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요약
- 일상생활에서 면역력이 높다는 것은 대개 식세포 면역이 강하다는 의미이며, 특히 탐식작용이 원할하다는 의미이다.
- 모든 면역증강제의 효능에 대한 증거수준은 아직은 낮은 편이다.
- 우수한 면역증강제는 사실 시장에서 매우 드물다.
면역력이라는 것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면역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면역력이라고 하면 쉽게 우리가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힘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을 측정하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면역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면역력을 객관적으로 높여준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면역력을 측정하는 방법이 없다거나, 면역력이라는 것은 없다거나, 혹은 면역력을 올려주는 제품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면역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만, 그것보다 면역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주장과 측정이 되고 면역력을 높이는 제품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면역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자 사례
면역력이 없다는 말은, 정말로 면역력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을 측정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없거나, 면역력이라는 것이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면역력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오히려 면역학에 대해서 더 잘 아시는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이 분들의 주장은 비록 저와 입장은 다르지만, 상당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분들의 주장은 크게 2가지 입니다.
- 면역계는 너무 복잡해서 특정 면역을 하나만 올린다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해도, 근거수준이 높은 의학계에서 받아들일만큼 확실한 식품(제품)은 아직 없다.
저는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위의 주장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봅니다. 우선 면역계는 너무 복잡해서 어느 하나만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특이적 면역을 올리는 것이 위험하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현재도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주장을 하는 논문이 수 없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비특이적 면역증강제는 많았고 지금도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면역력이 너무 복잡해서 면역력으 올릴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면역력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면역계를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면역계는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적응면역을 높이는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인다고 말하는 사람은 적응면역이 아니라 선천면역을 높이는 것입니다. 특히 선천면역은 일상면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의 측면에서 본다면 아플 때만 필요한 적응면역 보다는 선천면역의 활성화가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아직 좋은 면역증강제는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라고 인정하지만, 이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봅니다. 근거중심의학에서 신뢰도가 높은 임상자료는 임상시험 수십 건이 모여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면역력을 올려준다는 많은 제품은 아직 연구비가 많이 투입되지 않고 연구단계로는 초기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의 입장으로는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에 믿을 만한 면역증강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면역증강제라는 것은 없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사례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전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면역의 힘‘ 의 저자 제나 마치오키(Jenna Macciochi)이며, 그녀는 면역학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는 건강관련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는 시중에 거의 효과도 없는 제품이 너무 많이 퍼져 있다는 것과, 누구에게나 권장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은 없다고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녀의 저서 “면역의 힘”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면역 ‘증강’ 상품의 소비자들에게는 안 됐지만, 면역계를 증강할 수 있는 신체 내부의 힘으로 보는 통념은 과학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는 내가 면역 분야에서 일하면서 만난 가장 큰 면역 관련 오해중 하나다. 면역계가 설계된 방식을 안다면 면역 증강은 바랄 수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생각하면 ‘면역 증강’이라는 단어는 불행한 말이다. 면역계는 결코 켜고 끄는 스위치 하나만 있는 이항 대립적 체계가 아니다. 면역계는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부단히 조절해야 하는 조절 스위치와 비슷하다.
– 면역의 힘(제나 마치오키 저, 2021), 48-49쪽
한편 국내에서는 이보다는 약하지만 면역관련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도 많습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는 일입니다. 물론 이는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건강기능식품만으로 면역력을 지키겠다는 생각은 위험하고 문제가 많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을 맹신하거나, 과신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자신의 건강과 면역력에 줄 수 있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
면역력인생에 건강이 짐이 되지 않게(박민수 저, 2023), 472쪽)
그리고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필리프 데트머의 “면역”이라는 책에서도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것에 대해서 조롱합니다.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끔찍한 생각이다. 오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팔아먹으려는 사람들만 그런 주장을 한다. ….
적어도 현재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업적 제품으로 직접 면역계를 강화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정말로 그런 효능이 있다고 해도, 그런 제품을 의사의 감독을 받지 않고 사용하면 오히려 매우 위험할 것이다.
