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면역의 방향을 조절하는 보조T세포
면역계는 다양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항원제시 후, 보조T세포(Th세포)는 필요한 면역반응에 따라서 Th1, Th2, Th17, Tfh 및 Treg 세포로 분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Th1, Th2, Th17, Tfh 세포는 각각 필요한 면역을 활성화시키고, Treg은 Th1, Th2, Th17, Tfh 세포를 억제시키는 T세포입니다.
보조T세포가 어떤 세포로 분화되는가 결정하는 것은 항원제시할 때의 주변에 존재하는 사이토카인의 종류입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이 사이토카인도 수지상세포가 탐식작용으로 분해한 병원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체의 종류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식세포나, 수지상 세포 및 NK세포들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탐식하는 경우에는 Th1면역이 유도됩니다. 그런데 만약 기생충을 대상으로 할 때는 호산구나 호염구가 관여되고 이로 인하여 면역반응은 Th2로 진행됩니다. 뿐만 아니라 캔디다 알비칸스와 같은 곰팡이 등의 일부는 염증을 심하게 유도하면서 Th17로 진행하도록 유도합니다. 이외 일부 박테리아와 기생충들이 Treg 세포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항원의 종류에 따라서 이 항원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다르고 그 결과 수지상세포를 포함하여 주변의 면역세포에서 발현시키는 사이토카인이 다르기 때문에 면역반응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지상세포에서 TLR4에 항원이 결합할 경우에는 IL-12가 발현되고 NK세포는 인터페론 감마를 발현시킵니다. 이것은 Th1 세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한편 기생충의 경우 호염구 등에 의해서 IL-4가 발현되면 이 사이토카인은 Th2면역반응을 유도합니다.
보조T세포의 작용
각 보조T세포는 작용하는 대상이나 면역반응이 다릅니다. 이것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Th1 세포는 대식세포를 강화시켜서 더 빠르게 탐식작용으로 병원체를 분해하도록 합니다. Th2 세포는 호산구, 호중구, 비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이것은 기본적으로 기생충의 면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h17세포는 IL-17을 분리시켜 결국 호중구를 침윤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Tfh세포는 B세포에 작용해서 항체의 생성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Treg 세포는 수지상세포를 억제하고 그 결과 T세포의 활성화를 방해합니다.
우리가 올려야 하는 것은 Th1 면역뿐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현재 인식되는 항원에 따라서 그 항원을 가장 잘 제거할 수 있는 면역반응이 유도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필요한 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것을 이용해야 하는가를 알려줍니다.
현대인들에게는 Th1 면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Th1 면역이 항암면역으로 이어지고, 아토피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Th1면역을 유도하는 물질만 찾아내면 되는 것입니다.
특정 면역을 유도하는 물질들
오랫동안 연구를 통해서 어떠한 물질이 어떤 면역을 유도하는가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면역학 교과서인 쿠비 면역학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항원의 종류에 따라서 서로 다른 사이토카인이 분비되고 그 결과 보조T세포가 서로 다른 보조T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병원체에 따라서 면역세포가 인식하는 센서(패턴인식수용체)가 다르며, 또한 수용체가 다르면 수지상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TLR4에 결합하는 미생물은 결국은 IL-12를 분비하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 수지상 세포가 항원제시를 해서 활성화된 Th0세포가 Th1 세포로 분화하게 됩니다.
기생충 (helminth)는 IL-10을 유도하게 되고 그 결과 Th0세포가 Th2 세포로 분화되도록 합니다.
Th1 면역의 유도
그러므로 Th1면역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Th1 면역을 유도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면 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균을 이용해서 Th1면역을 유도하는 방법은 사실은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만 본다면 이미 이런 방법이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때는 의약품(콜리의 독소)으로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면역항암제의 효시가 되는 콜리의 독소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선택적인 Th1면역의 유도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었는데, 이 방법은 당시에 일부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만 미국 FDA에서 부작용 때문에 약의 허가를 취소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축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면역증강제는 아직도 꽤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콜리의 독소를 개발할 당시만 해도 주성분이 LPS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LPS가 Th1면역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에 문제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LPS가 워낙 극소량으로도 심각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 물질을 기반으로 안전하게 Th1면역을 유도하는 물질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매우 어려웠습니다.
후에 LPS를 변형시켜 MPLA라는 물질을 개발해서 백신의 어쥬번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