물질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이 생명공학 산업의 한 축을 만들었습니다. 실험실의 배양접시는 점점 공정이 되었고, 세포주는 연구 재료를 넘어 생산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항체치료제, 재조합 응고인자, EPO, 효소치료제, 일부 백신과 세포치료제는 모두 이 흐름 위에 서 있습니다.
세포배양의 역사는 면역치료의 역사와도 깊게 겹칩니다. 단클론항체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에서 출발했고, T세포 치료는 환자의 세포를 몸 밖에서 확장하는 기술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이라는 말은 산업의 언어이지만, 그 안에는 면역학과 세포생물학의 오랜 실험 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재조합 DNA가 만든 첫 번째 전환
1970년대 재조합 DNA 기술은 생명공학의 상상력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유전자를 잘라 다른 생물에 넣고, 그 생물이 사람 단백질을 만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당시에는 매우 급진적이었습니다. 이 흐름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사람 인슐린입니다.
기존 인슐린은 주로 돼지나 소의 췌장에서 얻었습니다. 구조가 사람 인슐린과 비슷했기 때문에 치료에 쓸 수 있었지만, 공급과 순도, 면역반응의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재조합 DNA 기술은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사람 인슐린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동물 장기에서 추출하는 대신 세포가 직접 만들게 한 것입니다.

이 전환은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박테리아에 사람 유전자를 넣어 단백질을 만들게 한다는 말이 익숙하지만, 1970년대에는 그 자체가 낯설고 불안한 일이었습니다. 외래 유전자가 들어간 미생물이 실험실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는가. 병원성이나 생태계에 예상하지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사람의 유전정보를 다른 생물 안에서 다루는 일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재조합 DNA 기술은 과학적 가능성만큼이나 생물안전과 윤리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그 긴장은 인슐린 개발 경쟁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Harvard의 Walter Gilbert 연구팀은 인슐린 유전자를 자연 유래 mRNA에서 찾아 cDNA로 만들고, 이를 박테리아에 넣어 발현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매사추세츠주 Cambridge에서는 Harvard와 MIT의 재조합 DNA 연구를 둘러싸고 큰 논쟁이 벌어졌고, 시의회가 일시적으로 관련 연구를 중단시키는 모라토리엄을 걸었습니다. 외래 유전자를 넣은 미생물이 새로운 생물학적 위험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연구 속도와 장소를 실제로 바꾼 것입니다.
반면 California의 신생 기업 Genentech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Herbert Boyer와 Robert Swanson이 세운 이 회사는 City of Hope 연구자들과 함께 사람 인슐린의 A 사슬과 B 사슬에 해당하는 DNA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박테리아에서 발현시키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자연에서 인슐린 유전자를 찾아오는 대신, 필요한 유전정보를 인공적으로 조립해 넣은 것입니다. 이 접근은 1978년 사람 인슐린 생산 성공으로 이어졌고, 이후 Eli Lilly가 개발과 제조, 규제 대응을 맡으면서 Humulin이라는 제품으로 연결되었습니다.
FDA가 이 기술을 오래 막아선 주된 장애물은 아니었습니다. Humulin은 1982년 FDA 승인을 받았고, 이는 재조합 DNA 기술로 만든 의약품이 미국에서 승인된 첫 사례였습니다. 초기 생명공학에서는 기술 자체만큼 숙주세포, 생산공정, 규제 문서, 사회적 신뢰가 중요했습니다. 재조합 인슐린은 실험실의 발견이 의약품이 되려면 과학, 공정, 규제, 대량생산 능력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미생물은 빠르고 싸게 자랐습니다. 단순한 단백질을 만들기에는 매우 좋은 생산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단백질이 미생물에서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 몸에서 작동하는 많은 단백질은 접힘, 당화, 절단, 조립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항체처럼 크고 복잡한 단백질은 박테리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동물세포배양의 의미가 다시 커졌습니다. 단백질을 단순히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몸에서 작동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왜 동물세포가 필요했나
동물세포는 박테리아보다 느리고 까다롭습니다. 배지도 비싸고, 오염에 취약하며, 배양 조건도 민감합니다. 그런데도 바이오의약품 생산에서 핵심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사람 단백질에 가까운 후처리 과정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당화입니다. 많은 치료 단백질은 단백질 사슬만으로 끝나지 않고, 표면에 붙은 당사슬 구조까지 기능에 영향을 줍니다. 당화는 혈중 반감기, 수용체 결합, 면역원성, 항체의 Fc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이 같아도, 어떤 세포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실제 약효와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만큼 “어떤 세포에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졌습니다.
