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면역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적응면역을 연구하기 때문에 선천면역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픈 사람들은 적응면역보다는 선천면역이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적응면역은 하나의 병원체만 공격할 수 있지만, 선천면역은 우리가 생활속에 접촉하는 모든 병원체에 대한 면역이다.
사람들은 더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적응면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에 대해서 관심이 많지만, 하루 하루의 삶의 면역을 지배하는 것은 선천면역입니다.
우리 몸을 보호하는 데,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만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중심이 선천면역이나 적응면역이냐는 나눠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백신은 선천면역을 활성화시킨 후에 적응면역을 활성화합니다만 대부분 항체/T세포 이야기만 합니다. 그 만큼 적응면역의 대표 면역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고 우리 몸에는 이미 살아오면서 앓았던 적응면역의 결과인 항체와 T세포가 있기 때문에 일상면역에서 적응면역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큰 개념으로 본다면 우리 생활의 면역을 지배하는 것은 선천면역이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적응면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이러한 것을 경찰과 군인으로 비유해 볼 수 있는데, 평상시에는 국경 주위의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경찰이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군인이 투입되어서 해결해 주어야 합니다.
평상시의 치안은 경찰이 담당하므로 경찰력이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이는 데 있어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은 모두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력을 말할 때 선천면역만 말하는 이유는 적응면역은 사실상 백신으로 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으며, 백신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안전하게 올릴 수 있는 면역은 선천면역 밖에 없습니다.
면역력이 부족하면 피곤한 이유.
많은 사람들은 면역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병원균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병원균을 죽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은 우리 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특히 환자 행동같은 행동적인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피로감, 활력 등에도 면역력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TNF-alpha는 상한 발열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에 이것이 분비되면 매우 피곤함을 느끼게 됩니다.
암환자의 증상과 사이토카인의 관계에 대한 논문1Patton, R., Paval, D. R., McDonald, J. J., Brown, D., Gallagher, I. J., Skipworth, R. J., … & Laird, B. J. (2021). Relationship between cytokines and symptoms in people with incurable cancer: A systematic review. Critical reviews in oncology/hematology, 159, 103222.에 따르면 여러가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신체에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통상적으로는 인체에 국소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전신적인 영향을 줄 때에는 피로, 구토, 우울증 및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질병에 걸리면, 피곤함을 느끼게 하여, 우리 몸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혹시 위에 문제가 있는 음식을 먹고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음식물을 토하게 하고, 우울증은 사람의 활동성을 줄이고, 통증 역시 이러한 기능을 할 것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아토피는 적응면역에서 일어난다.
많은 사람들은 면역력이 높아져도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나 아토피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선천면역 반응이 아니라 적응면역 반응입니다. 그러므로 과민반응이 좋은 것이 아니지만, 면역력이 높다는 말로 정리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럼 선천면역이 올라가면 적응면역도 따라서 올라가는 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고 상황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가 루푸스 인데, 루푸스의 경우, 자기 DNA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DNA는 세포의 가장 안쪽인 핵 안에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항체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물질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DNA에 대한 항체가 생긴다는 것은 상당히 독특한 특징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호중구의 NETosis라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루푸스 환자의 DNA 항체가 호중구가 NETosis 과정에서 세포밖으로 분출한 DNA에 대한 항체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호중구가 NETosis를 일으키게 되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도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지만, 하나의 설명이 그렇게 해야할 정도로 응급상황이라는 것입니다. NETosis의 잔해물은 우리가 흔히 아는 고름입니다. 고름이 의외로 끈적끈적한데, 그것이 바로 DNA가 포함되어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따라가보면 결국 선천면역이 충분하지 못해서 몸 안에서 세균이 증식했고, NETosis로 인한 잔해물을 선천면역세포가 빠르게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적응면역계가 활성화되어 자기 면역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모든 자가면역질환을 설명하는 틀은 아니지만, 루푸스가 어쩌면 면역(적응면역)이 과하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면역이 약해서 발생한다는 개념의 전환은 앞으로 치료제 개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참고로 과민반응에 속하는 아토피 역시 IgE항체가 관여하기 때문에 적응면역이 과민반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천면역이 활성화된다고 반드시 적응면역이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다.
선천면역이 어느 정도 이상 활성화되면 염증이 발생됩니다. 그리고 염증이 발생되면 적응면역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선천면역이 강화되면 염증이 덜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상 생활속의 면역 수준이라면 선천면역이 강화되면 염증이 빠르게 종결됩니다. 이것을 간단히 비유를 들어보면 동네에 불량배가 많아졌을 때, 경찰력이 우수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선천면역의 활성이 높을 때 일어나는 일이며, 만약 경찰력이 너무 약하면 그 다음은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대가 투입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빠르게 군대가 투입되는 것을 가지고 면역력이 높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사회가 안정되어 있다면 경찰력으로도 충분히 불량배들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면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히 경찰력이 부족하면 경찰은 군대를 요청해야 하고 군대는 충분히 폭력배들을 제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굳이 군대가 필요 없이 경찰이 처리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다양한 감염성 질병을 앓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적응면역이 빠르게 작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감염성 질병은 거의 없고, 매일 매일 통상적인 세균들이 우리 몸에 접촉하고 우리몸의 선천면역계는 이것을 충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면역력에서 선천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면역계는 DAMP를 제거한다.
DAMP는 세포가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면역세포는 이 DAMP를 빠르게 제거합니다. 위에서 말한 DNA도 정상 세포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호중구가 죽으면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DAMP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DAMP는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충분히 빠르게 제거되지 않으면 자가면역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이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자료
- 1Patton, R., Paval, D. R., McDonald, J. J., Brown, D., Gallagher, I. J., Skipworth, R. J., … & Laird, B. J. (2021). Relationship between cytokines and symptoms in people with incurable cancer: A systematic review. Critical reviews in oncology/hematology, 159, 103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