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다이어트가 다른 칼로리 제한 식단보다 우월하거나 반대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식단이 맞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탄고지 식단이 다른 다이어트 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에는 크게 공감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다이어트 책은 지방대사를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하는가에 대한 각자의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있다고는 해도 그 이론이 타당한가는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다이어트 책에 이런 주장이 실려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밥이나 빵, 혹은 과일 같은 탄수화물을 먹어 혈당이 올라가면 당을 주로 에너지원으로 쓰고, 혈당이 떨어지면 당과 지방을 같이 쓰고, 그러다 또 탄수화물을 먹어 혈당이 올라가면 당을 주로 에너지원으로 쓰고 혈당이 떨어지면 당과 지방을 같이 쓰는 식이다. 인슐린은 이처럼 당대사와 지방대사를 조절하면서 우리가 24시간 내내 에너지를 쓸 수 있게 한다.
그런데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어떻게 될까?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 있으니 계속 당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지방세포에서 지방산이 분해되어 나올 수가 없다. 바로 쓸 수 있는 ‘편리한’ 당이 있는데 굳이 비축해둔 지방을 꺼내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위의 말은 그럴듯 해 보이지만 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가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지방을 분해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음식으로 지방이 들어오면 굳이 지방세포의 지방을 분해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지방이 혈액내 풍부한데, 굳이 지방을 분해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탄고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반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 인슐린의 지방합성이라는 기능입니다.
즉, 우리가 지방대사를 열려고 하면 어느 정도의 공복이 필요한데 우리가 너무 자주 먹어서 지방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므로 간헐적 단식과 저탄고지로 지방대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은 사실 그럴 듯 하기는 합니다. 합리적인 가정입니다. 그런데 약간 우려스러운 것은 만약 우리 몸이 그런 식으로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에 따라서 체중이 왔다갔다 한다면, 우리는 벌써 모두 초고도비만이 되었을 것이고 매달 체중이 증가했다 감소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저탄고지를 하면 지방을 더 태우고 살을 뺄 수 있을까요?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 확인한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앞부분에서는 고탄수화물 저지방 다이어트를 한 것이고 뒷부분은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한 것입니다. 저탄고지한다고 해서 고탄저지 보다 살이 더 빠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체중의 그래프를 보면 처음에 갑자기 체중이 빠지고 그 다음에 오히려 체중감소 효과가 적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체지방감소 그래프를 보면 다이어트는 고탄저지를 하거나, 저탄고지를 하거나 결과가 거의 같게 나왔습니다. 또한 여기서 저탄고지의 체중감소 패턴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저탄고지를 하면 초기에 글리코겐이 빠르게 분해되서 글리코겐 감소가 일어나면 글루코겐에 결합된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에 수분감소로 약 1.5kg 정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지만 이것은 체지방이 감소한것이 아니며, 점차 지방대사가 활발해지면서 글리코겐 감소에 따른 수분감소의 영향이 사라져 이러한 효과가 점차 사라지는 것에 기인한 것입니다.
실험에 의하면 저탄고지를 하면서 인슐린 분비는 줄었고, 자유지방산은 증가했으며 케톤바디도 증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대사가 열려서 지방대사가 더 빨라졌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었습니다. 논문상에서는 대사속도를 측정하기는 했고,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은 수분감소 등을 고려하면 과대평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실험을 한 사람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의 한 명인 케빈 홀(Kevin Hall)이라는 점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저탄고지가 그렇게 인슐린의 지방합성을 극복하고 지방대사를 촉진한다는 것은 그다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이 결과가 나온 이후 인슐린 분비가 비만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던 제이슨 펑(Jason Fung)이 자기 블로그에 반론을 올렸으나, 반론의 사소한 내용보다는 체중감소에 차이를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이슨 펑의 반론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말하는 것은 저탄고지 식사가 지방대사를 특별히 더 잘 열어준다는 것은 신뢰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저탄고지를 하면서 칼로리 제한을 하는데 그것으로 인하여 다이어트가 되는 것이지, 저탄고지를 하면 신진대사가 변화되어 다이어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다이어트를 강의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저탄고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강의보다는 비만을 연구한 의사의 강의를 따르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