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식품과 의약품의 구분
국내의 법안은 건강기능식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식품은 전혀 효능이 없고 약만 효능이 있다는 극단적인 이분법 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약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매우 효과적인 시스템이지만, 음식은 약효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라는 인식 보다는 음식은 전혀 효능이 없다는 식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 특히 메타분석을 전공한 의사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탄생
하지만 미국에서 diet supplement 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이런 구분에서 벗어나 기능성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효과가 뛰어난 건강기능식품이 나오고 있지 않아서 과연 효능이 얼마나 되는가? 혹은 임상적인 가치는 있는가 라는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부는 분명히 효능이 확인되었고,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오메가-3를 들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는 1989년 미국의 혁신의학재단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스티븐 디텔리스가 영양을 의미하는 뉴트리션과 약을 의미하는 파머슈티컬을 합쳐서 뉴트라슈티컬이라는 단어는 만들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뉴트라슈티컬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포함해 의학적 혹은 건강상의 이득을 줄 수 있는 음식 혹은 음식의 일부분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효능에 대한 논란
건강기능식품은 국가에서 인정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 효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식품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생명 및 건강 유지와 관련되는 영양 기능(1차 기능), 둘째, 맛, 냄새, 색 등의 감각적, 기호적인 기능(2차 기능), 셋째, 건강유지 및 증진에 도움이 되는 생체조절기능 등(3차 기능)입니다. 이 때 건강기능식품은 세 번째 생체조절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처럼 오해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의약품과 같이 질병의 직접적인 치료나 예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의약품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의 유지 및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데 여기에서 질병의 예방 및 치료라는 것과 건강의 유지 및 개선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인가?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정의하는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나 불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다. 건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질병이 없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지만, 건강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를 통해서 가능하다. 즉 질병의 예방과 치료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성립될 수 없는 비논리적 개념인 것이다.
다음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황당한 것은 ‘생리기능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과 관련해 건강기능식품 제도에서 정하고 있는 312가지의 생리활성 기능은 혈당조절, 콜레스테롤 개선, 혈압조절, 치아 건강등 대부분 특정 질병 상태에 대한 기능성으로 정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와 관련이 없으니 의약품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의약품의 기능성을 그대로 구성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정의 뿐만이 아니다. 그 기능성의 내용 역시 이상하고 비과학적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정의를 충실히 따라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건강기능식품이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 다르기 때문에,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 효과가 있거나 의약품으로 오인,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 또는 광고에 해당할 때’에는 건강기능식품의 허위 과대광고 범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 이 법률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현재 TV 홈쇼핑이나 각종 언론매체에서 광고하는 비타민 보충제, 홍삼,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 등 각종 건강기능식품은 상당수가 허위, 과대광고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기능식품의 정의 자체가 사실 매우 애매하기 때문인 것은 사실입니다. 원래는 기능이 효과를 나타는 것인데, 기능성만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막상 기능성은 효과보다 더 원천적이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건강기능식품에서의 기능성은 효과를 애매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뇨병의 사례
일단 위에서 지적한 당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공복혈당 | 식후2시간 혈당 |
당뇨병 | 126 mg/dL 이상 | 200 mg/dL 이상 |
내당능 장애 | 100 mg/dL 미만 | 140-199 mg/dL |
공복혈당 장애 | 100-125 mg/dL | 140 mg/dL 미만 |
약으로 혈당을 낮출 수는 있지만, 식후 혈당의 경우는 식이요법으로도 낮출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이 걸리면, 의사들은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을 같이 제안합니다. 이것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매일 6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합니다.
-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양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합니다.
- 정상체중을 유지합니다.
- 단당류의 섭취를 삼가합니다(설탕, 꿀, 물엿, 케이크 등).
- 지방 및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을 줄입니다.
-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합니다.
- 술, 담배, 청량음료 등을 삼갑니다.
예를 들어 같은 식사를 해도,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면 혈당이 내려간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만약 식이섬유로 혈당을 낮춰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이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법적으로 개별인정형을 받아야 하겠지만, 원칙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또한 예를 들어, 과거에 사용했던 당뇨약중에서 voglibose 는 α-glucosidase 저해 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식품도 α-glucosidase 저해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당의 분해가 늦어지고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늦출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의약품은 당연히 효과가 있겠지만, 식품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식품이라고 해서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은 독단주의(dogmatism)에 불과합니다.
홍국의 사례
이 외에도 가장 유명한 사례는 사실 홍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국은 아주 특이한 개발 역사가 있습니다. 홍국에서 유래한 로바스타틴이 의약품이 팔리자 미국의 FDA는 홍국에 의약품이 들어있기 때문에 홍국은 의약품으로 취급해야 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할 수 없다고 결정해 버립니다. 그들은 홍국에 모나콜린 K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로바스타틴과 거의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자 이것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99년 2월 미 연방판사는 ‘콜레스틴의 주성분이 천연에서 얻어진 것이고 수 세기 동안 사용된 중국 전통의학을 재현한 것’이라며 파마넥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FDA는 항소했고, 2000년 7월 열린 항소심에서 ‘건강보조식품과 의약품의 범위가 모호한 현실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FD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후에 다시 대법원에 항소하려고 했으나, FDA와 타협을 하고 결국 항소를 포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홍국은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됩니다.
그러면 이제 건강기능식품이 과연 식품이라서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의약품과 식품의 구분이 애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식품이 전혀 기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넌센스라고 봅니다.