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 글은 켄달 스미스의 분자 면역학 이라는 책 1Smith, K. A. (2018). Molecular Immunity: A Chronology of 60 Years of Discovery. World Scientific.을 번역에 가깝게 정리한 글입니다. 다만 그 책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서 의역하거나, 줄였습니다. 처음에는 그 책이 재미있다고만 생각했지, 그 저자가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려 놓은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그의 youtube 채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채널의 내용을 듣기 시작하면서 정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은 그의 책을 정리하고 중간 중간에 그의 동영상에 추가된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면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읽는 것이 좋지만 논문을 일기 위해서는 면역의 발전과정을 알아두면 편리합니다.
면역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너무 초기 이야기는 현대 면역학을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은 제너의 천연두 치료법의 발견 이야기 정도는 다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략 중간 정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가장 좋은 시점은 맥팔레인 버넷이 제시한 클론 선택설일 것입니다. 1957년 10월 21일 맥팔레인 버넷은 클론 선택 가설을 제안한 논문2Burnet, F. M. (1957). A modification of Jerne’s theory of antibody production using the concept of clonal selection. Australian Journal of Science, 20(3), 67-9.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50년 후 이 논문을 기념하여 2007년에는 “클론선택설:혁명으로부터 50년(The clonal selection theory: 50 years since the revolution)” 이라는 논문3Hodgkin, P. D., Heath, W. R., & Baxter, A. G. (2007). The clonal selection theory: 50 years since the revolution. NATURE IMMUNOLOGY, 8(10).이 나왔고, 그 논문 뒤에 버넷의 원문이 실려 있어 지금도 쉽게 버넷의 논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버넷은 자신의 의견을 1958년 반데빌트 대학에서 강연했으며, 이듬해 “적응면역에서의 클론 선택 이론(The Clonal Selection Theory of Acquired Immunity.)”라는 제목으로 출간4Burnet, S. F. M. (1959). The clonal selection theory of acquired immunity (Vol. 3). Nashville: Vanderbilt University Press.되었습니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당시만 해도, 면역학은 항체에 대해서 알기는 했지만, 그 항체가 어떻게 생기는지 몰랐으며, 혈액형을 검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항체를 측정하는 것도 항원-항체 반응으로 침전이 생기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림프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림프구가 무슨 역활을 하는 지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맥팔레인 버넷은 그 책에서 면역학적 사실이라는 항목으로 다음과 같은 주제를 정리해서 제시했습니다.
- (i) 전형적인 항혈청에서 반응성 글로불린 분자 집단의 물리적 특성,
- (ii) 일차 및 이차반응 사이의 양적 및 질적 차이,
- (iii) 신체 구성 요소에 대한 면역학적 비반응성과 관련된 내성 현상,
- (iv) 면역 반응의 질적 유형,
- (v) 선천적 무(無)-감마글로불린혈증,
- (vi) 면역 반응에서, 특히 림프계열의 중간엽 세포가 수행하는 역할.
여기서 항혈청의 면역물질이 글로불린이라는 것은 알았고, 면역 글로불린이라는 것이 항체와 거의 동의어입니다. 그것에 대한 구조나 유전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져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러부터 5가지의 항체의 종류 및 구조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일차반응(처음 항원에 노출될 경우 일어나는 면역반응) 및 2차반응(1차 면역 후에 재감염이 될 때 일어나는 면역반응)에 대한 양적이나 질적인 차이도 사실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인 면역 부분에 있어서 이 시기부터 림프구와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버넷 이전의 세포성 면역에 대한 발견들
버넷이 클론선택설을 제시 혹은 예언했을 때는 면역학의 초기라고 할 수 있어서 많은 정보가 없었지만, 림프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는 1944년 메다워에 의해서 피부조직의 이식이 거부되고, 거부된 조직에는 염증성 세포가 모여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1942년에는 란트슈타이너는 케이스와 함께 (당시 록펠러 연구소에서 근무했음) 투베르클린 면역반응이 복강의 체액을 통해서 민감성이 다른 동물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것이 원심분리했을 때 가라앉은 성분때문이라는 것과 세포가 죽을 수 있는 조건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아마도 세포에 의해서 전달되는 것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란트슈타이너는 1943년 사망했기 때문에 체이스는 이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1945년에는 투베르클린 반응이 혈청이 아니라 세포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1952년에는 브루톤에 의해서 감마글로불린이 전혀 없는 사람이 발견되었는데 이 사람은 박테리아 감염에는 매우 취약했지만, 바이러스의 감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버넷이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는 림프구라는 주장은 1957년 발표했으며, 이것은 다시 1959년 위에 말한 책으로 발간되면서 더욱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그의 책에서 그는 면역반응을 크게 3가지로 생각했습니다.
