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 정보량에 있습니다. 선천면역은 센서가 몇 가지 되지 않기 때문에 공통점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이 아무리 효과적이라도 해도 하나의 문제가 있으니, 바로 병원체도 이것에 대해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로운 면역체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면역체계는 하나 하나의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어야만 했기 때문에 엄청난 정보량이 필요하고, 다시 말해서 엄청난 질서화된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엔트로피 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매우 어려운 일로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생명체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 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T세포의 발달과정입니다.
엔트로피란
간단히 설명하면 엔트로피는 시스템의 무질서함 또는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측정 지표로 사용됩니다. 엔트로피가 높을수록 시스템은 더 큰 무질서한 상태를 나타내며, 엔트로피가 낮을수록 더 질서 정연한 상태를 나타냅니다.
생명체와 엔트로피의 관계는 물리학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물리학적인 측면: 엔트로피는 원래 열역학 2법칙의 개념입니다. 이 법칙은 에너지가 열적으로 전달될 때 시스템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설명합니다.
- 생물학적인 관점: 생명체는 엔트로피를 줄이고 유지하기 위해 질서 있는 구조와 기능을 유지합니다. 생물학적 프로세스는 엔트로피를 낮추는 방식으로 조절됩니다. 예를 들어, DNA는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여 생명체의 질서를 유지하며, 대사 과정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물체의 조직과 세포를 유지합니다.
생명체와 정보
적응면역의 B세포나 T세포의 유전자 에 바로 생명체가 어떻게 정보를 축적하는 가를 잘 보여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질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엔트로피가 낮아지는 이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워 합니다. 아무리 생명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으로 정보량을 축적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 있습니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데, 즉 점차 질서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되는 데 어떻게 생명체가 탄생했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팽창하면,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데, 시스템 자체의 엔트로피와의 차이가 더 커지기 때문에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생명체도 그대로 이용합니다. 우선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같은 시스템을 복사하는 것입니다. 즉 유전자를 복사하면, 마치 우주가 확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전자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엔트로피가 증가합니다. 그 다음은 복제된 유전자를 변경해가면서 최적화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축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혈액응고 과정의 경우 여러단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 단백질의 기능은 서로 유사한 경우가 많습니다.
적응면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유전자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우주가 팽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의 최대 엔트로피를 늘려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무조건 양을 늘린다고 무한정 늘릴 수가 없기 때문에 유전자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즉, 우리가 즐기는 카드의 덱을 만들려면, 1-9, JQK의 48개의 카드가 필요한데, 이것을 모두 만들려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1~K까지 12개와 하트, 클로버, 다이아몬드, 스페이드 4가지 정보로 나누어 놓으면 단지 16개의 정보만 있으면 모든 카드를 표시할 수 있듯이 B세포와 T세포의 유전자는 이렇게 몇 가지 조합으로 다양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즉 유전자는 숫자 세트와 모양 세트에서 하나씩 조합해서 최종 세포로 분화될 때 이 중 하나를 가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각 세포는 64개의 종류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볼 때, V, J, D 영역의 유전자는 원래는 하나씩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를 복사하고 다른 하나는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과정을 거쳐서 다양한 형태의 항체 조합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진화가 일어나야 할 시점입니다. 이 많은 종류의 B세포가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생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쓸모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B세포는 하나 하나가 생명체이며, 인간이라는 생태계의 구성원입니다. 하지만 이 구성원이 모두 생존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개체 혹은 상황에 적응하는 개체만 살아남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가혹한 조건은 바로 흉선에서의 교육입니다. 흉선에서 인체를 공격하거나, 혹은 기능이 약한 T세포는 올바른 정보가 아니라 쓸 데 없는 잡음으로 해석되어 모두 자연사하도록 강요됩니다. 인간은 과거에 자식을 평균 6명을 낳았으나, 지금은 2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대과학은 그 자식들을 거의 다 키워낼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자연에는 수 많은 자손을 낳고, 그 환경에서 우연 혹은 적응을 잘한 개체가 성장해서 살아남는 것입니다. B세포에게 있어서 적응이라는 것은 host를 공격하지 않고 외부의 항원만 공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거되는 T세포가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략 98%가 이 과정에서 제거됩니다. 어떻게 보면 낭비라고 할 수 있지만, 2%라는 것은 작은 세포 단위에서는 꽤 성공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