단클론항체: 세포배양과 면역학이 만나는 지점
단클론항체는 세포배양이 의학으로 바뀌는 장면을 선명하게 남겼습니다. 1975년 Köhler와 Milstein의 하이브리도마 기술은 항원 특이성을 가진 B세포와 계속 자라는 골수종 세포를 융합해, 하나의 항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세포주를 만들었습니다.


처음 단클론항체는 연구 도구였습니다. 세포 표면 표지자를 구분하고, 사이토카인을 잡아내고, 수용체를 막고, 면역세포의 계통을 나누는 데 쓰였습니다. 면역학은 단클론항체 덕분에 세포를 더 세밀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항체는 곧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표적에 결합하는 능력, Fc를 통한 면역 기능, 긴 반감기, 비교적 높은 특이성이 약으로서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생산이었습니다. 치료제로 쓰려면 연구실 수준의 소량 항체가 아니라, 품질이 일정한 대량 항체가 필요했습니다.
하이브리도마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주”라는 발상을 열었고, 이후 CHO 기반 생산 공정은 “항체를 의약품으로 대량 제조하는 플랫폼”을 제공했습니다. 항체치료제의 역사는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자리에서 커졌습니다.
CHO 세포가 생산 플랫폼이 되다
동물세포 생산에서 가장 널리 쓰인 세포주는 CHO 세포입니다. CHO는 Chinese hamster ovary, 즉 중국 햄스터 난소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주입니다. 세포주 자체의 기원은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바이오의약품 생산 플랫폼으로서의 CHO는 재조합 DNA 기술, 단클론항체, 세포주 선별 기술이 만나는 198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중요해졌습니다.
CHO 세포가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라고, 외래 유전자를 넣어 단백질을 생산하게 만들 수 있으며, 현탁배양과 대규모 배양 공정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에게 감염되는 여러 바이러스와 거리가 있어 생산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었습니다.
Lawrence Chasin과 Gail Urlaub은 Columbia University에서 dihydrofolate reductase, 즉 DHFR 활성이 결핍된 CHO 변이주를 분리했습니다. DHFR은 엽산 대사와 DNA 합성에 필요한 효소이기 때문에, DHFR이 없는 세포는 조건을 맞추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합니다. 이 결핍은 약점처럼 보이지만, 재조합 단백질 생산에서는 강력한 선별 도구가 되었습니다.
원하는 단백질 유전자와 정상 DHFR 유전자를 함께 세포에 넣으면, DHFR이 없는 CHO 세포 중에서 유전자를 제대로 받은 세포만 살아남습니다. 여기에 methotrexate를 조금씩 높여 처리하면, 세포는 DHFR 유전자를 더 많이 만들도록 유전자 사본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택됩니다. DHFR 유전자 근처에 함께 들어간 치료 단백질 유전자도 같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하는 단백질을 많이 만드는 클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기 DHFR 음성 CHO 세포의 이름은 한 가지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CHO-DXB11은 CHO-DUXB11, DUKX-B11, DUKX-CHO 같은 이름으로도 불렸고, 초기 논문과 각 연구실의 명명 방식이 완전히 통일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Chasin이 기업에 공식적으로 제공한 생산용 세포주로는 CHO-DG44가 더 중요했습니다.
CHO-DG44는 두 DHFR 대립유전자가 모두 제거된 DHFR 음성 CHO 세포주입니다. 자연적으로 DHFR 기능이 되돌아올 가능성이 낮아 안정적인 선별과 증폭에 유리했습니다. Chasin은 DG44를 기업에 제공했고, 이 세포주는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재조합 단백질 생산 세포주 개발에 활용되었습니다. CHO-DG44와 DHFR/methotrexate 증폭 시스템은 이후 항체와 재조합 단백질을 많이 만드는 산업용 세포주 개발의 대표적 방식이 되었습니다. CHO는 단순히 잘 자라는 세포였기 때문만이 아니라, 원하는 유전자를 넣고 고생산 클론을 고를 수 있는 유전학적 장치를 갖추었기 때문에 표준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세포주를 만드는 것 자체가 큰 일이었습니다. 원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세포에 넣고, 많이 만드는 세포를 고르고, 그 세포가 오랫동안 같은 성질을 유지하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클론을 찾는 과정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품질과 수율을 함께 맞추는 선별 작업이었습니다.
CHO 세포는 생명공학의 조용한 기반시설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발견의 이름으로 자주 불리지는 않지만, 많은 항체치료제와 재조합 단백질이 실제로 환자에게 도달하려면 CHO 같은 생산 세포가 필요했습니다.
