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피로 실재하는 병인가?
부신피로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부신피로라는 개념은 좀 독특한 측면이 있습니다. 부신피로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코르티솔의 분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적절하고 논문을 찾아보면 2011년에 부신피로를 소개한 논문이 발견됩니다.1 J Korean Med Assoc 2011 January; 54(1): 81-87 하지만, 문제는 막상 조사를 해보면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나 보통 사람의 경우, 부신의 호르몬 분비가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2Cadegiani and Kater BMC Endocrine Disorders (2016) 16:48. 그러므로 학계에서는 부신피로라는 개념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은 그것은 그것이고, 자신들의 경험으로 봤을 때, 코르티솔의 분비가 낮은 사람이 존재하고 이들은 피로를 극심하게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신피로라는 개념 보다는 HPA 축의 기능 저하 정도가 아마도 적절한 수준의 명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 부신피로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능의학회(대한통합기능의학연구회)에서도 나오고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3https://www.md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26016
만성피로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은 이와는 달리 실재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질병의 이름입니다. 오히려 이론적인 근거는 더 희박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신피로와 만성피로증후군(CFS: Chronic Fatigue Syndrome)은 둘 다 피로를 중심으로 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입니다. 두 질환 모두 환자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혼동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질환은 원인, 진단 기준, 그리고 치료법 면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 원인과 기전:
- 부신피로: 이는 부실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부족한 수면, 잘못된 식습관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만성피로증후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 면역 체계의 이상, 호르몬 불균형 등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 증상:
- 부신피로: 피로, 집중력 감소, 기억력 저하, 수면 문제, 소화 문제, 몸살 같은 느낌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만성피로증후군: 극심한 피로, 근육통, 관절통, 목 뒤쪽의 통증, 심한 피로 후 긴 회복 시간이 필요, 휴식해도 개선되지 않는 피로, 집중력 및 기억력 감소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 진단:
- 부신피로: 부실피로의 진단은 주로 증상, 의료력 및 특정 실험실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 만성피로증후군: 다른 질환들을 제외한 후 남아 있는 증상을 통해 진단합니다. 현재까지 CFS를 진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험실 검사는 없습니다.
- 치료:
- 부신피로: 생활 습관 개선, 영양 보충제, 스트레스 관리, 휴식, 특정 약물 치료 등이 있습니다.
- 만성피로증후군: 증상 관리를 중심으로 한 치료가 주로 이루어집니다. 그에 따라 통증 관리, 수면 개선, 운동 요법, 휴식 및 스트레스 관리 등의 방법이 사용됩니다.
자율신경 실조증
자율신경 실조증도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질병의 이름입니다. 현재 이것이 만성피로증후군과의 연결고리가 연구는 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따로 따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율신경 실조증이 연구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질병은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율신경실조증(ANS: Autonomic Nervous System Dysfunction) 또는 이를 뜻하는 다른 용어로 자율신경계 이상 또는 이상동작은 자율신경계의 기능장애를 나타내는 질환입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의 몸에서 심장 박동, 소화, 체온 조절과 같은 무의식의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부신피로, 만성피로증후군(CFS) 및 자율신경실조증은 모두 피로감, 통증, 수면 문제와 같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연관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질환은 다른 기저 원인과 병태기전을 갖습니다.
- 자율신경실조증과의 관계:
- 부신피로: 부실 기능 저하가 주 원인인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율신경계의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만성피로증후군(CFS): 이 질환은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자율신경계의 이상이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CFS 환자 중 일부는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 증상의 유사성과 차이점:
- 자율신경실조증: 심박수 증가, 현기증, 지나친 땀, 소화 문제, 방사형 통증, 체온 조절 문제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부신피로 및 CFS: 두 질환 모두 피로감, 근육 및 관절 통증, 집중력 감소,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치료:
- 자율신경실조증: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 생활 습관 개선, 스트레스 관리, 물리 치료 등이 포함됩니다.
- 부신피로 및 CFS: 위에서 언급한대로 각각의 질환에 대한 치료가 진행됩니다.