- 고전적인 항체 면역반응
- 알레르기 형태의 면역반응
- 투베르쿨린 형태의 면역반응
위의 3가지 중에서 처음 2가지는 항체가 관여 되어 있는 것이 명백했지만, 투베르쿨린 면역반응은 항체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버넷은 3번 면역반응은 림프구가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림프구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중배엽에서 유래한 세포인 림프구와 단백구/대식세포, 형질세포 및 섬유아세포가 서로 변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1948년에 아스트리드 파그라에우스(Astrid Fagraeus)에 의해서 형질세포(plasma cell)이 항체를 만든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림프구가 서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 특히 림프구가 형질세포가 된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PHA가 림프구를 선택적으로 증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
1960년 Peter Nowell 은 PHA(phytohemagglutinin)라는 물질이 림프구를 증식시키는 것을 발견
1960년 피터 노웰은 강낭콩에서 분리한 PHA5이미 그 전에 PHA라는 물질이 적혈구에 결합해서 적혈구 분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피터 노웰은 이것이 림프구를 증식시킨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라는 물질이 림프구를 증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PHA라는 물질은 림프구의 형태를 변화시키는데, 이때 미성숙 백혈병세포(blast)와 닮은 세포처럼 보였고 이 과정을 후에 림프구 아세포 변환(lymphocyte blast transformation)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혈구 세포들은 뼈의 가운데에 위치한 골수에서 만들어 지며 초기에 만들어지는 미성숙 세포를 아세포(Blast)라고 합니다. 이 아세포 변환이 된 세포는 다시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굉장히 중요했는데, 이 발견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림프구는 분화의 최종단계에 있는 세포가 간주되었고 더 이상 세포분열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962년에는 항원 자극에 의해서 림프구가 증식하고 뒤 이어 혈액에서 항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이것이 특정한 항원에 대해서 특정한 항체가 만들어진다는 것까지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맥팔레인 버넷이 예언했던 대로 선택된 림프구의 클론이 증식해서 항체를 만든다는 것이 확인되게 되었습니다.
혈구용혈 시험법으로 세포단위로 서로 다른 항체를 생산한다는 것이 발견됨
혈구용혈시험법으로 알려진 Jerne Plaque Assay의 개발로 항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포를 선별가능해짐
에르네 플락 시험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이 실험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가 필요합니다.
- 양의 적혈구를 접종하여 이에 대한 항체가 형성된 동물(보통 쥐나 토끼)의 림프구
- 기니픽의 혈청에서 유래한 보체
- 양(sheep)의 적혈구
- 한천(농도를 조절해서 매우 부드러운 젤을 만듦)
림프구와 양(sheep)의 적혈구를 혼합하면 림프구에서 나온 항체가 적혈구와 결합합니다. 이때, 적혈구에 항체가 결합한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보체를 넣어주게 되면 보체반응에 의해 적혈구의 용혈현상이 일어나면서 파괴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반응이 용액 속에서 일어나면 서로 금방 섞이기 때문에 한천의 농도를 아주 묽게 하면 푸딩보다 더 부드럽게 되는데, 농도를 잘 조절하면 세포와 적혈구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지만, 적혈구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배양접시(petridish)를 항온기에 놓고 세포를 배양하면 플라크가 나타납니다. 이것을 요즘에는 hemolytic plaque assay 용혈판 측정법 혹은 용혈플라크측정법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가운데 세포 하나(림프구)가 있고 주변에 적혈구가 있으며 림프구 주변에는 적혈구가 없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없던 것이 아니라, 적혈구가 용혈되어 없어진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적혈구를 용혈시키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림프구와 그렇지 않은 림프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험법이 나올 때만 해도 이 백혈구가 한 종류의 항체만을 만들어낸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1962년 쟈크 밀러의 의해서 흉선(가슴샘)의 림프구가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짐
쟈크 밀러 이전에는 항체가 연구의 주된 주제였기 때문에 림프구가 항체를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림프구 중에 T세포가 있다는 것이 쟈크 밀러에 의해서 처음 알려지게 됩니다.