단백질 의약품은 물질이면서 공정이다
화학합성 의약품에서는 분자 구조가 같으면 같은 약이라고 말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물론 결정형, 불순물, 제형 같은 문제가 있지만, 작은 분자는 구조가 비교적 명확합니다. 바이오의약품은 다릅니다. 단백질은 크고 복잡하며,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고 접히고 변형됩니다.
그래서 바이오의약품에서는 “제품이 공정이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같은 유전자를 넣어도 세포주, 배지, 배양 온도, 산소, pH, 정제 과정이 달라지면 최종 단백질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은 DNA 서열만으로 끝나지 않고, 세포와 공정 전체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 점은 바이오시밀러의 과학적 의미와도 연결됩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원약과 완전히 같은 복제약이라기보다, 구조와 기능, 약동학, 면역원성, 임상 효과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것을 단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약입니다. 바이오의약품에서는 세포를 어떻게 키웠는지가 곧 약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세포배양실에서 생산공장으로
세포배양을 해 본 사람은 이 기술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압니다. 세포는 기계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배지가 조금 달라도, 세포 밀도가 달라도, passage가 달라도, 오염이 숨어 있어도 결과가 흔들립니다. 연구실에서는 이런 흔들림을 경험으로 넘길 수 있지만, 의약품 생산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세포배양을 표준화하고, 계량화하고, 검증 가능한 공정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배지는 혈청 의존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세포는 부착배양에서 현탁배양으로 넘어갔으며, 플라스크와 롤러병은 대형 바이오리액터로 확장되었습니다. 배양액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정제하고,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당화와 불순물을 분석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했습니다.
세포배양의 손맛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공정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연구자의 감각으로 다루던 세포가, 품질관리와 규제 문서와 생산 batch의 언어로 번역된 것입니다.
면역치료와 생명공학의 접점
면역치료의 많은 도구는 생명공학 생산 플랫폼 없이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항-TNF 항체, 항-CD20 항체, 항-HER2 항체, 면역관문억제제는 모두 항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정제하는 기술 위에 있습니다. IL-2, interferon, EPO, G-CSF 같은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도 같은 흐름에 있습니다.
세포치료는 또 다른 방향입니다. 여기서는 세포가 약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세포 자체가 약이 됩니다. TIL, TCR-T, CAR-T는 모두 환자 또는 공여자 세포를 몸 밖에서 조작하고 확장한 뒤 다시 투여합니다. 이 경우 세포배양은 생산기술인 동시에 치료기술입니다.
그래서 생명공학의 역사는 의학과 따로 떨어진 산업사가 아닙니다. 세포를 키우는 능력, 유전자를 넣는 능력, 단백질을 정제하는 능력,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돌려보내는 능력이 모이면서 현대 의학의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습니다.
맺음말
동물세포배양의 역사는 조용하지만 강력합니다. 처음에는 몸 밖에서 세포를 살려 두는 기술이었고, 그 다음에는 세포의 반응을 보는 실험 시스템이 되었으며, 이후에는 단백질과 항체를 만드는 생산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세포 자체를 치료제로 만드는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생명공학은 종종 최신 기술의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그 뿌리는 매우 실험적인 질문에 있습니다. 세포를 몸 밖에서 살릴 수 있는가. 원하는 유전자를 넣을 수 있는가. 그 세포가 만든 물질을 약으로 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환자에게 투여할 만큼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이 제조법에는 피하기 어려운 부담이 있습니다. 세포가 만든 단백질을 배양액에서 꺼내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구조와 당화와 활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에서 정제는 부속 공정이 아니라 품질을 결정하는 중심 공정입니다. 항체와 재조합 단백질은 세포가 만든 물질을 다시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깨끗하게 분리해야 약이 됩니다.
코로나19 시기에 널리 쓰인 mRNA 백신은 이 구도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mRNA 백신도 RNA 합성, 정제, 지질나노입자 제형화 같은 제조공정을 거치지만, 항원 단백질을 세포배양으로 대량 생산한 뒤 정제하는 단계를 우회합니다. 제조소에서 완성된 항원 단백질을 만드는 대신, 항원을 만들 설계도인 mRNA를 투여하고 환자의 세포가 항원 단백질을 만들게 합니다. 백신업계가 mRNA 플랫폼을 획기적인 발전으로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항원마다 별도의 단백질 생산 세포주와 정제 공정을 다시 구축하는 대신, 염기서열을 바꾸어 비교적 빠르게 후보 백신을 설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를 공장으로 만든 역사에서 출발했습니다. mRNA 백신은 그 다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단백질을 밖에서 만들어 정제해 넣는 대신, 몸 안의 세포가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게 할 수 있는가. 생명공학의 역사는 이 질문들이 산업과 의학의 언어로 바뀌어 온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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