이기적인 면역은 어디로 연결될까?
위의 3가지 피로와 관련된 질병과 이기적인 면역이 연결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아직은 관련된 연구가 없고, 이기적인 면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면역과 피로는 이미 연결되어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성피로 증후군의 초기 원인(initial event)이 무엇이던 간에 그 중심에 만성염증이 있다고 생각됩니다4Tate, Warren, Max Walker, Eiren Sweetman, Amber Helliwell, Katie Peppercorn, Christina Edgar, Anna Blair, and Aniruddha Chatterjee. “Molecular mechanisms of neuroinflammation in ME/CFS and long COVID to sustain disease and promote relapses.” Frontiers in neurology 13 (2022): 936.. 즉 CFS의 원인은 신경계의 염증이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은 Myalgic Encephalomyelitis/Chronic Fatigue Syndrome (ME/CFS) 라는 용어로 많이 사용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왼쪽의 중간 부분의 PVN은 시상하부 의 실방핵이라는 곳으로 여기가 HPA 축의 시작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의 그림에서도 만성 HPA축 기능이상을 표현하는 데 그것이 따지고 보면 개념적으로는 부신피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신경전달물질도 같이 분비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자율신경 실조증을 가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증상에 따라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급격히 증가했던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
코로나19는 상당히 특이한 질병이었으며, 신경계에도 많은 손상을 입히는 바이러스였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지만, 전반적인 작용기전은 아래 처럼 복잡한 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왜 이것이 신경계에 영향을 주었는가라는 점입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많은 원인이 발견되겠지만, 그 원인의 하나가 TLR4 때문이라는 연구 논문이 있습니다5Fontes-Dantas, Fabricia L., Gabriel G. Fernandes, Elisa G. Gutman, Emanuelle V. De Lima, Leticia S. Antonio, Mariana B. Hammerle, Hannah P. Mota-Araujo et al. “SARS-CoV-2 Spike protein induces TLR4-mediated long-term cognitive dysfunction recapitulating post-COVID-19 syndrome in mice.” Cell reports 42, no. 3 (2023): 112189.. 논문에 따르면, 마우스에 TLR4에 변이가 있거나 하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TLR4에도 결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TLR4는 주로는 면역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지만, 신경세포에도 존재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면역계와 신경계가 서로 협력해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면 TLR4를 차단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을 차단하면 감염성 질병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이라면 가능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TLR4를 차단하는 물질인 eritoran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제로서의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6https://www.clinicaltrialsarena.com/news/eisai-remap-covid-study/ 7https://asia.nikkei.com/Spotlight/Coronavirus/Japan-s-Eisai-to-launch-clinical-trial-for-coronavirus-treatment.
참고자료
- 1J Korean Med Assoc 2011 January; 54(1): 81-87
- 2Cadegiani and Kater BMC Endocrine Disorders (2016) 16:48
- 3https://www.md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26016
- 4Tate, Warren, Max Walker, Eiren Sweetman, Amber Helliwell, Katie Peppercorn, Christina Edgar, Anna Blair, and Aniruddha Chatterjee. “Molecular mechanisms of neuroinflammation in ME/CFS and long COVID to sustain disease and promote relapses.” Frontiers in neurology 13 (2022): 936.
- 5Fontes-Dantas, Fabricia L., Gabriel G. Fernandes, Elisa G. Gutman, Emanuelle V. De Lima, Leticia S. Antonio, Mariana B. Hammerle, Hannah P. Mota-Araujo et al. “SARS-CoV-2 Spike protein induces TLR4-mediated long-term cognitive dysfunction recapitulating post-COVID-19 syndrome in mice.” Cell reports 42, no. 3 (2023): 112189.
- 6https://www.clinicaltrialsarena.com/news/eisai-remap-covid-study/
- 7https://asia.nikkei.com/Spotlight/Coronavirus/Japan-s-Eisai-to-launch-clinical-trial-for-coronavirus-trea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