쟈크 밀러는 프랑스의 면역학자로, 그는 방사선과 백혈병의 관계를 연구하였습니다. 그는 백혈병이 다른 개체에 전달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백혈병 조직을 성체 마우스에게 이식했을 때는 백혈병이 발생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기 마우스에게 이식했을 때는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당연히 그는 성체는 아마도 면역조직이 성숙해서 백혈병이 걸리지 않았지만, 아기 마우스는 아직 그 조직이 성숙하지 않아서 백혈병에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러 가지 조직을 가지고 실험하다가 아무래도 흉선(가슴샘)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성체 마우스의 가슴샘을 제거하고 아기 마우스의 흉선을 이식하고 백혈병 조직을 이식한 결과 백혈병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흉선이 백혈병을 막는데 중요한 장기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실험을 위해서 흉선을 제거한 아기 마우스에서 매우 독특한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잠시 이것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밀러는 생후 3일에 생쥐의 흉선을 제거하는 방법(생후 3일째 흉선절제; d3Tx로 표현)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d3Tx 생쥐가 첫 달 동안 정상적으로 성장하지만, 이후에 이식편對숙주 질환(Graft vs. Host Disease, GvHD)과 매우 유사한 “runting disease”를 겪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질환은 “체중 감소, 무기력, 털이 뻣뻣해짐, 등이 구부러진 자세, 설사”가 특징입니다. 대부분의 생쥐는 세 달이 되기 전에 림프구가 여러 장기로 침윤되면서 사망했습니다. 생후 첫 6주 동안, 생쥐가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였지만, d3Tx 생쥐들은 말초조직에 림프구의 숫자가 심각하게 줄어 있었으며, 미발달된 이차 림프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 생쥐들은 피부를 이식시 동종이식은 물론 이종이식도 거부되지 않는 등 현저하게 면역 저하 상태였으며, 일반적인 세균 항원에 대한 항체 응집소 활성을 생성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찰은 흉선이 면역 발달에 중요하다는 최초의 사례였으며, 밀러는 “생후 매우 이른 시기에 흉선이 면역능력을 가진 세포의 전구체를 생산하며, 이들이 성숙하고 다른 부위로 이동한다”고 정확히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생후 초기에 흉선을 제거한 생쥐들의 조기 사망으로 이어진 runting disease의 원인은 탐구되거나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면역 결핍과 자가면역과 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최초의 문서였습니다. 이 실험은 후에 자가면역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Treg 세포를 발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참고문헌
- 1Smith, K. A. (2018). Molecular Immunity: A Chronology of 60 Years of Discovery. World Scientific.
- 2Burnet, F. M. (1957). A modification of Jerne’s theory of antibody production using the concept of clonal selection. Australian Journal of Science, 20(3), 67-9.
- 3Hodgkin, P. D., Heath, W. R., & Baxter, A. G. (2007). The clonal selection theory: 50 years since the revolution. NATURE IMMUNOLOGY, 8(10).
- 4Burnet, S. F. M. (1959). The clonal selection theory of acquired immunity (Vol. 3). Nashville: Vanderbilt University Press.
- 5이미 그 전에 PHA라는 물질이 적혈구에 결합해서 적혈구 분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피터 노웰은 이것이 림프구를 증식시킨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