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면역증강제라고 하면 대개 에키네시아를 생각하고,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 혹은 감기가 걸리면 에키네시아를 섭취합니다. 한 마디로 에키네시아는 미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첫번째 면역증강제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에키네시아가 한 때 인기가 있었습니다.
최근에 에키네시아에 대한 비판이 실린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는 에키네시아에 대해서 장단점이 모두 잘 정리되었습니다. 읽어보시면 기대 이하의 효능이라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지금도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에키네시아가 매우 좋은 제품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에키네시아가 미국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면역하면 에키네시아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에키네시아는 사실 좀 이상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나면 대체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많은 연구자들은 에키네시아를 채취하는 시기나, 품종, 부위 등에 따라서 약효가 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 에키네시아가 효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2014년 2월 메타분석 기관인 ‘코크란’에는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에키네시아’란 제목의 연구 논문이 실렸다. 연구팀은 총 4631명이 참여한 24개의 이중 맹검 실험 자료를 분석했다. 그야말로 에키네시아 예방 효과 관련 연구 논문을 전부 모아 메타 분석에 들어간 것.
24개 중 10개의 연구는 에키네시아의 감기 ‘예방’ 효과 입증을 위해 설계됐다. 10건의 연구에서 시행한 13건의 대조시험에서 한 번 이상의 감기(cold episode) 증상을 보인 환자군과 위약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에키네시아 복용군이 위약군에 비해 감기 예방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https://www.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181
결과적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에키네시아가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이것이 감기에 효과적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간 효과가 있는 듯한 임상 결과도 있고, 그렇지 않고 전혀 효과가 없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나중에 더 엄격한 임상시험을 하면 효과가 없다고 나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주성분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주 특이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혹시 제품에 균이 감염되어서 면역활성이 나타난 것일까?
에키네시아의 주 활성이 식물의 성분이 아니라, 그 식물에 감염된 미생물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좀 자세히 말하면 에키네시아 건조물 1g 에는 6.4 × 106 ~ 3.3 × 108 bacteria/g 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박테리아가 그람음성 박테리아이고 그람 음성균에는 유명한 면역독소인 LPS 가 세포벽에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면역활성의 정도가 이 LPS의 추출량하고 일정한 관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여러편의 논문이 있는데, 결국 우리가 알고 있던 면역력에 좋다는 식품이 사실인 균이 오염되어서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균이 오염되면 염증이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이것은 좀 복잡한 이야기인데, LPS가 구조에 따라서는 매우 염증을 심하게 일으킬 수도 있고, 일부 LPS는 구조가 약간 달라서 염증을 억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너무 복잡해서 나중에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서 말할 때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현재는 LPS가 많으면 그리고 그것이 몸에 들어오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돌아와서 왜 에키네시아의 임상결과가 안 좋았냐 하면, 아마도, LPS 의 함량이 적은 시기나 장소에서 채취한 에키네시아였을 수도 있으며, 그것 아니라도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추출하는 과정 등이 위생적으로 바뀌면서 LPS의 양이 줄어들었을 수가 있습니다.
에키네시아만 감염되었을까?
그런데 이게 에키네시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요? 사실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흙에서 재배하는 뿌리 식품을 약으로 쓸 때는 이러한 위험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특히 십전대보탕에는 당귀가 들어가는데 당귀의 면역활성의 일부가 LPS 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십전대보탕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지만 일본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제품이고 중국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섭취합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연구가 잘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한약재를 오랫동안 끓여서 먹을 때, 균은 죽고, 균의 세포벽의 성분이 추출되면서 이것이 면역활성을 나타냈다고 해서 그 제품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외국은 그럼 안전하고 몸에 좋은 땅속 세균을 분리해서 혹시 안전한 면역증강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방법이 마이크로바이옴 보다 더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참고문헌
Pugh, N. D., Jackson, C. R., & Pasco, D. S. (2013). Total bacterial load within Echinacea purpurea, determined using a new PCR-based quantification method, is correlated with LPS levels and in vitro macrophage activity. Planta Medica, 79(1), 9–14. https://doi.org/10.1055/s-0032-1328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