Dettmer, Philipp. 면역. 서울: 사이언스북스, 2022. 302쪽
하지만 저희는 당연히 이 분들의 의견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면역력의 문제의 또 한 축은 면역력을 측정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NK 세포 활성으로 면역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문제점
한편 다른 사람들은 면역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NK세포 활성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것도 그렇게 유용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NK세포의 활성을 측정하는 것이 면역력을 측정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광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암환자와 같이 특정한 경우에만 맞는 말입니다.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정도는 그 사람이 현재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서도 다르고, 몸 안에 면역계가 반응해야 하는 물질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그래서 암환자와 같이 암항원이 있고, 암에 의해서 면역력이 낮아진 경우에는 NK세포의 활성에 따라서 면역력이 높거나 낮다고 해도 됩니다. 하지만 정상인의 경우에는 NK세포의 활성이 높아질 이유가 없으며, 높아졌다고 해도 일시적인 경우가 많고, 처리해야 할 물질이 모두 사라지면 오히려 활성이 낮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NK세포의 활성이 평상시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그렇게 까지 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플 때는 NK세포 활성이 올라가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 건강해지면 NK세포의 활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면역력이란 개념은 생활면역에서는 매우 유용한 용어
과연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의미가 없고, 면역력을 올려주는 제품이 없을까요? 과거에는 그렇게 말해도 되었지만, 현대에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제품들이 일부 개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역계의 모든 반응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므로 면역력을 올려준다고 할 때 그 의미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면역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면역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을 추리고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골라서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체 면역계의 반응을 작용하는 방식이나, 대상에 따라서 아래처럼 4가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1. 선천성 면역의 탐식작용
선천성 면역의 탐식작용은 일반적으로 세포안으로 탐식해서 박텍리아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면역반응입니다. 이것은 당연히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면역반응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서 병원균과 접촉하는 곳에서 매일 매일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2.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의 기생충 대응 면역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것은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반응을 말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면역반응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면역반응은 항진되면 아토피와 천식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반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적응면역의 B세포 항체 면역
우리가 백신을 맞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항체입니다. 항체를 만들어서 인간에게 매우 위험한 병원균을 항체로 중화시켜서 제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항체가 방원균이나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수는 있지만 제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제거는 선천성 면역의 탐식작용으로 하는 것입니다.
4. 적응면역의 세포독성T세포 면역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감염된 세포를 죽이고 분해해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입니다. 암세포도 이러한 방식으로 제거되기 때문에 항암면역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백신이 보통 항체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이 세포독성T세포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백신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생활면역에서 면역력을 높인다는 말의 의미
위의 4가지 면역 중에서 우리가 면역력이라고 하는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은 선천면역의 탐식작용 입니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의미는 대개 선천면역의 탐식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선천성 면역의 탐식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올리는 면역반응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면역을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큰 오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앞의 책 “면역”에서 “더 공격적이고 힘이 센 큰 포식세포나 중성구를 갖고 싶은가? 글쎄 그건 좋지만 아주 사소한 감염만 생겨도 강력하고 심한 염증이 유발되어 열도 더 많이 나고, 쉽게 지치고, 더 많이 앓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면역력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의 하나 입니다. 이 저자만 해도 면역력과 염증을 동일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면역력이 강하면 오히려 염증이 줄어들어야 정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이유 – 각자 관심사가 다르다.
연구소에서 의약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관점
연구소에서 의약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현재 거의 적응면역을 연구합니다. 아주 특이하게 백신의 어쥬번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연구자의 99%는 적응면역을 연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대개는 항체를 연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병의 감염을 연구하는 사람들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누구나, 백신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최근 바이러스가 너무 빠르게 돌연연이가 일어나서 백신이 무력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 무력화되지는 않아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적응면역의 B세포나 T세포 면역을 연구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방역담당자는 항체보다는 T세포 면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질병을 다루는 의사들
사실 의사들은 백신이 있다면 백신을 맞추겠지만, 모든 질병에 백신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백신을 맞춘다음에는 선천성 면역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난치성 질병을 치료하시는 분이 말하는 면역은 대개 선천성 면역입니다.
일반인들
일반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백신을 선택해서 맞는 것 이외에는 적응면역분야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은 선천성면역에만 관심을 가지고 기생충 면역은 억제해야 할 면역이지 활성화시킬 면역은 아니라서 그들이 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식세포 면역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면역에 대한 의견이 다른데, 가만히 보면 면역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개 적응면역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면역에 대한 관점이 매우 협소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역을 볼 때는 선천면역을 중심으로 전체 면역계를 봐야지 제대로 전체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선천면역은 마치 적응면역으로 오기까지 거치는 전단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천면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고 이것이 생활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생활면역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어쩌면 적응면역에만 몰려있는 관심을 선천면역에도 좀 신경을 쓰자라는 의미에서 만든 용어입니다.
결론
그럼 이제 우리가 어떤 면역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이 참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모든 면역이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뭘 할 수 있는가라는 쪽으로 질문을 바꾸면 우리가 할 수 있거나 조절이 가능한 면역은 선천면역에서 식세포 면역 뿐입니다. 또한 선천면역을 활성화해야 비특이적 면역으로 인하여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방어력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는 것도 선천성 면역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반면에 적응면역은 자극하기 어렵습니다.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순서가 선천면역 ->염증 ->적응면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염증을 피하면서 적응면역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통상적인 생활의 영역에서는 없습니다. 적응면역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개발된 의약품이 필요하며, 이는 일반인의 관심영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인다는 말은 일상생활의 면역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식세포면역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남은 질문은 식세포면역을 안전하게 활성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것이겠죠. 이것은 다음에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